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이렇다 할 취미도, 별다른 외출도 없이 살림에 전념하던 ‘주부 9단 여자 넷이 제대로 외출(!)에 나섰다. 대놓고 ‘미시그룹 ‘아줌마그룹이라는 이름으로 가요계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낸 것. 이름 하여 ‘소녀시절이다.
멤버 구성도 특별하다. 결혼 3~4년차 새내기 주부를 비롯해 결혼 8년차 종갓집 며느리까지. 하지만 모두 ‘한 기럭지에 ‘한 미모 하는, 그야말로 2014년 요즘 떠오르는 젊은 주부들이다.
이들의 인연은 결혼 후 육아와 내조에 전념하던 중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나간 미시즈 미인대회에서 시작됐다. 당시 대회에서 1등을 한 박수아를 리더 김유정이 눈여겨 봐 캐스팅했고, 이후 또 다른 대회에서 왕희와 현예은을 만나 팀을 구성하게 됐다.
김유정은 과거 걸그룹을 준비했다 꿈이 좌절된 케이스로, 모델로도 활동했으며 쇼핑몰 사업에 뛰어드는 등 열정적인 생활을 이어왔다. 부산에서 KTX를 타고 매일 출퇴근하는 ‘성실파 왕희는 유기견 관련 봉사활동과 방송 관련 일을 꾸준히 해왔다.
성악을 전공한 현예은은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다 결혼 후 육아에 전념하며 간간히 주부 모델로 활동하는 등 예쁜 ‘미시의 삶을 이어왔다. 막내 박수아는 걸그룹을 준비하다 비교적 이른 나이 결혼해 딸 둘을 낳은 종가집 며느리다.
데뷔곡 ‘여보 자기야 사랑해 발매 당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소녀시절은 미시그룹이라는 이유로 여러 안무팀으로부터 거절당했다. 과도한 페이를 요구하는 분들도 있었다”며 아줌마라서 받는 설움을 토로했다.
솔직히 미시를 받아줄 회사는 없었어요. 그래서 음반을 제작할 때, 우리 용돈을 모아서 제작비에 보탰죠. 안무도 직접 우리가 짰고요. 여느 걸그룹처럼 회사에서 만들어주는 팀이 아니에요.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해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거든요. 우린 생계형 아줌마 그룹입니다.”
처음엔 무시를 많이 당했어요. 주부라는 데 고정관념이 있나보더라고요. 아줌마 그룹? 주부그룹? 하며 반신반의하는 반응을 받았는데, 막상 직접 만나보시더니 괜찮다는 반응이 많았죠. 솔직히 자존심 되게 상하죠. 하지만 그런 반응, 인정해요. 우린 아줌마니까. 속상하진 않지만, 아줌마도 아줌마 다름의 생각이 있다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만 음악하란 법 없고, 모두 다 아줌마가 될 거니까, 많은 사람들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김유정, 현예은)
이들은 정식 음원 공개를 앞두고도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대청소를 하는 등 여느 주부들과 같은 일상을 보냈다. 남편들의 반대를 오랜 설득 끝에 물리친 만큼 혹시 가사에 공백이 생길까, 밑반찬도 더 많이 준비해놓는 ‘천생 주부다.
검색어 순위가 1위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저희는 시장에서 장 보고 있었어요. 살림하는 짬을 내서 이 모든 것을 해야 하고, 집에도 소홀하면 안되니까 몇 배는 더 부지런해져야죠.”(왕희)
예전에 걸그룹 연습생을 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 다르죠. 주부가 돼 시작한 만큼 책임감이 강하달까요. 주부의 스케줄은 정말 꽉 차있거든요. 아이들 데리고 씻기고 먹이고 남편 뒷바라지 하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게 부담도 있지만, 그럴수록 더 열심히,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한다 생각했죠.”(김유정)
가족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당차게 출발했지만 공개와 동시에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톱 걸그룹 소녀시대와 비슷한 팀명 때문에 속 보이는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한 멤버들의 반응은 어떨까.
