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현물시장 개장'
24일 첫 거래를 시작한 금시장에서 금값이 장외시장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됐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금시장에 상장된 금은 g당 4만6천9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인 텐포어(Tenfore)가 제공하는 국제 금시세를 기준으로 거래소가 산정한 기준가격인 g당 4만6천330원보다 620원 높은 것입니다.
금값은 개장 전(오전 9~10시) 동시호가에서도 g당 4만6천950원에 형성됐으며, 장중 한 때 4만7천400원까지 올랐습니다.
장중 최저가는 4만6천73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가격대는 장외시장은 물론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상대인 은행의골드뱅킹보다도 비싼 수준입니다.
이날 장외시장에서 금값은 g당 4만6천450원 내외를 오갔습니다.
이는 장내시장보다 g당 500원, 한 돈(3.75g)당 1천875원 싼 가격입니다.
우정선 한국귀금속거래소 대표이사는 "금이라는 상품의 특성상 한 돈당 50~100원만 가격이 차이 나도 큰 것으로 본다"면서 "KRX금시장의 금 가격은 거의 일반인 소매가격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한은행이 고시한 골드뱅킹 시세도 KRX금시장보다 낮습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금시세인 트로이온스(31.1035g)당 1,328.95달러와 원·달러 환율 1,078.00원을 적용했을때 금시세는 g당 4만6천170.37원입니다.
골드뱅킹 가격은 여기에 수수료 1%를 적용한 g당 4만6천515.40원으로 역시 KRX금시장보다 g당 400원 가까이 쌉니다.
전문가들은 가격 차이가 나는 원인으로 KRX금시장에 공급되는 수입금에 붙는 세금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현재 KRX금시장에 공급되는 수입금에 대해선 관세(3.0%)가 면제되지만, 감면액의 20%인 농어촌특별세(0.6%)가 부과됩니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금을 수입할 경우 관세나 농어촌특별세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법적 기준이 애매해 관세당국과의 마찰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수입 후 수년 뒤에야 문제가 불거져 '세금폭탄'을 맞는 경우가 적지 않고,이 과정에서 관계자가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다만 이날 KRX금시장에서 거래된 금은 'FTA 금'이라고 거래소측은 밝혔습니다.
또 소유권이 본인에게 있지 않은 금은 판매할 수가 없어서 금을 대량으로 수입해 수입단가를 낮출 수 없다는 점도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최인제 보스턴메탈 사장은 "텐포어나 런던금시장연합회(LMBA) 등이 제시하는 금시세는 어디까지나 기준일 뿐 실제 금 수입단가는 이보다 낮게 형성된다"면서 "30~50㎏씩 수입해선 답이 나오지 않고, 200~500㎏이나 1t 이상씩 들여와야 단가를 낮춰 장외시장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의 경우 현물을 가져오되 소유권은 해외 금융기관 등이 여전히 갖고 있는 상황에서 대금을 송금할 때마다 해당 분량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받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거래 첫날이라 시장 참여자가 적은 것도 가격 왜곡을 불렀습니다.
실제 KRX금시장의 이날 총 거래량은 5천978g에 그쳤다. 체결건수는 183건, 거래대금은 약 2억8천만원이었습니다.
KRX금시장에는 8개 증권사와 49개 금 실물사업자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지만, 첫날 거래에 참여한 회원은 증권사 7개사와 자기매매회원 3개사에 불과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요 금수입업체 한 곳의 하루 거래량이 통상 30~40㎏인 만큼 거래량이 최소 10kg는 넘어야 금 거래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호철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은 "거래 첫날이어서 가격이 높게 형성된측면이 있다"면서 "업계에서 제기되는 농특세 폐지 등 방안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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