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가 연일 비유와 직설화법을 향해 '기초 무공천'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미생지신'이라는 고사성어를 꺼내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했습니다.
과거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말과 박근혜 대통령의 말, 그리고 이 과거지사를 꺼낸 안철수 대표의 말까지 차례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정몽준 / 한나라당 대표(2010년 1월14일)
- "옛날 중국에 미생이라는 젊은 사람이 애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리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마침 폭우가 많이 와서 그 애인은 비가 오기 때문에 오지 않았는데 이 미생이라는 사람이 오지 않는 애인을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가 익사했다는 고사가 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의원 ( 2010년 1월18일)
- "미생 얘기…. 사실 그 말씀 이해가 안 됐어요. 사실 그 반대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둘이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생은 진정성이 있었던 것이고, 애인은 진정성이 없었던 거죠. 미생은 비록 죽었지만, 후에 귀감이 될 것이고 그 애인은 평생을 괴로움 속에서 손가락질을 받고 살게 될 것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2014년 3월30일)
- "지난 대선에서의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은 원래 잘못된 것입니까? 아니면 정치적 실리차원에서 약속을 어기기로 한 것입니까? 아니면 지키고 싶지만 새누리당이 반대합니까? 이중 어느 것입니까? 왜 이 문제에 대해서 계속 침묵하고 계십니까?"
기초선거 무공천과 관련해 안철수 대표가 상대해야 할 대상은 비단 새누리당 압박을 주는 것은 비단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만이 아닙니다.
바로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도 있습니다.
특히 친노 성향 의원들이 기초 무공천에 대해 반발하는 것도 설득해야 합니다.
어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 정청래 의원이 한 말을 좀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정청래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어제 의원총회)
- "(예를 들어) 남과 북이 군대를 줄이자고 합의했다고 치자. 근데 북한이 합의를 깨고 군대를 증강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약속 지키기 위해 군대를 해산해야 하겠는가. 그 상태에서 전쟁 나면 다 몰살당하는 것 아니겠는가. 지방선거도 전쟁과도 같은 선거인데, 우리만 이런 몰살전략을 쓰는 건지 과연 옳은 일인가. 그리고 대선 때 공약한 것은 기초공천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 그래서 이쪽도 저쪽도 공천하지 않겠다, 하는 것이 공약이었지 새누리당은 공천하고 우린 공천하지 않고 하는 것을 공약한 것은 아니다. 대선공약을 혼란을 가지고 헷갈리지 말라"
정 의원은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새누리당이 싹쓸이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다시 한번 당원의 뜻을 물어 결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제안의 출발점은 사실 문재인 의원입니다.
문재인 의원 역시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해 당원의 뜻을 들어봐야 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대표에게는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대통령보다 어쩌면 당내 이런 반대 기류가 더 극복하기 어려운 난제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밀리면 안철수 대표의 당내 입지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안 대표가 들고 나온 것은 바로 '바보 노무현'이었습니다.
어제 안철수 대표가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어제 의원총회)
- "국민을 믿고 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노무 현 대통령께서 바보 같다는 평을 들으면서도 끊임없이 자기 희생한 거 보면서 결국 믿고 대통령을 만들어줬습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국민을 믿고 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말은 친노계에는 잊을 수 없는 아련한 아픔과 한없는 존경의 대상입니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말 앞에서 아니라고 부인하거나 반기를 들 친노계는 없을 겁니다.
안철수 대표가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을 돌파하려고 '바보 노무현'을 언급한 것은 바로 이런 정서를 읽었던 게 아닐까요?
친노계 의원들에게 자신이 지금 '바보 노무현'의 길을 걷고 있다고 설득하려 했던 게 아닐까요?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미생지신'의 추억을, 친노계에게는 '바보 노무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 안철수 대표는 이미 정치 9단쯤 된 걸까요?
그런데 그 전략이 잘 먹힐지는 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청와대는 안철수 대표의 물음에 사흘째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야당 대표의 공개 제안이니 화답이 있을 법도 하지만, 청와대는 애초부터 '기초선거 무공천'은 대통령이 나설 주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듯합니다.
문재인 의원 쪽도 시큰둥한 분위기가 읽힙니다.
안철수 대표는 문 의원이 손학규 고문과 더불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주길 희망하고 있지만, 문 의원은 조심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문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오늘)
- "(선대위원장 제안을 수락하실 건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고요. 다만, 저는 그런 중요한 직책을 맡는 게 아직은 좀 이르다, 이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직책이 없어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선거를 돕겠습니다. 지난번 안철수 의원 만나서도 그런 얘기 주고 받았습니다.
(선대위원장 자리 거절하셨다 이렇게 봐도 될까요?)
=어 아직은 요청을 받은 바가 없고요.
(당이 요청하면?)
-그건 당이 요청하면 생각을 해봐야죠."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완패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선뜻 선대위원장을 맡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자칫 지방선거 패배 시 책임론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지난해 대선과 상황이 정반대가 된 것 같습니다.
당시 대선은 문재인 후보가 전력을 다해 뛰어야 했고, 안철수 의원이 문 후보를 도와주는 처지였는데, 지금은 안철수 대표가 사활을 걸고 선거를 치러야 하고, 문재인 의원이 도와줘야 하는 형국입니다.
당시 안철수 의원이 최선을 다해 문재인 의원을 도왔는지는 친노계에게는 물음표로 남아 있습니다.
그 서운함 때문에 문재인 의원이 안철수 대표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을 것이라 보는 것은 지극히 소인배적인 시각일까요?