팀명이 ‘소녀시대와 비슷하다 보니 거기서 오는 비호감의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린 소비층이 전혀 다르거든요. 우리 같은 주부들이 애기아빠들, 가장들에게 따뜻하고 정감 있게 토닥토닥 해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서 ‘여보 자기야 사랑해라는 곡으로 나온 만큼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왕희)
관심은 너무 감사한데 우리 의도와 달리 공격을 당하는 게, 솔직히 겁나요. 그냥 우리 팀 자체로 봐주셨으면 좋겠고요. 우리도 가정이 있고 남편, 아이가 있는데, 가족을 포기하고 가수를 하는 게 아니라 병행하는 거니까 기왕이면 선플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어요.”(현예은)
예전 ‘소녀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미로 팀 이름을 소녀시절로 한 거예요. 소녀시대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고, 부담스럽죠. 감히 비교하지 말아주세요. 우린 그저 소녀시대의 팬일 뿐입니다.”(김유정)
‘미시그룹 ‘아줌마그룹이라는 꼬리표에 대해서도 당당했다. 미시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미시가 빠지면 우린 의미가 없어요. 주부라는 건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고 싶지도 않은 이름이죠. 그 타이틀을 달고 활동하는 게 좋고, 편안하고. 그게 더 자랑스러운 것 같아요.”(박수아)
처음엔 우리도 과연 주부 그룹으로 나와서 성공할 수 있을까 싶었죠. 하지만 연습하는 과정에서 ‘정말 주부가 편하구나 싶었죠. 우리만의 특별한 색깔이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소녀시절 2기, 3기도 나올 수 있도록 멋진 이름으로 만들어갈 계획입니다.”(김유정)
마지막으로 ‘소녀시절이 딸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부탁했다. 먼저, 아이 없이 개어린이 두 명 키우고 있다”는 ‘일등 견주 왕희는 집을 이틀 정도만 비워도 되게 서운해하고 삐진다. 정말 사람아이 키우듯 하고 있으니 같이 있는 시간 동안 더 많이 아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엄마가 길잡이가 돼 주고 싶어요. 옛날엔 여성이 시집가서 현모양처로 사는 게 덕이라고 했잖아요. 요즘도 맞는 이야기지만 우리가 자랄 땐 하고 싶은 걸 다 하라고 교육받으며 자라다 막상 사람이 좋아서 결혼한 뒤 현실을 맞닥뜨리니 힘들더군요. 여성이 감당하고 포기해야 할 게 많아서요. 한동안 딜레마에 빠졌죠. 내가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게 옳은 것인가. 그러다 내린 결론은, 나처럼 배우고 자라도 이렇게 사는 게 순환이 된다면 이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우선순위는 가족을 높게 두되, 내 재능을 펼치고 하는 모습을 보는 게 아이에게도 좋겠다 싶었죠. 아이에게 물어봤어요. ‘엄마가 집에 있는 게 좋아 TV 나오는 게 좋아 물어보니까 TV 나오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지지해줘서 고맙고, 엄마가 엄마 삶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현예은)
아 왠지 뭉클한데? 저는 또래에 비해 결혼을 일찍 한 편이고 딸도 연년생으로 낳아서, 젊은 엄마죠. (딸이) 친구들 앞에서도 엄마 자랑스러워 해주고, 화장 안 한 모습 한 모습을 보여주면, 한 게 훨씬 예쁘다고 하네요 하하. 가족들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때 하는 거라고 지원해주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선 능력도 있어야 하는 거니까,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죠.”(박수아)
우리 엄마 세대 땐 결혼을 일찍 하셨지만 저는 자랄 때,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결혼 늦게 해라고 배웠어요. 결혼하면 하고 싶은 건 끝이라고요. 그런데 우리 아이 세대는 다를 것 같아요. 우리 같은 주부 그룹도 나오고 일 하는 주부도 많으니까요. 딸에게 모든 걸 해보고 나서 결혼하라고 얘기하고 싶진 않아요. 결혼은 또 다른 시작이요, 제2의 인생이죠. 저도 제1의 인생을 살다가 아기 낳고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는데, 결혼과 동시에 끝이 아닌, 무언가 또 다른 내가 생긴다고 생각하고, 그런 마음으로 살아줬으면 좋겠어요.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고, 끝이라는 생각 말고 언제나 자신감 있게 살아주길 줬으면 합니다.”(김유정)
psyon@mk.co.kr
이렇다 할 취미도, 별다른 외출도 없이 살림에 전념하던 ‘주부 9단 여자 넷이 제대로 외출(!)에 나섰다. 대놓고 ‘미시그룹 ‘아줌마그룹이라는 이름으로 가요계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낸 것. 이름 하여 ‘소녀시절이다.
