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대 재벌그룹의 절반 이상이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 늘어났는데 이는 삼성그룹, 특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 때문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 가이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 현대, SK, LG 등 10대 재벌그룹 산하 81개 상장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5% 늘어난 79조769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집계로는 7%대의 상승세를 이어가 비교적 양호한 모양새다. 그러나 각 그룹별로 살펴보면 그렇지 못하다. 10대 재벌그룹 중 삼성그룹의 영업이익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증가해 다른 재벌그룹들의 부진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즉 10대 재벌그룹 내에서도 삼성을 필두로 한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평이다.
삼성그룹 상장 계열 13개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4% 늘어난 38조190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26.6% 증가한 36조7천85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그룹의 영업이익 증가분은 5조946억원이다. 이 수치는 10대그룹 81개 상장사의 전체 영업이익 증가치인 5조5431억원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중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증가분은 3조1247억원으로 10대그룹 증가분의 56%를 책임지고 있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삼성그룹이 47.9%로 절반에 육박했다. 이어 현대차가 21.7%, SK가 14.3%로 두자릿수를 보였다. LG(8.5%), 두산(3.2%), 롯데(3.1%), 한화
(1.3%), 현대중공업(0.7%) 등이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 산하 9개 계열사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5% 감소한 17조3456억원에 그쳤다. 자동차가 엔저 등 대외 환경의 변화에 취약한 대표적인 업종이기 때문이다. 반면 순이익은 20조306억원으로 5.2% 늘어났다.
SK그룹 산하 16개 계열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7% 늘어난 11조3963억원을 기록했다. SK, SK이노베이션 등이 부진했지만 SK하이닉스가 흑자로 돌아서는 등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덕분이다.
LG그룹 산하 11개 계열사의 영업이익은 8.9% 늘어났으며 롯데그룹 7개 계열사도 6.9% 증가했다.
두산그룹 6개 계열사는 영업이익이 2조5445억원으로 84.9% 급증했지만 146억원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재무상황 악화 등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밖에 현대중공업그룹 3개 계열사의 영업이익은 5488억원으로 74.2% 감소했으며 한화그룹 3개 계열사도 영업이익이 21.4% 줄어든 9974억원에 그쳤다.
GS그룹 8개 계열사와 한진 5개 계열사는 각각 763억원과 4202억원의 영업손실로 나란히 적자 전환했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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