내년부터 일본 초등학교 5·6학년이 사용하는 모든 출판사의 사회 교과서에 '일본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점거)했다'는 내용이 실린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4일 오전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를 열고 해당 내용이 담긴 초등학교 5·6학년 사회 교과서 4종을 전부 합격 처리하기로 했다.
지난 2010년에 검증을 통과해 현재까지 일선 학교에서 사용 중인 교과서 5종 가운데는 독도에 관한 구체적인 기술이 포함된 교과서는 1종뿐이다. 나머지는 독도를 일본 국경선 안쪽에 표시하는 등 시각적인 방법으로 영유권을 주장해왔다.
새 교과서는 모두 일본 고유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했다는 도발적인 주장과 더불어 독도에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라고 표기한 지도를 더한다.
또 국경선을 독도의 왼쪽에 그어 독도가 일본 영토에 포함된 것으로 표현했다.
일부 교과서는 한국의 "독도 점거"에 관해 일본 정부가 항의하고 있고 국제 무대에서의 해결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담았다.
교과용으로 지도책은 2종 가운데 1종이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영했다.
또 지난 1923년 간토 대지진 때 벌어진 조선인 학살에 관한 기술은 2010년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5종에 모두 기술됐으나 이번에는 4종 가운데 2종에만 담겼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해서는 지난 2010년과 마찬가지로 모두 기술하지 않았다.
반면 청일·러일 전쟁에 관련해서는 "구미 국가에 일본의 힘을 인정하게 해 구미의 지배로 고통받는 아시아 국가에 용기를 줬다"고 미화하는 교과서도 있다.
이번 검정 결과에 따라 일본의 모든 초등학생이 "독도가 일본 땅이고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혹은 점거)하고 있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내년부터 교육받게 되며 이로 인해 독도 문제를 이유로 일본 신세대가 한국에 반감을 지닐 가능성이 더 커졌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교과서 검정 결과에 강력하게 항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08년 일본 정부가 중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았을 때 한국 정부는 항의 표시로 권철현 당시 주일 대사를 일시 귀국시킨 바 있다. 이병기 현 주일 한국대사는 재외 공관장 회의 참석차 지난달 귀국했으며 아직 한국에 체류 중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같은 결과에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한일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고 엄중 경고했다.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1월 28일 중·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개정에 이어 지난 2010년보다 독도에 대한 도발 수위를 더욱 높인 초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불과 3주 전 국회에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공언했다"며 "그러고서도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제국주의 침탈 역사를 왜곡·은폐하는 교육을 실시한다면 이는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고 미래세대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우를 범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교과서 검정제도를 빙자해 독도 도발을 계속한다면 한일관계 개선의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앞서 일본이 이날 오전 부당한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외교청서(한국의 외교백서에 해당)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항의했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에서 "일본 정부가 외교청서 발표를 통해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또다시 터무니없는 주장을 반복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한 억지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이 일본이 제국주의침탈 역사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일 관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와 외교청서 발표에 항의하기 위해 벳쇼고로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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