멤버 구성도 특별하다. 결혼 3~4년차 새내기 주부를 비롯해 결혼 8년차 종갓집 며느리까지. 하지만 모두 ‘한 기럭지에 ‘한 미모 하는, 그야말로 2014년 요즘 떠오르는 젊은 주부들이다.
이들의 인연은 결혼 후 육아와 내조에 전념하던 중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나간 미시즈 미인대회에서 시작됐다. 당시 대회에서 1등을 한 박수아를 리더 김유정이 눈여겨 봐 캐스팅했고, 이후 또 다른 대회에서 왕희와 현예은을 만나 팀을 구성하게 됐다.
김유정은 과거 걸그룹을 준비했다 꿈이 좌절된 케이스로, 모델로도 활동했으며 쇼핑몰 사업에 뛰어드는 등 열정적인 생활을 이어왔다. 부산에서 KTX를 타고 매일 출퇴근하는 ‘성실파 왕희는 유기견 관련 봉사활동과 방송 관련 일을 꾸준히 해왔다.
성악을 전공한 현예은은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다 결혼 후 육아에 전념하며 간간히 주부 모델로 활동하는 등 예쁜 ‘미시의 삶을 이어왔다. 막내 박수아는 걸그룹을 준비하다 비교적 이른 나이 결혼해 딸 둘을 낳은 종가집 며느리다.
데뷔곡 ‘여보 자기야 사랑해 발매 당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소녀시절은 미시그룹이라는 이유로 여러 안무팀으로부터 거절당했다. 과도한 페이를 요구하는 분들도 있었다”며 아줌마라서 받는 설움을 토로했다.
솔직히 미시를 받아줄 회사는 없었어요. 그래서 음반을 제작할 때, 우리 용돈을 모아서 제작비에 보탰죠. 안무도 직접 우리가 짰고요. 여느 걸그룹처럼 회사에서 만들어주는 팀이 아니에요.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해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거든요. 우린 생계형 아줌마 그룹입니다.”
처음엔 무시를 많이 당했어요. 주부라는 데 고정관념이 있나보더라고요. 아줌마 그룹? 주부그룹? 하며 반신반의하는 반응을 받았는데, 막상 직접 만나보시더니 괜찮다는 반응이 많았죠. 솔직히 자존심 되게 상하죠. 하지만 그런 반응, 인정해요. 우린 아줌마니까. 속상하진 않지만, 아줌마도 아줌마 다름의 생각이 있다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만 음악하란 법 없고, 모두 다 아줌마가 될 거니까, 많은 사람들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김유정, 현예은)
검색어 순위가 1위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저희는 시장에서 장 보고 있었어요. 살림하는 짬을 내서 이 모든 것을 해야 하고, 집에도 소홀하면 안되니까 몇 배는 더 부지런해져야죠.”(왕희)
예전에 걸그룹 연습생을 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 다르죠. 주부가 돼 시작한 만큼 책임감이 강하달까요. 주부의 스케줄은 정말 꽉 차있거든요. 아이들 데리고 씻기고 먹이고 남편 뒷바라지 하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게 부담도 있지만, 그럴수록 더 열심히,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한다 생각했죠.”(김유정)
가족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당차게 출발했지만 공개와 동시에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톱 걸그룹 소녀시대와 비슷한 팀명 때문에 속 보이는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한 멤버들의 반응은 어떨까.
