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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정민 "왜 나만 안 떴느냐고요? 하하하"
입력 2014-04-03 09:52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30일 첫 방송되는 SBS 새 수목극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기대작이다. 차승원·이승기·고아라 등의 주연배우들은 물론 '외과의사 봉달희 '오작교 형제들'을 집필한 이정선 작가, '샐러리맨 초한지' 자이언트' 등을 연출한 유인식 PD가 함께하고, '별에서 온 그대'를 만든 제작사의 작품이라 관심을 끈다.
다른 주인공들보다 이름은 덜 알려졌지만 한 명 더 관심을 끄는 배우가 있다. 바로 배우 박정민(27). 영화 '파수꾼', '전설의 주먹', '피끓는 청춘' 등에 출연한 연기자다. 빼어난 외모도 아니고, 그렇게 큰 키나 조각 같은 몸을 가지진 않았지만 그가 펼치는 연기는 관객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너포위'에서도 그는 공무원을 목적으로 경찰이 된 지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박정민은 '너포위'를 통해 좀 더 많은 대중을 만날 수 있어 기쁜 듯했다. "사실 '너포위' 오디션을 봤는데 떨어졌다고 생각했어요. 집에 와서 울었어요. '발연기' 하고 왔거든요. 나름 열심히 했다고 했는데 생각대로 안 되더라고요. '밥을 떠먹여 줘도 못 먹느냐'는 생각마저 들었죠. PD님이 잘 봐주셔서 참여하게 된 것 같아요."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인기를 얻으면 아마 좋지 않을까 한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물론 인기만 좇으려는 이유 때문은 아니다. 목표는 따로 있다. "영화계에서 적극적으로 내 이야기가 있는 역할이나 영화를 하려면 아무래도 인지도가 있어야 하더라고요. 그 정도까지만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이에 앞서 박정민은 3일 개봉한 영화 '들개'(감독 김정훈)를 통해 관객을 먼저 찾는다. '들개'는 한국영화아카데미(KAPA, 카파)가 진행하는 장편 제작연구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영화. 사제폭탄을 만들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생산자 정구(변요한)와 폭탄을 대신 터뜨려 주는 집행자 효민(박정민)의 위험한 만남을 통해 억눌린 청춘을 표현한 작품이다. 개봉관을 많이 확보하지 못해 관객의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꽤 괜찮은 만듦새를 지닌 영화다.
극 중 효민은 사회에 불만 가득한 인물로 나온다. 아슬아슬한 청춘의 표상.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그는 정구와 함께, 관객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박정민은 "원래는 정말 엄청나게 공부해서 연기하는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공부하면 안 되는 역할이었다"며 "'너무 열심히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영화 전체를 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의 생각은 맞아 떨어졌다. 혈기왕성한 나이인 20대, 굳이 열심히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은 우리들의 과거는(혹은 현재와 미래의 20대 대부분도 마찬가지겠지만) 효민처럼 자유스럽고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반항적인 모습도 있었을 테고, 이른바 무언가에 꽂히기도 했을 터다.
극 중 변요한과의 호흡이 찰떡궁합이다. 두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동기. 사실 박정민은 정구 역할도 준비를 했었다고 한다. 결국 변요한에게 돌아갔지만, 박정민은 정구 역할도 표현하는데 자신이 있었다. 실망 했을 법한데 그렇지 않다는 박정민. "요한이에 대한 믿음이 있었죠. 다른 사람이 정구 역을 맡았다고 했다면 조금 우려가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잘 아는, 연기 잘하는 친구니깐 좋았죠."
'파수꾼'에 같이 나왔으나 현재 이제훈과 서준영만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인데, 이번에도 변요한만 주목을 받게 되면 본인 스스로 무척 아쉬울 것 같다고 물어보자 박정민은 별로 상관없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그는 "오히려 축복해 줄 것"이라며 "변요한은 원래 연기 잘하는 친구"라고 웃는다.
"전 자책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누구 탓으로 돌리기에는 제가 나쁜 거죠. 오디션 봐서 안 되면 '내 깜냥이 이 정도구나!'라고 생각해요. '파수꾼' 윤성현 감독님이 '이거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산다"며 "그래야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예전에는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어린 마음에 '파수꾼'의 다른 친구들은 치고 나가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조급함도 많았죠. 이제는 조금은 내려놓았어요."(웃음)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 반대로 20살이 넘어서야 제대로 연기를 시작한 박정민. 고등학생 때 공부도 잘해 고려대학교 인문학부에 입학했지만, 방향을 틀었다. 연기가 더 좋았기 때문이다.
"연극바닥에서 청소하면서 연기를 시작했다"는 그는 "선배들 어깨너머로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나도 왕이 될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키사라기 미키짱'과 'G코드의 탈출' 등 연극 무대에도 섰던 이유다. "연극무대는 배우는 게 정말 많아요. 진절머리가 나서 못 하겠다고 하기 전까지는 연극 무대는 꼭 해야 할 작업인 것 같아요. 100%, 좋은 것이라고 확신해요."
뻔하지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간적으로 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눈앞의 것에만 얽매여 있는 게 아니라 내 연기나 작품의 과정을 통해서 사회가, 사람들의 의식이 변할 수 있게 하는 배우요. 좀 더 쉽게 말하면 위인전에 나올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예를 들면 김정은이 제 연기를 보고 '통일을 해야겠어'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배우요. 가능할까요?(웃음)"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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