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잔인한 한반도의 4월, 또다시 시작되는 '핵위협'
입력 2014-03-31 12:14 
잔인한 한반도의 4월이 다시 시작되는 걸까요?

일 년 전 우리와 북한은 서로 거친 설전을 벌였습니다.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영철 / 정찰 총국장(2013년 3월 5일)
- "3월11일 그 시각부터 형식적으로나마 유지해오던 조선정전협정의 효력을 완전히 전면백지화해 버릴 것임. 누르면 발사하게 돼 있고 퍼부으면 불바다로 타 번지게 돼 있다."

▶ 인터뷰 : 김관진 / 국방부장관(2013년 3월 25일)
- "즉시에 '선 조치 후 보고'하라 몇 번 이야기했기 때문에 곧바로 원점 응징, 지원 세력 타격, 지휘 세력까지 타격이 가능하도록 …."

▶ 인터뷰 : 조선중앙TV / (2013년 4월 7일)
- "한시바삐 때려잡아야 할 우리 벌초대상입니다."

▶ 인터뷰 : 조선중앙TV / (2013년 4월 4일)
- "사실 김관진과 같은 괴뢰 군부 깡패들은 우리 혁명무력의 과녁으로 세울 일고의 가치도 없는…."

연례적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이맘때 시작되기 때문에 북한의 거친 말은 의례적인 것이긴합니다.

하지만, 어제 북한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언급한 터라 사실 긴장감은 더 커졌습니다.


어제 북한의 외무성 성명내용입니다.

▶ 인터뷰 : 조선중앙통신 외무성 성명(3월30일)
-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심사숙고해야 한다. 조선 반도에서 누구도 바라지 않는 파국적인 사태가 초래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이 지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이 고농축 우라늄 핵실험이거나 수소폭탄 핵실험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원자로나 재처리시설이 필요없는 우라늄 핵무기는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바로 그것입니다.

특히 북한에는 우라늄 광산이 풍부하기 때문에 북한의 우라늄 핵무기를 갖는다면 우리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엄청난 위협이 될 겁니다.

아직 핵실험에 대한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6년 대포동 2호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비난하면서 그해 10월 3일 외무성을 통해 핵실험 계획을 알려고 엿새 뒤인 10월9일 1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2차 핵실험도 마찬가지입니다.

2009년 4월5일 은하 2호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되자 같은 달 29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실험을 예고했고, 진짜로 5월25일 2차 핵실험을 했습니다.

2013년 1월에는 은하 3호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대북 제재안 채택 날에 3차 핵실험을 경고했고, 2월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북한 외무성 성명, 핵실험으로 이어지는 패턴입니다.

북한은 이번에도 지난 26일 새벽 평양 북방에서 동해 쪽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고, 유엔 안보리는 규탄 성명을 채택했습니다.

어제 외무성 성명이 있었으니, 과거 패턴대로라면 이제 북한은 정말 4차 핵실험만 남겨 놓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북한이 4~6주 정도면 핵실험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과연 4차 핵실험을 할까요?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은 4월에 있는 북한의 행사일정 때문이기도 합니다.

당장 9일 13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가 열리고, 4월15일은 북한이 최대 명절로 꼽는 김일성 생일인 소위 태양절입니다.

25일은 북한군 창건일입니다.

북한은 매년 김일성 생일과 북한군 창건일을 앞두고 내부 결속용 행사를 하거나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여 왔습니다.

지난해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한 것도 4월입니다.

핵실험이 아니더라도 다른 형태의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평양 미림비행장에 병력과 포병 화기를 집결시켰다는 얘기도 들리고, 오늘 오전에는 우리 서북도서와 인접한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북쪽 해상에 선박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어제는 우리가 북한 나포 어민을 돌려보낸 것을 트집 잡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북한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 "남조선 괴뢰 군부 호전광들이 우리 평화적인 어선을 강압적으로 끌고 가면서 저지른 무지막지한 깡패행위, 우리 인원들에게 가한 비인간적이고 야수적인 만행에 대해서는 스쳐 지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앞에서 벌어진 괴뢰들의 깡패 행위는 또한 지금 남조선에서 강행되고 있는 독수리연합훈련과 때를 같이해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박근혜를 비롯한 남조선 당국이 북남합의를 어떻게 이행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지고 조치하겠습니다."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갖가지 트집을 잡아 서해에서 어떤 도발을 할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도발을 한다면 가까스로 풀리는 남북관계와 대북지원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겁니다.

한반도는 다시 얼어붙을 것입니다.

춘래불사춘, 봄은 왔지만 한반도의 봄은 아직 멀었나 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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