팀명이 ‘소녀시대와 비슷하다 보니 거기서 오는 비호감의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린 소비층이 전혀 다르거든요. 우리 같은 주부들이 애기아빠들, 가장들에게 따뜻하고 정감 있게 토닥토닥 해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서 ‘여보 자기야 사랑해라는 곡으로 나온 만큼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왕희)
관심은 너무 감사한데 우리 의도와 달리 공격을 당하는 게, 솔직히 겁나요. 그냥 우리 팀 자체로 봐주셨으면 좋겠고요. 우리도 가정이 있고 남편, 아이가 있는데, 가족을 포기하고 가수를 하는 게 아니라 병행하는 거니까 기왕이면 선플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어요.”(현예은)
예전 ‘소녀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미로 팀 이름을 소녀시절로 한 거예요. 소녀시대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고, 부담스럽죠. 감히 비교하지 말아주세요. 우린 그저 소녀시대의 팬일 뿐입니다.”(김유정)
‘미시그룹 ‘아줌마그룹이라는 꼬리표에 대해서도 당당했다. 미시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미시가 빠지면 우린 의미가 없어요. 주부라는 건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고 싶지도 않은 이름이죠. 그 타이틀을 달고 활동하는 게 좋고, 편안하고. 그게 더 자랑스러운 것 같아요.”(박수아)
처음엔 우리도 과연 주부 그룹으로 나와서 성공할 수 있을까 싶었죠. 하지만 연습하는 과정에서 ‘정말 주부가 편하구나 싶었죠. 우리만의 특별한 색깔이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소녀시절 2기, 3기도 나올 수 있도록 멋진 이름으로 만들어갈 계획입니다.”(김유정)
엄마가 길잡이가 돼 주고 싶어요. 옛날엔 여성이 시집가서 현모양처로 사는 게 덕이라고 했잖아요. 요즘도 맞는 이야기지만 우리가 자랄 땐 하고 싶은 걸 다 하라고 교육받으며 자라다 막상 사람이 좋아서 결혼한 뒤 현실을 맞닥뜨리니 힘들더군요. 여성이 감당하고 포기해야 할 게 많아서요. 한동안 딜레마에 빠졌죠. 내가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게 옳은 것인가. 그러다 내린 결론은, 나처럼 배우고 자라도 이렇게 사는 게 순환이 된다면 이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우선순위는 가족을 높게 두되, 내 재능을 펼치고 하는 모습을 보는 게 아이에게도 좋겠다 싶었죠. 아이에게 물어봤어요. ‘엄마가 집에 있는 게 좋아 TV 나오는 게 좋아 물어보니까 TV 나오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지지해줘서 고맙고, 엄마가 엄마 삶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현예은)
아 왠지 뭉클한데? 저는 또래에 비해 결혼을 일찍 한 편이고 딸도 연년생으로 낳아서, 젊은 엄마죠. (딸이) 친구들 앞에서도 엄마 자랑스러워 해주고, 화장 안 한 모습 한 모습을 보여주면, 한 게 훨씬 예쁘다고 하네요 하하. 가족들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때 하는 거라고 지원해주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선 능력도 있어야 하는 거니까,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죠.”(박수아)
우리 엄마 세대 땐 결혼을 일찍 하셨지만 저는 자랄 때,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결혼 늦게 해라고 배웠어요. 결혼하면 하고 싶은 건 끝이라고요. 그런데 우리 아이 세대는 다를 것 같아요. 우리 같은 주부 그룹도 나오고 일 하는 주부도 많으니까요. 딸에게 모든 걸 해보고 나서 결혼하라고 얘기하고 싶진 않아요. 결혼은 또 다른 시작이요, 제2의 인생이죠. 저도 제1의 인생을 살다가 아기 낳고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는데, 결혼과 동시에 끝이 아닌, 무언가 또 다른 내가 생긴다고 생각하고, 그런 마음으로 살아줬으면 좋겠어요.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고, 끝이라는 생각 말고 언제나 자신감 있게 살아주길 줬으면 합니다.”(김유정)
psy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