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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가 부담스런 봉동이장과 황선대원군
입력 2014-03-26 06:01 
전북과 포항의 경기는 ‘소문난 잔치’로 꼽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도 황선홍 감독도 부담스러운 승부다. 팬들이 원하는 정면승부는 펼쳐지지 않을 공산이 적잖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26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현대와 포항스틸러스의 대결은 2014년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최고의 빅매치다. 시즌 더블에 빛나는 디펜딩 챔피언(포항)과 올 시즌 우승후보 0순위(전북)으로 꼽히는 강호들의 빅뱅이다.
지난해 FA컵 결승(10월19일)에서 맞붙었던 기억까지 합쳐져 ‘소문난 잔치로 꼽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최강희 전북 감독도 황선홍 포항 감독도 부담스러운 승부다. 어쩌면, 팬들이 원하는 정면승부는 펼쳐지지 않을 공산이 적잖다.
전북은 정규리그 개막 후 초반 2연승을 달리다 지난 3라운드 상주 원정에서 0-0으로 비기면서 한풀 꺾였다. 판정시비 논란을 일으켰던 지난 18일 광저우 원정에서의 1-3 패배와 함께 잠시 주춤한 상태다. 반면 포항은 상승세다. 개막전에서 울산에게, 2라운드에서 부산에게 거푸 패하면서 초반 2연패를 당했던 포항은 지난 22일 수원을 홈으로 불러들여 2-1 역전승을 거두면서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했다. 지난 18일 산동 루넝과의 ACL에서 0-2로 뒤진 상황에서 10명이 싸우다 2-2 무승부를 기록했던 기억과 합쳐서 신바람이 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저자세는 포항 쪽이다. 포항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포항이 전북과의 경기에서 이전과는 다른 멤버를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지금껏 거의 같은 스쿼드로 ACL과 정규리그를 병행했던 포항이기에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이고 이에 전북전은 충전을 위해 다른 얼굴을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귀띔이었다.
황선홍 감독도 비슷한 뜻을 암시했다. 수원전이 끝난 뒤 황선홍 감독은 어차피 수원전까지는 같은 멤버로 운영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른 카드를 고려해야할 것 같다”말로 로테이션을 가동할 의중을 드러냈다. 수원전 승리로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만약 3라운드 때까지 승점을 챙기지 못했다면, 전북전도 베스트를 가동해야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전북에게 포항전은 ‘리벤지다. 지난해 막바지 전북과 최강희 감독의 계획을 무산시킨 장본인이 포항이다. 전북은 지난해 9월8일 안방에서 포항에게 충격적인 0-3 패배를 당했고 언급했듯 10월에 FA컵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무릎을 꿇었으며 11월16일 포항 원정에서 1-2로 패하면서 빈손으로 시즌을 끝냈다. 반면 포항은, 전북이라는 큰 보약을 먹고 결국 시즌 더블을 달성했다. 전북과 최강희 감독으로서는 절치부심할 상대다.

내심 정면승부를 통해 빚을 깔끔하게 청산하고 싶은 바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황선홍 감독의 ‘1.5군 복안은 최강희 감독의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전북도 다음 스케줄을 생각한다면 진검승부가 조심스럽다.
전북은 29일 성남과의 홈경기를 거쳐 오는 4월2일, 전주성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ACL 4차전을 치른다. 포항에 대한 복수심보다 더 큰 감정으로 맞아야할 상대다. 광저우 원정에서 극심한 텃세를 당했던 최강희 감독은 이러면 광저우가 우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주에서는 복수해 줄 것”이라는 돌직구로 리턴매치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 그 중요한 승부를 앞두고 강호 포항을 만난다는 것은 최강희 감독과 전북으로서도 껄끄러운 일이다.
포항도 4월2일 산둥 루넝과의 ACL 4차전을 치러야하는데 가뜩이나 원정이다. 황 감독의 로테이션 운운은 그래서 더 신빙성이 있다. 뚜껑을 열어봐야겠으나 가진 것을 모두 쏟아 붓기는 서로가 조심스럽다. 팬들이 기대하는 잔칫상은 다소 밋밋할 수 있다. 물론, 출전하는 선수들의 승부욕과는 다른 문제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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