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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가는 구렁이 윤성효, 탈 벗고 독사가 되다
입력 2014-03-29 06:01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이미지를 벗고 푸근한 아저씨로 변신한 윤성효 감독이 다시 매서운 독사로 돌아왔다. 친정 수원과의 대결을 앞두고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윤성효 부산 감독은 요새 웃음이 많아졌다. 많아졌다는 것을 넘어 헤프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여유가 넘친다는 질문에 인상 쓰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예”라며 허허실실로 일관이다.
불과 2년 전만해도 윤 감독은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의 전형에 가까웠다. 수원의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이야기다. 하지만 지난해 고향 부산의 사령탑을 맡은 뒤 조금씩 달라졌다. 과거에는 자신도 잘 웃지 않던 사람이 이제는 남을 웃기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다시 웃음기를 뺐다. 선수들의 정신이 해이해졌다며 일갈했다.
한껏 여유로워진 윤성효 감독과 함께 부산아이파크는 시즌 초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직 4라운드 초반이기는 하지만 중위권으로 시즌 뚜껑을 열기 전까지 중위권 정도로 분류되던 부산은 2승1무1패로 4위에 올라있다. 지난 8일 원정 개막전에서 전북에게 0-3으로 패할 때만해도 불안했으나 2, 3라운드에게 강호 포항과 서울을 연파했다.
1-1 무승부로 끝나면서 연승에 제동이 걸렸으나 지난 4라운드도 부산으로서는 소기의 성과였다. 승점을 추가하면서 순위를 4위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전북에게 완패할 때도 웃었던 윤성효 감독은 선수들을 크게 질타했다.
결과적으로 상주가 더 아까웠던 경기다. 부산은 전반 39분 이상호에게 PK를 허용하면서 끌려갔고 후반 22분에는 공격의 핵 파그너가 퇴장 판정을 받아 잔여시간을 10명에서 싸워야했다. 그런 와중 후반 43분 양동현의 극적인 골이 터지면서 무승부로 마감됐으니 차라리 다행에 가까운 결과다. 하지만 윤 감독의 심기는 불편했다.
당시 경기 후 윤성효 감독은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한 뒤 경기 초반 선수들의 모습에 아쉬움을 느낀다. 그나마 만족스러운 것은 파그너가 퇴장 당한 이후 보여준 선수들의 적극적인 경기 운영뿐이었다”고 쓴 소리를 이었다. 이유 있는 지적이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스로 말한 올해는 잡아야할 팀은 꼭 잡아야한다”는 목표와 관련이 있다.

윤 감독은 지난해 부산은 강팀에는 나름 강했으나 약팀에게 오히려 약한 모습을 보였다. 대전, 강원 등 객관적인 전력이 다소 떨어지는 팀들에게만 승점을 잘 챙겼어도 ACL 진출까지 노려볼 수 있었다”면서 상주전에서 지난해 부산의 모습이 보였다. 프로라면 한 순간도 방심해서는 안된다”며 선수들의 부족한 정신력을 꼬집었다. 타이밍 상 적절한 채찍이었다.
개막과 동시에 전북-포항-서울 등 강호들과의 대결을 2승1패로 잘 통과했다. 서울 원정에서 승리한 뒤 윤 감독은 강팀들과의 3연전이 ‘도 아니면 모라고 생각했다. 3연패할 수도 있었으나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비로소 기쁨을 전한 뒤 이 분위기를 살려서 계속 연승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어려운 고비를 잘 넘겼으니 탄력을 받아야한다는 다짐이었는데 생각과 다르게 무승부에 그쳤으니 허허실실을 잠시 접어야했다.
게다 다음 라운드가 30일 수원 원정이다. 윤성효 감독이 부산으로 오기 전 맡았던 팀으로, 반드시 잡고 싶을 상대다. 개인적인 인연도 인연이지만 팀으로서도 고비다. 부산은 수원을 만난 뒤 오는 4월6일 울산과 홈에서 맞붙는다. 만만한 팀이 없는 시즌이지만, 수원-울산 2연전은 포항-서울전 만큼 난관이다.
정상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서도 올해는 우리도 해볼 만하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는 윤성효 감독이다. 내심 자신이 있다는 말이고 이는 ‘잡아야할 팀은 잡아야한다는 발언 속에서도 뼈를 찾을 수 있다. 이처럼 구렁이 같은 윤성효 감독이 허허실실 탈을 벗어버리고 독사로 변신한 느낌이다. 결국 수원은 잡아야할 팀이라는 것일까? 30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답을 찾을 수 있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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