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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데뷔 12년차’ 이양기의 투혼, 한화를 웃게 하다
입력 2014-04-02 06:18 
이양기는 올해로 프로데뷔 12년을 맞았다. 그 동안의 아쉬움을 털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즌을 시작한 이양기는 최근 두각을 드러내며 주전 경쟁에 뛰어 들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풀어야할 과제가 있지만, 가능성을 보였기에 희망적이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외야수 이양기(33)는 간만에 찾아온 기회를 잡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화는 1일 삼성 라이온즈를 대전으로 불러 2014시즌 홈 개막전을 치렀다. 야수들의 활약으로 8회까지 경기를 리드하던 한화는 선발투수 유창식이 마운드를 내려간 이후 중간계투진이 흔들렸고, 결국 9회초 박석민과 최형우의 연속 홈런을 맞아 5-6으로 역전패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야수들의 경기력은 확실히 달라졌다. 과감하게 방망이를 휘둘렀으며, 출루하면 다음 베이스 노린다는 생각으로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다. 수비에서도 원활한 중계플레이로 실점을 막았다.
그 가운데 초반 이양기의 투혼이 빛났다. 앞으로 반드시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드러나긴 했지만, 절망적이기 보다 희망적이었다.
이날 이양기는 6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또한 과감한 주루플레이로 득점권을 만들기도 했고, 몸을 날리는 호수비로 실점을 막았다.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이양기는 첫 타석에서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송광민의 중전안타 때 2루를 돌아 재빠르게 3루 베이스를 훔쳤다. 중견수 정형식이 이양기에게 집중하는 동안 타자 주자 송광민은 2루까지 무사히 안착했다. 그러나 1사 2,3루에서 김민수의 타구가 2루수 정근우에게 잡혔을 때 이양기의 한 박자 늦은 홈승부로 인해 선취점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다음 타석에서 적시타를 날려 실수를 만회했다. 팀이 3-0으로 앞선 3회말 무사 2루에서 이양기는 우익수 방면 안타를 때려냈다. 이 타구는 정현석을 홈까지 불러들이는데 충분했다.
삼성의 추격을 막는 호수비를 펼쳐 팀을 구했다. 4회초 1사에서 박한이의 타구가 좌중간 담장을 향해 높이 날아왔다. 당시 좌익수 이양기와 중견수 펠릭스 피에가 달려왔다. 이때 급격히 속도를 잃고 떨어지는 타구를 이양기가 슬라이딩하며 잡아냈다. 자칫 장타로 이어져 경기 흐름을 빼앗길 수 있었던 상황을 이양기가 막은 것이다.
그러나 6회에선 아쉬운 수비를 보여 한화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6회초 무사 주자 1루에서 최형우의 타구가 이양기의 글러브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때 최형우는 2루까지 달려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이양기는 자책했고, 김응용 한화 감독은 이양기를 고동진과 교체시켰다.
이날 이양기의 플레이는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투혼은 빛났다. 이날 경기를 현장에서 생중계한 차명석·박재홍 MBC 해설위원는 아쉽다. 마지막 수비만 잘 했어도 완벽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분명 지난해와 달라진 건 확실하다”며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올 시즌 한화는 한 층 업그레이드된 야수들의 내부경쟁이 표면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치열한 현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실히 다져놓기 위해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변했다. 그 가운데 프로데뷔 12년차 이양기도 속해있었다.
이양기는 단 한 시즌도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가장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던 2011년(93경기 타율 0.279)에도 주전이 아닌 전문 대타 요원이었기에 그를 ‘베테랑이라고 부르는 이는 없다. 하지만 무릎 부상으로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없었다. 나이 탓에 젊은 선수들에 비해 출전 기회도 적었다.
절망에 빠져있던 그를 되돌린 건 스스로의 마인드 컨트롤이었다. 지난해 11월 제주 서귀포 강창학구장에서 이양기는 편안하게 마음을 가지니 공이 보이더라”며 미소 지었다.
앞으로 전쟁이다. 이양기는 젊은 후배들과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의 야구인생 12년은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었다. 하지만 그의 끈질긴 노력이 이뤄낸 결실들이 하나씩 드러나 그의 소원대로 팀에 보탬이 선수”로 자리 잡고 있다.
[gioia@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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