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과잉진단 및 과잉진료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한갑상선학회는 3일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통해 조기발견.치료의 이득을 볼 환자들의 권리를 고려해야한다"고 밝혔다.
정재훈 대한갑상선학회 이사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는 해악이지만 이를 빌미로 획일적인 제재가 가해진다면 이는 더 나쁜 해악"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정 회장은 국내 갑상선암 환자의 급증이 무분별한 초음파 검사라는 주장에 대해 일상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연령층이 아닌 19세 미만의 소아.청소년층에서도 갑상선암이 최근 10년간 2.3배 증가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반박했다.
그는 또 "최근에 외국에서 발표된 연구를 봐도 갑상선암 발생에 환경적 인자보다 유전적 소인이 더 중요하고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지역 사람들이 갑상선암에 쉽게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종양크기 1㎝이하의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정 회장은 "30년 이상의 장기연구결과를 고려할 때 0.6~1㎝ 사이의 종양은 재발률을 낮추고 원격전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해 경과관찰보다는 수술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회장은 "질병 치료는 개인의 의학적 상태, 동반 질환의 유무 등을 고려한 의학적 판단에 근거해야 한다"며 "갑상선암 발생률 세계 1위는 우리나라의 뒤틀어진 의료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반성이 필요하지만 의료행위는 효율의 문제가 아닌 환자의 생명과 안위만을 위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정재훈 회장이 배포란 보도자료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 모든 나라에서 갑상선암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고화질의 초음파기기가 갑상선종양의 진단에 적용되어 1 cm 이하의 작은 갑상선 유두암이 조기 진단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부정하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국과 달리 쉽게 병원을 방문하여 큰 돈 들이지 않고 쉽게 원하는 검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2002년 이후 모든 병원마다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넣어 갑상선암의 조기진단이 급증하였다. 셋째, 민간보험과 관련되어 진단을 적극적으로 받고자 하는 환자들의 욕구, 진료권고안이 법적인 보호막이 되지 못하므로 실제 진료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못함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기진단만으로 급증하는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미국의 국가암통계자료를 보면 1 cm 이하의 미세유두암의 증가도 있었지만 1~2 cm 이상의 큰 갑상선암도 더불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19세 미만의 소아 및 청소년층에서도 갑상선암이 최근 10년간 약 2.3배 증가하였다. 이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일상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연령층은 아니다. 최근의 외국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갑상선암 발생에 환경적 인자보다 유전적 소인이 더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지역 사람들이 갑상선암에 쉽게 이완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외에도 요오드의 과다섭취, CT나 PET 검사 등과 같은 의학적 방사선 피폭의 증가, 비만인구의 증가 등이 일부 갑상선암 발생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적인 후보인자들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1 cm 이하의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근거가 있는가?
2010년 대한갑상선학회는 갑상선암 진단 및 치료에 관한 개정된 권고안에서 갑상선 종양이 우연히 발견되었어도 직경이 0.5 cm 이하인 경우 주위로 진행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한 세포검사를 하지 말 것을 권고하였다. 이는 30년 이상 장기간 추적한 결과 등에 근거하였고, 추적관찰을 하다가 종양이 커지거나 주위로 진행되는 양상이 발견될 때에 비로소 세포검사를 하여도 무방하다. 물론 직경이 1 cm 를 넘는 암은 갑상선전절제술을 하여야 한다. 이는 사망률과 재발률을 의미있게 낮추기 때문이다. 직경 0.6 cm와 1 cm 사이 종양의 경우가 애매하다.
앞서 언급한 30년 이상의 장기간 연구결과 재발률을 낮추게 되고, 암의 크기가 0.6-0.8 cm 이상에서 원격전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아직까지는 경과관찰보다는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경우 미국갑상선학회에서도 수술을 권유하고 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 운운하는 주장은 올바른 표현인가?
먼저 갑상선암의 자연적 경과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미분화암처럼 진단 후 3~6개월 이내에 90% 이상이 속수무책으로 사망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진행이 매우 느리기 때문에 소위 '뒤늦게 재발하고 뒤늦게 사망한다'. 즉, 누적 사망률은 진단 후 5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여 3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최소 10~30년 이상의 관찰 기간이 필요하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은 갑상선암의 자연적 경과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암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갑상선암을 바라본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더욱 최근에 문제가 되는 1 cm 이하의 작은 암의 경우 치료를 시작한지가 불과 몇 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판단은 너무 이르고, 앞으로 최소 10년 후에나 판단하여야 한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대부분의 갑상선암을 치료하는 이유는 증상이 없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장기간 치료하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증상이 있거나 손으로 만져지는 갑상선암만 치료하라'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가?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다. 암이 매우 커서 주위 장기를 압박하거나, 크기에 관계없이 주위 조직으로 진행된 경우에야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암이 여러 장기로 원격전이되는 경우 전이 장소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호소한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서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이미 암은 많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완치 목적의 치료를 할 수 없다. 또한 갑상선종양의 위치와 크기, 목의 두터운 정도, 그리고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서 촉지되는 정도가 달라진다. 실제로 1 cm 이상의 갑상선종양도 의사의 촉진만으로는 절반도 발견할 수 없으며, 초음파검사로 발견되는 갑상선종양의 약 15%만 숙련된 의사가 촉진할 수 있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조기발견 및 조기치료의 이득을 보게 될 상당수 환자들의 권리를 국가나 일부 단체 누구도 막을 수는 없다.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서 당하는 피해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갑상선암 발생율 세계 1위라는 기록은 확실히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뒤틀어진 의료 현실을 일부 반영하고 있어 우리 모두 이에 대한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는 절대적인 해악이므로 반드시 피하여야 하나, 이를 빌미로 비합리적이고 획일적인 제제가 가해진다면 이는 더 나쁜 해악이다.
2013년 대한갑상선학회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선별검사의 유용성'에 관한 공동연구에서 이와 관련한 1차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갑상선암의 초음파 선별검사를 권고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지었다. 개인이 자기 돈을 내고 자신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일종의 기본권이다. 이를 어느 누구도 잘못된 행동이라고 비판 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이다. 만약 갑상선종양이 발견되었다면 지금까지 입증된 자료에 근거하여 제시된 진료지침에 따라서 환자를 치료하면 된다. 치료 계획은 각 개인의 의학적 상태, 동반 질환의 유무, 정확한 진행 상태 파악 및 기대 여명 등을 고려하여 환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경제 논리가 아닌 순수한 의학적 판단에 근거하여 수립되어야 한다. 의료 행위는 효율의 문제가 아닌 환자의 생명과 안위만을 위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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