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지방은 당뇨병, 비만, 심장질환 등의 대표적인 성인병 만성 질환과 밀접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장지방이 증가할수록 만성질환의 위험 역시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내장지방에서 분비되는 아디포카인(adipokines)이라는 신호물질 때문인데, 이 신호물질은 당뇨병을 대사적으로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따라서 당뇨병의 초기 치료를 위해서는 내장지방에서 분비되는 신호물질을 정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중요한데, 문제는 이 신호물질의 종류가 적어도 수천개는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다수의 신호물질을 효율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어서 어떤 신호물질이 순차적으로 당뇨병에 기여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최근 국내 의료진이 조기 당뇨병 환자의 내장지방에서 분비되는 신호물질을 정상인의 것과 비교해 그 차이점을 규명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당뇨병 진단을 받은 지 5년이 넘지않고 약을 복용한 적이 없는 조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앞으로 비만 및 당뇨병 조기치료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의대 내과 최성희, 박경수, 고려대 화학과 이상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황대희 교수팀은 수술시 얻은 정상인과 당뇨병 환자의 내장지방을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신호물질의 차이점을 분석하고 이중 당뇨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여지는 6개의 신호물질을 제안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정상인과 초기 당뇨병 환자의 내장지방이 분비하는 신호물질 중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지방세포의 크기를 조절하는 물질 △유리지방산의 산화 및 연소를 돕는 작용을 하는 물질 △인슐린 신호전달체계 및 인슐린 작용을 증가 혹은 저해하는 물질 등이었다. 특히 연구팀은 당뇨병 발생 초기부터 이미 지방조직의 에너지원인 지방산을 스스로 산화시키는 기능이 매우 저하되어 있었으며, 이는 인슐린 신호전달체계에 기여하는 물질의 이상을 초래하고 결국 지방세포의 크기 조절 및 기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최성희 교수는 "내장지방 증가는 복부 비만의 대표적인 원인이고 복부 비만이 심해지면 당뇨 뿐만 아니라 대사증후군과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 요인 역시 높아진다"며 "이번 연구는 당뇨병의 조기치료 및 질병 원인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단백체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권위지인 '미국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회지(Molecular&Cellular Proteomics)' 3월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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