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새누리당은 '고성', 새정치연합은 '부글'
입력 2014-03-20 11:38  | 수정 2014-03-20 16:31
선거가 다가오면 으레 소란스러워지는 것이 정치권이긴 하지만, 요즘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을 보면 그저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선거는 정몽준 후보 측과 김황식 후보 측의 신경전이 극에 달했습니다.

신경전은 지난 16일 김황식 전 총리가 인천공항에 도착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잠깐 볼까요?

▶ 인터뷰 : 김황식 / 전 국무총리(14일)
- "지금부터 열심히 해서 야구로 말하자면 역전 굿바이 히트를 치는 그러한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정몽준 의원은 대단히 매력적인 분이죠. 꼭 부러운 것은 아니지만, 돈도 많으시고요."

▶ 인터뷰 : 정몽준 / 새누리당 의원(15일)
- "야구로 치면 한 5대 얼마가 되면 앞서가는 사람이 대개 이깁니다. 김 총리 연세가 있으신데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

▶ 인터뷰 : 김황식 / 전 국무총리(16일)
- "(정몽준 의원이) 저보다 나이가 많다 말씀을 하시는데 정몽준 후보와 저는 세 살 차이입니다. 여러분, 동료 기자들 세 살 차이면 저 분 나하고는 많이 차이가 나는 나이다 이렇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여러분이 판단해 주시길 바라고요. "

▶ 인터뷰 : 정몽준 / 새누리당 의원 (17일)
- "(어제 기자회견에서) 말씀하시면서 '서울이 대한민국 심장'이라는 표현 참 좋은데 제가 일주일 전에 먼저 썼거든요."

두 후보의 신경전은 급기야 선거 캠프의 충돌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18일 밤 황우여 대표가 주재한 만찬석상에서 정몽준 후보가 '당이 구심점이 없어 당 구실을 못하는 것 아니냐'며 황 대표에게 불만을 토로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황 대표가 김황식 후보 쪽을 지원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러자 김황식 캠프를 총괄하는 친박 이성헌 전 의원이 "대통령 지지율이 60%를 넘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고 맞받았습니다.


정 의원이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다"고 잘랐으나, 이 전 의원은 "재벌그룹 사장단회의도 아닌데 대표에게 너무 심하게 하는 것 아니냐. 여기는 정당이다. 어디서 회사 하듯이 그러느냐"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몽준 후보를 돕는 이노근 의원이 "당신이 왜 훈계냐"고 했고, 이 전 의원은 "당신이라니"하면서 고성이 오갔고, 멱살잡이 직전까지 갔다고 합니다.

이 모습을 본 정몽준 후보와 김황식 후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민주당은 이 모습을 보며 촌극이라고 논평했지만, 사실 민주당이 그런 비판을 할 처지도 아닙니다.

곧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안철수 위원장의 오락가락태도에 이런저런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안 위원장 측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추앙받는 6·15 공동선언과 10·4 남북 선언을 신당의 정강 정책에서 빼자고 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트위터에는 안철수 위원장을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글이 잇따랐고, 안 위원장과 같이할 수 없다는 격한 반응도 쏟아졌습니다.

안 위원장이 실무진 사이에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역시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안 위원장의 해명과 어제 시사마이크에 출연했던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18일)
- "(6.15와 10·4선언) 그 역사 인식들이 제대로 잘 정강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습니다."

▶ 인터뷰 : 정청래 / 민주당 의원(19일 MBN 시사마이크)
- "저는 ‘역사 인식의 부재, ‘철학의 빈곤이 빚은 재앙이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자기 머릿속이 정리가 돼있고 뚜렷하다면 말이 흐리지 않습니다. 애매모호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있는 대로 뚜렷하게 말하게 돼있습니다."

실무진 착오나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역사 인식의 부재와 정치 철학의 부재가 근본 원인이라면 이런 사태가 언제든 다시 생길 수 있
다고 정 의원은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안 위원장 측은 교학사 교과서 파동 때도 '소모적 논쟁'이라며 양비론을 들고 나왔고, 기초연금 시행과 관련해서도 역시 '소모적 논쟁'을 피하자며 새누리당과 정부안의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일들을 안 위원장 측은 버젓이 인정해버리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인식의 부재와 철학의 부재로 인한 내부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안철수 위원장 측은 지도체제를 놓고도 삐걱거림이 들립니다.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단은 어제 통합신당의 지도체제와 의사결정구조 등을 논의했는데, 당헌·당규분과위원장인 이계안 공동위원장이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합니다.

"더 이상 못하겠다. 나 안한다"고 고함을 지르며 윤여준 의장 등의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는 겁니다.

이계안 공동위원장은 왜 그랬을까요?

얘기를 들어보면, 안철수 의원은 권한이 강화된 단독 대표체제를 내심 원하면서도, 세간에 비치는 눈을 의식해 집단 체제의 기능도 가미하길 원한다는 겁니다.

단일 체제냐, 집단 체제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새정치라는 이름에 걸맞게 두 가지를 '짬뽕'하려 하니 이계안 공동위원장이 화가 났다는 겁니다.

이 역시 안철수 의원이 정치 현실과 '새정치'라는 이상 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기초의원 공천 폐지로 통합신당 쪽 선거 출마자들은 부글부글 끓고, 통합신당 지지율은 다시 새누리당의 반토막으로 떨어졌고, 중앙당의 삐걱거림은 계속되고, 그야말로 어려운 형국입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어느 쪽의 파열음이 더 클까요?

어느 쪽이든 그 파열음이 더 큰 쪽이 민심의 호된 질책을 받게 될 것은 분명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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