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임주은은 왜 타나실리가 되지 못한 것일까

[MBN스타 금빛나 기자]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의 임주은이 하지원의 적수가 되는 날이 오기는 할까.

타나실리(백진희 분)의 뒤를 이어 합류한 바얀 후투그(임주은 분)는 분명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겉으로는 온화하지만 속으로는 독을 숨기고 있는 이중성은 오만방자한 타나실리보다 더 집요한 악녀임이 분명했다.

분명 기승냥(하지원 분)이 향후 기황후가 되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됐을 바얀 후투그였다. 하지만 완벽하지 못한 이중성의 바얀 후투그는 기승냥은 물론 타나실리보다 전략도 카리스마도 한수 아래임을 보여주며 안방극장에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기황후는 마하 황자의 학대 사건을 놓고 수면 아래에서 치열할 대립각을 세우는 바얀 후투그와 기승냥의 모습을 그려냈다.

황제 타환(지창욱 분)의 총애를 받는 기승냥이 눈엣가시였던 바얀 후투그는 평소 그녀와 앙숙인 연상궁(윤아정 분)을 시켜 기승냥이 마하 황자를 학대한 것처럼 꾸민다. 바얀 후투그를 신뢰하고 기승냥을 미워하는 황태후(김서형 분)는 그녀의 계략에 깜빡 넘어가는 듯 보였으나, 문제는 그 수가 너무 얕았다는 것이다.

기승냥은 아무리 말 못하는 어린 아이지만 자신을 해한 이를 구별해 낼 것”이라며 한 명씩 안아보게 했고, 자신의 무죄를 밝힘과 동시에 학대사건에 연상궁이 연류돼 있음을 밝힌다. 이후 바얀 후투그는 완전히 패를 잃고 말았다. 자신의 계략이 실패로 돌아가자 서둘러 착한 황후의 가면을 쓴 바얀 후투그지만 실수로 과거 자신이 아유시리다라를 독살하려고 했단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이는 거칠고 직설적이었던 타나실리보다 더 허술할 뿐 아니라, 바얀 후투그는 주변 인물들에게 너무 빨리 천사표 가면을 벗으며 극의 긴장감을 풀게 만들었다.

‘기황후에 갑작스럽게 흐른 5년은 더욱 치명적이었다. 즉위와 함께 기승냥을 기선제압 하기 위해서 갓난아이를 독살하려하고, 마하 황자를 학대한 바얀 후투그가 5년이라는 시간동안 기승냥에게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무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바얀후투그를 연기하는 임주은의 매서운 눈매도 문제가 됐다. 하지원을 대적할 악녀로 부각된 임주은은 적어도 발톱을 숨기고 있을 때는 그 누구보다 온화하고 상냥한 가면을 쓰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표정한 그녀의 눈매와 평면적인 연기는 마치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생길 듯 너무 매섭고, 그로인해 바얀 후투그가 연상궁에게 본색을 드러내는 장면은 전혀 극적이지 못했다. 이는 결국 두 얼굴의 황후라는 캐릭터가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소리다.

사진=기황후 캡처

과거 기승냥과 타나실리는 극의 전반부를 압도할 정도로 치열한 두뇌싸움과 살벌한 궁중암투를 벌이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이는 치열한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려의 왕 왕유(주진모 분)을 잡아먹을 정도로 강렬했으며, 극의 초점을 이들의 대결에 맞출 만큼 흥미로웠다.

전작에서 선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백진희는 질투와 시기가 대단한 타나실리를 입체적으로 연기하며 이미지변신을 꾀했을 뿐 아니라, 덕분에 연기가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까지 듣게 됐다.

타나실리가 극에서 사라지고 그 자리를 채운 바얀 후투그는 현재 사람들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며 그저 그런 조연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실존인물인 바얀 후투그는 기황후를 채찍으로 때렸다는 타나실리와 달리, 매우 어진 성격으로 황후가 되고 나서도 거의 앞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기록된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악녀로 만들다 보니 극의 재미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인위적인 느낌이 강해 인물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바얀 후투그가 출연하기 전부터 두 얼굴의 악녀라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한 부분도 문제가 된다. 바얀 후트그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극적인 반전을 주어야 하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악녀임을 홍보를 하다 보니 이미 시청자들은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됐고, 결말을 이미 알고 보는 반전영화처럼 김이 빠져버린 것이다.

기승냥을 대적하며 갈등을 조성할 인물이 사라지지다 보니 현재 그 자리를 황태후가 대신하고 있고, 여기에 타환이 미치광이의 황제로 변모하면서 극의 중심축은 바얀 후투그를 크게 벗어나고 말았다. 이대로 가다가 바얀 후투그가 기승냥의 상대도 되기 전에 존재감 없이 사라지는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