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후폭풍…금융거래 까다롭고 복잡해져

#하루 평균 2~3번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직장인 김지성(35·가명) 씨. 요즘 인터넷뱅킹을 할 때면 짜증부터 난다. 언제부터인가 자금이체 시 별도의 문자·전화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까닭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신용카드로 항공권을 구입한 정하영(33·가명) 씨. 결제 과정을 생각하면 다소 불편하다. 예전에는 항공권 예약과 동시에 결제하면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지금은 전화 등 별도의 결제 승인을 거쳐 항공권 예약이 최종 확정된다.
카드사, 이동통신사, 택배회사, 심지어 보험회사 고객정보 유출까지 일련의 정보유출 사태로 자금이체 등 전자금융거래 시 보안이 강화되면서 애꿎은 소비자들만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싱·해킹 등 금융사기를 보상하는 보험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정보유출로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전자금융사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금이체한도 축소부터 보안카드보다 안전한 일회용비밀번호발생기(OTP) 신청까지 권고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전자금융사기로부터 고객의 금융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전자금융 보안등급 및 자금이체한도 변경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의 경우 자금이체 시 문자를 비롯해 ARS를 통한 전화 승인까지 절차가 늘어 한번 자금이체에 로그인→계좌비밀번호→보안카드번호→문자승인번호→ARS승인번호→공인인증서비밀번호 등 6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자금이체가 가능하게 됐다.
카드사들은 모든 결제 건에 대해 문자 알림서비스를 보내는 한편 부정사용 방지를 위해 인터넷, 홈쇼핑 등 비대면 거래 시 재차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는 등 결제 단계를 강화하는 추세다.
전자금융거래의 장점인 신속함과 편리함이 정보유출 사태로 제약받으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불편에 더해 불안감도 호소하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안전한 금융거래가 우선이지만 감수해야하는 불편이 적지 않다"며 "때론 지나친 정보 확인 절차에 오히려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급기야 정보유출로 인한 개인정보 불감증이 사회적으로 증폭되자 피싱·해킹 등 금융사기에 대해 보상하는 보험도 곧 출시를 앞두게 됐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은 카드위변조, 명의도용 등에 대한 담보를 추가할지 말지에 대해 검토를 끝내고 이르면 이번 주 피싱·해킹 금융사기 보상보험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금융사기 보상 보험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싱·해킹 금융사기 보상보험은 현재 판매 중인 개인정보보호 배상 책임보험과는 다르다.
개인정보보호 배상 책임보험은 금융사가 가입해 해킹 등 금융 사고에 따른 배상을 받지만 금융사 책임이 아닐 경우 고객에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피싱·해킹 금융사기 보상보험은 금융사가 가입한 뒤 해킹 등 사고가 발생하면 금융사의 책임 여부를 묻지 않고 무조건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게 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고객 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금융사들이 이 보험에 우선적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