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넘버3의 반란] 다시 달리는 쌍용차, 흑자 고지 보인다
입력 2014-04-03 08:52  | 수정 2014-04-08 14:35

◆ ④ 쌍용차, IMF 이후 피인수·법정관리 외풍에 시달려 ◆
'왕년엔 잠깐 잘 나갔던 회사', '먹튀 중국 자본', '유혈 파업사태'. 쌍용차를 생각할 때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다.
쌍용차는 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코란도와 무쏘 등을 앞세우며 승승장구했지만 IMF 사태 이후 뜻하지 않게 3번의 매각, 2번의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거치는 시련의 시기를 보냈다. 특히 2009년 터진 파업사태로 쌍용차의 경영 실적 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도 추락했다.
그랬던 쌍용차가 최근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다. 7년을 기다린 흑자전환도 이제는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 쌍용, 대우, 상하이차 그리고 마힌드라
쌍용차의 스토리는 삼류 드라마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역경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쌍용차는 하동환자동차제작소로 1954년 출범한 뒤 1986년 쌍용정유(현 S-Oil)에 인수되면서 쌍용그룹에 편입됐다. 이때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쌍용차의 역사가 시작된다. 쌍용그룹은 그룹 사세 확장을 위해 쌍용차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쌍용차의 전성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1980년대부터 국내 자동차 업계는 현대, 대우, 기아의 3강 구도가 굳혀지기 시작했다. 쌍용그룹은 이같은 구도를 깨기 위해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고 특히 메르세데스-벤츠와의 기술 제휴로 성능이 남부럽지 않은 SUV들을 잇따라 내놓기 시작했다. 1988년 코란도패밀리가 첫 출시됐고 1993년엔 무쏘가 나왔다. 이후 1997년에는 고급 승용차인 체어맨이 출시됐다. 이 브랜드들은 2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종종 회자될 정도로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997년 IMF 사태가 터지면서 쌍용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됐다. 결국 쌍용그룹은 애지중지 키운 쌍용차를 1998년 대우그룹에 매각했다. 하지만 대우그룹도 다음해인 1999년 그룹 해체를 맞게 된다. 쌍용그룹의 위기로 대우그룹에 인수된 지 불과 23개월 만이다.
쌍용차는 대우그룹 12개 계열사와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채권단 관리 하에서 자체 경영정상화를 추진했다. 경영정상화 과정은 비교적 순탄했다. 신형 체어맨, 렉스턴, 로디우스 등의 신차 효과에 힘입어 쌍용차는 2003년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내기도 했다.
4년간의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 2004년 찾은 새 주인이 바로 상하이자동차다. 상하이차는 6000억원에 쌍용차 지분 48.9%를 인수했다. 하지만 상하이차는 쌍용차 인수 이후 단 1원도 투자한 적이 없다. 대신 하이드리드 엔진 기술 등 쌍용차가 보유한 기술을 빼가는 데만 관심을 보였다. 상하이자동차 대주주 시절 출시된 카이런, 액티언 등의 신차는 지금도 쌍용차의 '흑역사'로 언급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고 유가가 급등하면서 쌍용차의 실적이 다시 바닥을 치자 상하이자동차는 별다른 지원 없이 꼬리자르기에 나서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2009년 12월 상하이차는 노조의 구조조정 거부를 명분으로 철수를 시사했다.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대주주의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며 자금 지원에 난색을 보였다. 결국 쌍용차는 2009년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상하이차는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내려놓게 됐다.
쌍용차가 법정관리 직후 정리해고 방침을 내놓자 노조는 극렬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평택공장을 점거해 77일간 장기 파업을 벌이며 경영진과 공권력에 맞섰다. 파업 관련 각종 소송과 해고자의 복직 요구 등 아직도 파업사태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파업사태가 진정되자 채권단은 2010년부터 쌍용차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그리고 2011년 4월 1일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의 새 주인으로 결정됐다. 마힌드라그룹은 '마힌드라&마힌드라'라는 자동차 제조사를 핵심 계열사로 두고 있는 인도의 10위권 그룹이다. 국내에선 비교적 낮은 인지도 탓에 제2의 상하이차가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올초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이 인도를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신제품 개발과 고용증대를 위해 향후 4년간 쌍용차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전 주인에 비해서는 비교적 '정상'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지난해 車판매 20% 급증… 올해 7년만의 흑자 전환 도전
새 주인을 만난 쌍용차는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계 중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다.
쌍용차는 지난해 내수 6만3970대, 수출 7만8740대 등 총 14만5649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20.7%나 급성장한 실적이다. 판매량이 3만3000대에 그쳤던 2009년 이후 불과 4년여 만에 실적이 빠르게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가 7.3%, 기아차가 3.9% 성장한 것을 감안해도 엄청난 상승폭이다.
비록 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6년째 적자를 이어갔지만 이제는 거의 손익분기점에 접근한 상황이다.
쌍용차는 올해 경영 목표를 16만대 판매로 잡고 있다. 쌍용차가 16만대 판매를 넘어선 것은 채권단 관리 시절이었던 지난 2002년이 마지막이었다.
올해에는 신차 출시가 예정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내수 성장률을 지난해에 다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쌍용차는 수출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쌍용차는 현재 러시아에 편중된 수출 시장을 중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 쌍용차의 주 모델인 SUV가 높은 판매 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차는 내년부터 잇따라 출시된다. 마힌드라그룹 인수 이후 준비되기 시작한 X-100 등 3~4종의 신차가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내년 1월에 출시되는 신차 X-100은 1.6리터급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으로 약 300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됐다.
쌍용차의 실적 회복세가 두드러지면서 올해 연간 흑자 달성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2007년 이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하지만 쌍용차는 이미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 중이다.
쌍용차의 부활에 주가도 화답하고 있다. 쌍용차 주가는 연초 7000원선에서 2일 종가 기준 9480원까지 32.6%나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쌍용차의 올해 흑자 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쌍용차가 595억원의 흑자를 달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RV 수요 확대에 따른 쌍용차의 수혜가 지속될 것이며 기존 라인의 가동률 향상으로 14년 예상 영업이익은 595억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올 하반기 이후 신차의 윤곽이 잡히고 판매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 정상화로 주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도 "올해 사업계획은 16만대 판매로 국내외 SUV 수요 증가세를 감안할 때 초과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며 "쌍용차의 고정비 비중은 약 20%로 가동률 상승에 따라 연간 흑자 달성이 가능한데 일본에서 변속기를 수입하고 있어 엔저가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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