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이 유일한 탈출구인데 불확실성과 가변성이 있다."
류승협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최근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B+로 강등한 것에 대한 입장을 지난 24일 밝혔다.
국내 신용평가사가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 수준으로까지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세미나를 통해 현대그룹의 구조조정 성공 가능성 점검에 관해 발표한 류 실장은 "현대상선은 지난해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에비타)이 마이너스 1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자금시장에서 롤오버도 안되고 있다"며 "재무적인 신용위험이 지속되고 있어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이미 트리플B 신용등급에서도 자금 조달이 안된 상황. 그는 "현재로서는 회사채 신속인수제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어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 역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류 실장은 현대그룹이 지난해 12월에 내놓은 구조조정안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판단을 내렸다.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부문 매각과 현대증권 지분 매각안 등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매각자산의 이익이 커야 재무비율 개선이 가능하고, 해운사업이 정상화돼야 금융비용을 커버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컨테이너 수급구조 개선은 장기간 소요될 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 또한 제한적이며, 호황기에도 과거처럼 영업이익률 10%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LNG 부문 매각이익이 향후 재무비율 개선의 핵심인 가운데 현대증권의 매각손실을 최소화해야하며 파생상품 부담도 반드시 해소해야 할 과제라고 꼽았다.
한신평은 현대상선 뿐 아니라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도 투기등급인 BB+로 하향조정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현대그룹 관계자들이 참석, 이례적으로 한신평 분석에 대해 직접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현대그룹 측은 "현대상선은 2012년부터 비용절감에 초첨을 맞춰오고 있다"라며 "그 결과 2012년 대비 2013년 영업손실을 700억원 개선했고 2014년 이후에도 비용절감 부분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신평에서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한 이후 그룹 구조조정에 타격이 일부 있었으나 향후 구조조정의 성과가 가시화 된다면 등급의 상향에도 반영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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