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냉전시대 국방장관을 역임였던 제임스 슐레진저 미국 전 국방장관이 향년 85세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냉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1973년부터 1975년까지 그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밑에서 2년여간 국방부 장관을 지냈으며 베트남 전쟁 말 국방예산 감축을 추진한 의회를 향해 "미국의 국가안보는 소련과 마찬가지로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에 의존하고 있다"며 맞섰다.
강경 매파로 분류됐지만 소련에 대한 핵전략과 관련해서는 양국이 상대방을 치명적으로 파괴할 핵능력을 갖춰야 오히려 전쟁이 억지될 수 있다는 상호파괴확인(Mutually Assured Destruction) 개념의 전환을 주장한 것 역시 그다.
그는 비밀리에 핵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한 박정희 정권을 향해 "평양에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2만∼3만명이 사망하지만 반대로 소련이 서울을 향해 핵무기 공격을 가한다면 30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논리로 핵개발 포기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베트남전 당시 입대 기피자에 대한 사면 정책을 적극 검토했던 포드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어 결국 경질됐다.
그는 민주당 소속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밑에서는 초대 에너지부장관으로 발탁됐지만 여론과 의회와의 불화로 경질됐다.
그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기 전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군부에 "대통령이 핵무기와 관련된 지시를 내릴 경우 즉시 수행하지 말고 일단 국방부나 국무부의 재가를 받을 것"이라고 비밀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또 하버드대학 경제학박사 출신으로 버지니아대학 교수, 미국원자력위원회 의장,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을 맡았으며 말년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포로학대 파문과 관련해 독립조사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