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상장사 A사 지분 15%가량을 보유 중인 B자산운용사는 A사에 탐방 요청을 했다가 거절당했다. A사 기업홍보(IR) 담당자가 "증권업 관계자에게 괜히 말 잘못했다가 불공정거래로 오해받을까 걱정된다"며 추후에 일정을 잡자고 완곡하게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 담당자는 실적 전망이나 투자계획 등에 관한 질문에도 말을 흐렸다.
#. C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사내 감사실장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금융당국에서 코스닥 상장 D사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를 마치고 곧 열릴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에 관련 안건을 올릴 예정인데, D사 사건과 연관된 애널리스트가 없는지 파악해 달라는 게 요지였다.
금융당국이 최근 CJ E&M의 실적 정보 사전 유출 사건 관련자들과 관계기관들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 조치에 나서면서 자본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기업 IR 담당자와 애널리스트',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사이의 정보 교류가 끊긴 것은 물론 주요 기관들도 투자 회사의 경영 현황을 파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중소형주 투자로 명성이 높은 한 펀드매니저는 "예전에는 (회사 측에서) 실적이 늘어날지 줄어들지 방향성 정도는 귀띔해줬지만 CJ E&M 사건 이후에는 아예 실적에 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며 "투자계획 여부도 전혀 알려주지 않아 탐방을 가도 아무런 성과없이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본시장의 3대 축인 상장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간 정보 교류를 사라지게 한 CJ E&M 사건은 작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CJ E&M의 IR 담당자는 일부 애널리스트들에게 2013년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달했다.
이 같은 정보를 취득한 애널리스트들은 고객인 펀드매니저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매도가 집중되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9.45% 급락했다.
이에 따라 증권선물위원회는 CJ E&M IR 담당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3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해당 애널리스트가 소속된 증권사들에 기관경고 등 조치에 나섰다.
이 사건 이후 각 증권사 홍보실과 정보팀의 주된 업무 중 하나가 금융당국의 조사 여부를 파악하는 일이 됐다. 각사 정보 담당자들이 모이면 "금융감독원이 모 업체의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식의 얘기가 주요 화제가 된다.
최근에는 금감원이 코스닥 상장사 D사 관련 주가조작 혐의 조사를 마치고 이를 자조심 안건으로 상정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 직원들은 이에 대한 진위 여부 파악에 나서느라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 사건은 이 회사의 유상증자 건을 사전 파악한 한 증권사에서 관련 정보를 펀드매니저들에게 전달하면서 주가가 급락한 경우다.
하지만 금감원이 D사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소문과 달리 아직 자조심에 올릴 정도의 구체적인 혐의를 파악하진 않은 상태다. 뜬소문 때문에 증권가가 몸살을 앓은 셈이다.
이런 현상이 그동안 만연해 있던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는 성장통이라는 시각도 상당하다.
정순섭 서울대 교수는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서다보니 시장이 몸살을 앓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불공정거래 관련 제도가 강화될 때마다 일정 기간 시장이 가라앉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오히려 불공정거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당국의 규제 강화로 일종의 위축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애널리스트들과 펀드매니저들이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분석 및 투자판단 역량을 키우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수현 기자]
#. C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사내 감사실장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금융당국에서 코스닥 상장 D사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를 마치고 곧 열릴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에 관련 안건을 올릴 예정인데, D사 사건과 연관된 애널리스트가 없는지 파악해 달라는 게 요지였다.
금융당국이 최근 CJ E&M의 실적 정보 사전 유출 사건 관련자들과 관계기관들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 조치에 나서면서 자본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기업 IR 담당자와 애널리스트',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사이의 정보 교류가 끊긴 것은 물론 주요 기관들도 투자 회사의 경영 현황을 파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중소형주 투자로 명성이 높은 한 펀드매니저는 "예전에는 (회사 측에서) 실적이 늘어날지 줄어들지 방향성 정도는 귀띔해줬지만 CJ E&M 사건 이후에는 아예 실적에 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며 "투자계획 여부도 전혀 알려주지 않아 탐방을 가도 아무런 성과없이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본시장의 3대 축인 상장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간 정보 교류를 사라지게 한 CJ E&M 사건은 작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CJ E&M의 IR 담당자는 일부 애널리스트들에게 2013년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달했다.
이 같은 정보를 취득한 애널리스트들은 고객인 펀드매니저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매도가 집중되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9.45% 급락했다.
이에 따라 증권선물위원회는 CJ E&M IR 담당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3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해당 애널리스트가 소속된 증권사들에 기관경고 등 조치에 나섰다.
이 사건 이후 각 증권사 홍보실과 정보팀의 주된 업무 중 하나가 금융당국의 조사 여부를 파악하는 일이 됐다. 각사 정보 담당자들이 모이면 "금융감독원이 모 업체의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식의 얘기가 주요 화제가 된다.
최근에는 금감원이 코스닥 상장사 D사 관련 주가조작 혐의 조사를 마치고 이를 자조심 안건으로 상정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 직원들은 이에 대한 진위 여부 파악에 나서느라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 사건은 이 회사의 유상증자 건을 사전 파악한 한 증권사에서 관련 정보를 펀드매니저들에게 전달하면서 주가가 급락한 경우다.
하지만 금감원이 D사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소문과 달리 아직 자조심에 올릴 정도의 구체적인 혐의를 파악하진 않은 상태다. 뜬소문 때문에 증권가가 몸살을 앓은 셈이다.
이런 현상이 그동안 만연해 있던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는 성장통이라는 시각도 상당하다.
정순섭 서울대 교수는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서다보니 시장이 몸살을 앓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불공정거래 관련 제도가 강화될 때마다 일정 기간 시장이 가라앉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오히려 불공정거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당국의 규제 강화로 일종의 위축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애널리스트들과 펀드매니저들이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분석 및 투자판단 역량을 키우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