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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V타임머신] 주상욱, 실장님 전문배우? 실장님은 변신 중
입력 2014-04-03 13:27  | 수정 2014-04-03 15:09

1분 1초가 빠르게 지나가는 요즘, 본방사수를 외치며 방영일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날은 점점 줄고 있다. 클릭 한 번만으로 지나간 방송을 다운 받고, 언제든 보고 싶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시대다. 모든 것이 빨리 흘러가는 현재, 지난 작품들을 돌아보며 추억을 떠올리고 이를 몰랐던 세대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MBN스타 남우정 기자] 연기자에게 한 가지 이미지가 씌워지는 것은 독이나 다름 없다.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을 시도해야 하는 것이 숙명인 직업이다. 이런 이미지 고착은 배우에겐 달갑지 않은 소리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를 영리하게 뒤집은 배우가 있다. 바로 ‘실장님 전문 배우 주상욱이다.

주상욱도 한 때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실장님 이미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는 캐스팅 제의가 와도 가장 먼저 실장님이야?”라고 물을 정도로 이게 강한 압박을 느꼈었다. 하지만 최근 방영 중인 MBC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만 보더라도 완전히 달라졌다. 회사에서 가장 높은 사장이지만 찌질함도 최고다. 겉은 멀쩡하지만 남다른 성격을 지닌 캐릭터를 그려내면서 주상욱은 기존의 실장님 이미지를 깨버렸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살짝 뒤틀며 영리하게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주상욱을 축하하며 그의 실장님 역사를 짚어봤다.

◇ 본격적인 실장님 연기의 시작 ‘아빠셋 엄마하나

가장 첫 실장님 캐릭터는 아니지만 가장 전형적인 특징을 가진 캐릭터였다. 무정자증인 친구를 위해 정자를 기증한 세 명의 남자 조현재, 신성록, 재희와 이들에게 정자를 제공받아 아이를 키운 유진의 러브스토리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주상욱은 바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유진의 새로운 남자 정찬영으로 등장했다. 건설회사 재벌 2세지만 회사의 실무를 배우기 위해 일반 사원으로 변장한 인물로 다정다감한 성격에 유진의 아이까지 포용하지만 끝내 조현재에게 사랑을 빼앗기는 캐릭터다. 항상 짧은 머리를 유지하는 주상욱의 꽤 긴 머리를 볼 수 있다.

◇ 비구니를 사랑한 팀장님 ‘깍두기

비구니로 절에서 생활하다가 사회로 나온 장사야(박신혜 분)을 사랑하는 박재우 역을 맡은 주상욱은 여성들의 심리를 자극했다. 돈 많은 집안의 아들로 능력 있는 호텔 기획팀장이다. 스펙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냉정하고 차갑기만 했던 남자가 사랑에 눈 뜨자 완벽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주상욱은 당시 미성년자였던 박신혜와 호흡을 맞추면서 풋풋한 케미(케미스트리)를 발산한 바 있다.


◇ 버림 받은 재벌 2세, 영화 제작 팀장 ‘가시나무새

여전히 젠틀하고 상류층이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영화를 직접 제작하는 능력까지 갖춘 인물이다. 하지만 유일한 결핍은 가족이다. 주상욱은 ‘가시나무새에서 돈 때문에 어머니와 이복형을 잃고 애정결핍에 시달리며 집안에서도 서자라는 이유로 냉대를 받는다. 지금까지 그려왔던 실장님 캐릭터와는 다르다. 상처를 안고 있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지만 김민정과 한혜진,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욕도 많이 먹었다.

◇ 허당 캐릭터의 창대한 시작일 뻔 했으나…신들의 만찬

드디어 그가 고대했던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자 허당 캐릭터를 맡게 됐다. 주상욱은 한식당 아리랑의 손자이자 최연소 행시를 통과한 공무원 최재하 역을 맡았다. 극 초반까지는 차갑다기 보다는 밝고 허당기 넘치는 캐릭터로 호평을 받았지만 장편 드라마의 문제는 극이 진행될수록 변하는 캐릭터였다. 주상욱이 연기한 최재하는 회사를 차지하기 위한 암투가 짙어지자 회사로 들어왔고 결국 팀장님 자리에 올랐다.

◇ 실장으로 시작해 최고자리까지 ‘자이언트

주상욱의 필모그래피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캐릭터는 ‘자이언트의 조민우다. 절대악 조필연(정보석 분)의 아들로 아버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인물로 그려졌다. 순수한 미주(황정음 분)을 만나 변해가는 과정도 잠시, 원수의 집안이라는 설정과 함께 캐릭터는 극대화됐다. 실장으로 있던 그는 아버지를 닮아 성공에 목을 맸고 결국 회장 자리에 까지 오르는 초고속 승진을 이룬다.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황정음과의 애절한 로맨스로 메인 커플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았다.

◇ 같은 팀장이라도 다르게 ‘텐-‘에어시티

‘에어시티를 통해 주연급으로 첫 등장한 주상욱은 공항 경찰대 팀장인 안강현 역을 맡았다. 융통성 없고 고지식한 인물이었지만 시청자들은 신선한 마스크의 주상욱에게 빠졌고 그 때부터 주상욱은 대중들에게 각인될 수 있었다. ‘에어시티가 주상욱을 알린 작품이라면 ‘텐은 주상욱을 연기자로 다시 태어나게 한 작품이다. ‘텐에서 미제의 살인사건에 목숨을 거는 여지훈 팀장 역으로 주상욱은 기존의 젠틀한 이미지를 벗고 상남자 매력을 과시했다. 괴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범죄에 대한 촉이 살아있는 여지훈 덕분에 주상욱은 새로운 옷을 입었다. 주상욱도 시즌2에 적극 참여할 만큼 애정이 남다른 작품이다.

◇ 벤츠와 똥차는 한 끗 차이? ‘앙큼한 돌싱녀

벤처 회사의 대표가 된 차정우(주상욱 분)은 여전히 젠틀하고 멋있지만 그의 과거는 찌질하다 못해 불쌍하다. 힘들게 고시 공부해서 공무원이 됐지만 갑자기 사업한다고 회사를 그만두더니 백수로 전락했다. 깔끔하고 세련된 현재와 달리 바가지 머리에 어리숙한 뿔테 안경을 쓴 주상욱도 묘하게 잘 어울린다. 외모는 변했지만 찌질 본성은 어디로 날라가지 않았다. 회사 대표가 됐지만 전 부인인 이민정이 연하남과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자 질투를 폭발시키고, 심지어 미행에도 나선 ‘차미저리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반듯한 실장님 캐릭터를 유지하면서도 살짝 비틀어 변화를 줬다. 찌질하지만 묘하게 정이 가는 차정우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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