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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의 산소호흡기, 윤일록-고요한의 고군분투
입력 2014-04-01 22:14 
석연치 않은 결과로 인해 빛이 바랬으나 윤일록 고요한 콤비의 활약은 박수 받을 만했다. 산소호흡기 같은 고군분투였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상암) 임성일 기자] FC서울이 4월의 첫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산프레체 히로시마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4차전에서 2-2로 비겼다. 1-1 상황이던 후반 24분 히로시마의 한국인 수비수 황석호에게 발리슈팅을 허용해 패색이 짙던 서울은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PK 동점골로 패배의 수렁에서 벗어났다.
어렵사리 비기기는 했으나 FC서울로서는 만족스럽지 않은 내용과 결과였다. 전체적으로 답답했던 경기다. 특히 전반은 수준 이하였다. 후반 들어 투지가 발휘되기는 했으나 서울다운 강력함은 없었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윤일록-고요한의 고군분투였다. 데몰리션이 빠지고 하대성이 이탈한 FC서울 스쿼드에 새로운 희망으로 윤일록-고요한 콤비가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팀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산소를 불어 넣고 있다.
반드시 승리해야했던 경기지만 전반부터 꼬였다. 전반 20분 만에 먼저 실점을 허용했다. 서울 지역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부근에서 요지로가 올린 크로스가 박스 안으로 떨어진 것을 깨끗하게 처리하지 못한 것이 빌미였다. 혼전 중 미드필더 나츠다의 오른발에 걸리면서 서울의 골문이 열렸다.
이 실점과 함께 부담이 더 커졌다. 만약 승점 추가 없이 패배로 끝난다면 16강 진출을 보장키 힘들었다. 호주 원정은 장거리 비행과 함께 체력적으로 부담이고, 안방에서 맞이할 베이징 궈안은 전력상 또 부담이었다. 때문에 어떻게든 반전이 필요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빛난 이가 윤일록과 고요한이다.
주축들이 빠져나간 뒤 서울 공격루트의 핵심으로 자리한 윤일록과 고요한은 꼬인 실타래를 풀어주는 합작품을 만들었다. 후반 8분, 상대 공격을 차단한 뒤 역습을 취하는 과정에서 윤일록과 고요한의 빠른 콤비 플레이가 빛났다. 왼쪽 측면을 돌파하던 윤일록은 중앙에 있던 고요한과의 리턴패스를 주고받은 뒤 박스 안으로 쇄도, 골키퍼의 움직임을 파악한 뒤 가볍게 밀어 넣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히로시마의 골문을 열었다.
서울이 정규리그 첫 승을 거뒀던 지난 3월26일 제주와의 K리그 클래식 4라운드가 떠올려진 두 선수의 활약이다. 0-0으로 지루한 흐름이 이어지던 당시 경기에서 후반 23분, 윤일록이 페널티 에어리어 안 왼쪽에서 시도한 슈팅이 제주 수비수의 몸을 맞고 솟구친 것을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고요한이 머리로 밀어 넣으면서 서울은 긴 잠에서 깨어났다.

첫골에 대한 부담을 떨친 서울은 이내 추가골까지 만들어냈다. 첫골 도우미였던 윤일록이 해결사로 변신했다. 윤일록은 후반 28분 아크 서클 정면에서 골대를 정확하게 본 뒤 오른발 감아차기로 제주 골대 상단을 갈랐다. 두 선수의 활약을 앞세워 서울은 정규리그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할 수 있었다.
히로시마전에서도 두 선수의 분전은 돋보였다. 비단 골 장면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서울의 공격을 주도한 것은 윤일록과 고요한이었다. 걸출한 골잡이가 없는 상황에서 좌우날개 윤일록과 고요한은 공격의 실마리를 푸는 역할과 매듭을 짓는 역할까지 겸해야했다. 동점골이 그 예였다. 그대로 경기가 마감됐다면, 혹은 역전골까지 기록했다면 더 좋았겠으나 이들의 활약상은 이후 과정 때문에 빛이 바랬다.
서울은 후반 24분 히로시마의 한국인 수비수 황석호에게 중거리포를 허용해 역전을 허용했다. 어렵사리 PK로 동점을 만들기는 했으나 2개의 PK 판정이 종료직전 거푸 나오면서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다. 이와 함께 윤일록-고요한 콤비의 활약상도 묻혔다. 하지만, 두 선수의 플레이 자체는 박수가 아깝지 않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FC서울이다. 기댈 수 있는 확실한 주포가 없는 상황에서 서울이 취해야할 방법을 윤일록과 고요한이 보여주고 있다. 동료들을 대신해 한 발 더 뛰고 있는 고군분투. 빛이 바랬으나 히로시마전에서 고요한-윤일록 콤비가 하나의 대안을 제시했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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