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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강한 류현진, 위기에 약한 다저스
입력 2014-03-31 12:03 
LA 다저스는 31일(한국시간) 8회 무너지면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 1-3으로 역전패했다. 사진(美 샌디에이고)=조미예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세 번의 위기, 두 번은 이겨냈으나 다른 한 번은 무너졌다. 류현진은 혼자 힘으로 두 차례나 극복했는데 LA 다저스는 그렇지 못했다.
다저스가 31일(한국시간) 시즌 첫 패배를 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 1-3으로 역전패했다. 호주 개막시리즈 2연승의 오름세를 잇지 못했다.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던 류현진의 시즌 2승도 함께 날아갔다.
‘개인 류현진과 ‘팀 다저스는 이날 극과 극이었다. ‘강심장 류현진은 위기에 강했다. 위력적인 공을 던지면서 실점 위기를 모면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랬다. 그것도 혼자 힘으로 해냈다.
그런데 다저스는 류현진이 떠난 뒤 속절없이 무너졌다. 불펜도, 야수도 엉망이었다. 어렵게 지켜나가던 1점차 리드를 너무 허무하게 빼앗겼다.
류현진은 최고였다. 찬사도 아깝지 않다. 경기 초반 분명 류현진은 흔들렸다. 제구가 잘 안 잡혔고, 샌디에이고 타선도 참 끈질겼다. 그러나 류현진의 집중력이 더 대단했다.
류현진은 1회 무사 2,3루에서 체이스 헤들리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뒤 제드 저코를 고의4구로 내보내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욘더 알론소와 승부해, 병살타를 노리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리고 그 의도대로 93마일의 빠른 공으로 알론소를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해 병살타로 연결했다.

2회에도 토미 메디카와 윌 베나블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서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류현진은 침착했다.
류현진은 레네 리베라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았고 앤드류 캐슈너의 희생번트로 2아웃까지 만들었다. 주자가 한 베이스씩 진루해 2,3루가 됐지만 류현진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에베스 카브레라와의 대결에 집중했다. 그리고 예리한 86마일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이후 위기는 없었다. 류현진은 16타자 연속 아웃 처리하는 등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다. 류현진의 호투 속에 다저스는 위기를 겪지 않았다.
그런데 류현진이 마운드를 내려간 후 다저스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류현진 없이는 힘들었다.
‘필승조 브라이언 윌슨이 8회 류현진의 바통을 이어받았는데, 첫 타자인 대타 세스 스미스에게 밋밋한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동점 홈런을 허용했다. 류현진의 승리투수 요건이 상실된 한방이었다.
다저스의 문제는 그 이후였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0.66을 자랑한 윌슨은 그 안정감을 잃었다. 대타 야스마니 그랜달을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에베스 카브레라의 번트 타구를 놓쳤다. 1사 2루가 무사 1,2루가 됐다.
윌슨의 불안감은 내야진으로 전이됐다. 수비 미스로 주자들의 진루를 막지 못하더니 크리스 디노르피아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1-3이 됐다. 아드리안 곤잘레스마저 헤들리의 타구를 놓치는 실책을 저질렀다. 우왕좌왕, 그리고 엉망진창이었다.
류현진이 없는 가운데 딱 한 번의 위기였다. 그러나 류현진 없이는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다저스였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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