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넘버3의 반란] 1등 롯데 안부러운 신세계百, 올해 판 엎는다
입력 2014-03-28 10:15  | 수정 2014-04-08 14:42

◆ ③ 신세계백화점, 올해 투자액 2조6천억원…백화점 빅3 중 가장 많아 ◆
'못하는 것'과 '안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전자가 능력의 문제라면 후자는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고르는 차원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동안 안한 일이라면 일단 '선택'해서 하기만 하면 해결될 일이 많다.
최근 몇 년 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의 행보가 이와 비슷하다. 이마트를 포함한 유통업계에서 강자로 통하는 신세계는 백화점 매출만으로는 업계 3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라이벌은 롯데, 현대가 아니고 글로벌 기업체들"이라고 말할 정도다.
최고급 백화점이란 브랜드 가치를 쌓아온 신세계는 올해 업계 1위보다 많은 투자액 설정 등 공격적인 투자를 선택했다. 확실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복안으로 업계 판도를 뒤집을 기세다.
◆ 강남·부산 센텀시티 등 최고·최대 백화점으로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매출 기준으로 1위는 롯데, 2위 현대, 3위 신세계가 차지하고 있다. 1,2위 간 매출 차이는 4조원 이상 나는 반면 2,3위는 1조원 내외로 경쟁이 치열하다.

실제 지난 3년간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매출액 차이는 2011년 8000억원, 2012년 9800억원, 2013년 1조원(추정치)으로 집계됐다. 각 사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매출액은 2011년 5조4000억원, 2012년 5조8000억원, 2013년 5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2011년 6조2000억원, 2012년 6조7800억원, 2013년 6조9000억원(추정치)을 달성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점포수는 전국 10개로 백화점 빅3 중 가장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위인 현대백화점(점포수 13개)과 매출 차이가 크지 않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신세계가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경기 위축에 소비가 부진하지만 신세계 주가는 롯데쇼핑이나 현대백화점 주가 하락폭보다 작아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시각도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40만4000원에 달했던 롯데쇼핑의 주가는 32만9000원(27일 종가)으로 22.7%가량 빠진 가운데 신세계는 25만3000원에서 22만8000원으로 11% 하락하는 데 그쳤다.
현재 추진 중인 서울 강남점 증축 및 부산센텀시티의 복합개발 계획은 신세계백화점의 '압도적 상권 1번점'이란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케 한다.
이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을 제치고 강남의 고급 백화점으로 통하고 있다. 따라서 강남점의 영업 면적을 조금만 더 넓힐 수 있다면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 본점의 매출을 앞지를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이와 관련 최근 주주총회의 인사말을 통해 "센트럴시티와 공동으로 복합개발을 추진 중인 강남점은 2015년까지 대한민국 넘버원 백화점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장 대표는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에 오른 부산센텀시티점에 대해서도 "현재 주차장으로 활용 중인 부지를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결합된 쇼핑몰로 개발하고 기존 백화점은 정통 럭셔리 패션 백화점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 올인…2위 아닌 1위랑 맞짱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투자액은 2조6000억원으로 현대백화점(7000억원) 뿐 아니라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1조2500억원)을 가뿐히 제쳤다. 지난해 2조4000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결정을 신세계백화점이 내린 이유는 다름아닌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신규 출점에 올인하기 위해서다.
신세계백화점은 경기도 하남(2016년)과 고양 삼송지구(2016년)에 지을 복합쇼핑몰을 비롯해 동대구 복합환승센터(2016년) 및 김해 복합터미널(2015년)에 들어설 백화점 건설에 이 돈을 집중 투자한다. 2018년까지 동시다발적으로 4~5곳의 점포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와 롯데는 그 동안 유통업계 맞수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백화점도 예외는 아닌 가운데 향후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프리미엄아웃렛과 복합쇼핑몰에서도 여지없이 신세계와 롯데는 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세계의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과 롯데의 이천 프리미엄 아웃렛 간 경쟁이 있다.
신세계는 백화점 빅3중 처음으로 아웃렛 사업에 뛰어들며 2007년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을 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롯데가 인근 이천에 프리미엄 아웃렛을 열면서 상권 경쟁이 불가피해진 것. 신세계는 도전장을 내민 롯데에 여주 아웃렛 부지를 두배로 늘리는 등 반격에 나선 상황이다.
신세계와 롯데는 경기도 남부 상권에서 복합쇼핑몰로 또 한번 붙을 예정이다. 신세계가 오는 2017년 안성에 복합쇼핑몰을 세운다고 밝힌 가운데 롯데 역시 안성에서 불과 20km 떨어진 오산에 복합쇼핑몰을 세운다고 해 영토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와 롯데는 투자에 적극적인 까닭에 신사업을 펼치며 상권다툼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며 "(신세계백화점은) 투자에 보수적인 현대백화점이 아니라 곧장 1위 롯데백화점과 자존심을 내 건 경쟁에 돌입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복합쇼핑몰의 라이벌은 놀이동산"
백화점이 단순히 물건만을 파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해야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게 신세계백화점의 경영 철학이다. 신세계백화점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복합쇼핑몰 개발이 이같은 경영철학을 잘 반영하고 있다.
즉, 고급 백화점이란 브랜드 파워에 영화관, 골프연습장 등 문화시설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쇼핑과 새로운 가치 경험을 하게끔 도와주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 대표는 공공연하게 "복합쇼핑몰의 라이벌은 놀이동산"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산 센텀시티점이 좋은 예다. 당초 세계 최대 규모의 센텀시티점이 부산에 들어설 때만 해도 주변 상권이 형성되기까지는 오래 걸릴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개점 1년만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것은 물론 부산의 상권 지형마저 변화시켜버렸다. 장 대표는 이같은 비결로 콘텐츠의 차별화를 꼽는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백화점은 90%가 판매시설이고 나머지 10%만 문화시설이 차지한다. 그러나 센텀시티점은 아이스링크, 스파 영화관, 골프연습장 등 문화시설이 40%에 달하고 있다. 특히 옥상 공원에 들어선 공룡테마 공원인 쥬라지 테마파크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 입소문이 나 주말이면 2만명 가까운 고객들이 인근 지역에서 몰려올 정도로 관광 명소가 됐다.
"꼭 가야하는 이유가 있는 백화점이 돼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장 대표의 평소 지론이 결실을 잘 맺은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이같은 경영 전략에 금융투자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백화점업계의 외형 경쟁만으로는 더 이상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연우 대신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백화점은 쇼핑과 지역 명소로서 역할을 동시에 해야지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좋은 입지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대형 점포들을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은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소비 경기 부진에 따라 적극적인 비용 절감 노력을 해왔다"며 "비용 효율화 노력과 감가상각비 감소를 통해 소비 경기 회복시 빠른 수익성 개선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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