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지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총재가 IMF 개혁과 관련해 내놓은 발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개발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의 지지 없이는 신흥국들에게 더 큰 발언권을 주는 방향으로 IMF를 개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에 참석한 청중들에게 "신흥국들이 IMF내에서 더 큰 입지를 차지하고 더 큰 목소리를 내기 바라지만 내가 할 수 있는게 그다지 많지 않다"며 IMF 최대주주인 미국의 반대에 가로막힌 현실적인 한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44년 창설된 IMF체제는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의 주도로 만들어져 그동안 서방국가 위주로 움직여왔다. 하지만 수십년간에 걸친 고도 경제성장으로 덩치가 커진 중국 등 신흥국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서방국 위주의 IMF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돼왔다. 이와관련해 IMF는 지난 2010년 12월 IMF 출자지분(쿼터)기준으로 중국을 3번째 쿼터 보유국으로 위상을 확 높여주는 한편 브라질,인도 등 브릭스(BRICS) 국가와 신흥국 의결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IMF 개혁안을 의결한 바 있다. 당시 IMF 최대주주이자 유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 정부도 신흥국 쿼터를 확대하는 IMF 개혁방안 처리에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미국 의회가 IMF개혁법안 비준을 거부하면서 IMF개혁에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미국 의회는 미국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IMF에서 신흥국 쿼터확대로 미국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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