어쨌든 '바보 노무현'이 '대통령 노무현'이 됐듯이, 안철수 대표가 끝내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지난 일요일에는 '미생지신'이라는 고사성어를 꺼내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했습니다.
과거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말과 박근혜 대통령의 말, 그리고 이 과거지사를 꺼낸 안철수 대표의 말까지 차례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정몽준 / 한나라당 대표(2010년 1월14일)
- "옛날 중국에 미생이라는 젊은 사람이 애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리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마침 폭우가 많이 와서 그 애인은 비가 오기 때문에 오지 않았는데 이 미생이라는 사람이 오지 않는 애인을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가 익사했다는 고사가 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의원 ( 2010년 1월18일)
- "미생 얘기…. 사실 그 말씀 이해가 안 됐어요. 사실 그 반대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둘이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생은 진정성이 있었던 것이고, 애인은 진정성이 없었던 거죠. 미생은 비록 죽었지만, 후에 귀감이 될 것이고 그 애인은 평생을 괴로움 속에서 손가락질을 받고 살게 될 것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2014년 3월30일)
- "지난 대선에서의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은 원래 잘못된 것입니까? 아니면 정치적 실리차원에서 약속을 어기기로 한 것입니까? 아니면 지키고 싶지만 새누리당이 반대합니까? 이중 어느 것입니까? 왜 이 문제에 대해서 계속 침묵하고 계십니까?"
기초선거 무공천과 관련해 안철수 대표가 상대해야 할 대상은 비단 새누리당 압박을 주는 것은 비단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만이 아닙니다.
바로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도 있습니다.
특히 친노 성향 의원들이 기초 무공천에 대해 반발하는 것도 설득해야 합니다.
어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 정청래 의원이 한 말을 좀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정청래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어제 의원총회)
- "(예를 들어) 남과 북이 군대를 줄이자고 합의했다고 치자. 근데 북한이 합의를 깨고 군대를 증강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약속 지키기 위해 군대를 해산해야 하겠는가. 그 상태에서 전쟁 나면 다 몰살당하는 것 아니겠는가. 지방선거도 전쟁과도 같은 선거인데, 우리만 이런 몰살전략을 쓰는 건지 과연 옳은 일인가. 그리고 대선 때 공약한 것은 기초공천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 그래서 이쪽도 저쪽도 공천하지 않겠다, 하는 것이 공약이었지 새누리당은 공천하고 우린 공천하지 않고 하는 것을 공약한 것은 아니다. 대선공약을 혼란을 가지고 헷갈리지 말라"
정 의원은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새누리당이 싹쓸이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다시 한번 당원의 뜻을 물어 결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제안의 출발점은 사실 문재인 의원입니다.
문재인 의원 역시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해 당원의 뜻을 들어봐야 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대표에게는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대통령보다 어쩌면 당내 이런 반대 기류가 더 극복하기 어려운 난제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밀리면 안철수 대표의 당내 입지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안 대표가 들고 나온 것은 바로 '바보 노무현'이었습니다.
어제 안철수 대표가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어제 의원총회)
- "국민을 믿고 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노무 현 대통령께서 바보 같다는 평을 들으면서도 끊임없이 자기 희생한 거 보면서 결국 믿고 대통령을 만들어줬습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국민을 믿고 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말은 친노계에는 잊을 수 없는 아련한 아픔과 한없는 존경의 대상입니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말 앞에서 아니라고 부인하거나 반기를 들 친노계는 없을 겁니다.
안철수 대표가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을 돌파하려고 '바보 노무현'을 언급한 것은 바로 이런 정서를 읽었던 게 아닐까요?
친노계 의원들에게 자신이 지금 '바보 노무현'의 길을 걷고 있다고 설득하려 했던 게 아닐까요?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미생지신'의 추억을, 친노계에게는 '바보 노무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 안철수 대표는 이미 정치 9단쯤 된 걸까요?
그런데 그 전략이 잘 먹힐지는 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청와대는 안철수 대표의 물음에 사흘째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야당 대표의 공개 제안이니 화답이 있을 법도 하지만, 청와대는 애초부터 '기초선거 무공천'은 대통령이 나설 주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듯합니다.
문재인 의원 쪽도 시큰둥한 분위기가 읽힙니다.
안철수 대표는 문 의원이 손학규 고문과 더불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주길 희망하고 있지만, 문 의원은 조심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문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오늘)
- "(선대위원장 제안을 수락하실 건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고요. 다만, 저는 그런 중요한 직책을 맡는 게 아직은 좀 이르다, 이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직책이 없어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선거를 돕겠습니다. 지난번 안철수 의원 만나서도 그런 얘기 주고 받았습니다.
(선대위원장 자리 거절하셨다 이렇게 봐도 될까요?)
=어 아직은 요청을 받은 바가 없고요.
(당이 요청하면?)
-그건 당이 요청하면 생각을 해봐야죠."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완패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선뜻 선대위원장을 맡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자칫 지방선거 패배 시 책임론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지난해 대선과 상황이 정반대가 된 것 같습니다.
당시 대선은 문재인 후보가 전력을 다해 뛰어야 했고, 안철수 의원이 문 후보를 도와주는 처지였는데, 지금은 안철수 대표가 사활을 걸고 선거를 치러야 하고, 문재인 의원이 도와줘야 하는 형국입니다.
당시 안철수 의원이 최선을 다해 문재인 의원을 도왔는지는 친노계에게는 물음표로 남아 있습니다.
그 서운함 때문에 문재인 의원이 안철수 대표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을 것이라 보는 것은 지극히 소인배적인 시각일까요?
어쨌든 '바보 노무현'이 '대통령 노무현'이 됐듯이, 안철수 대표가 끝내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