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SK컴즈, 네이버 다음 이어 포탈 업계 3위… 존재감은 '그 이하' ◆
지난 2012년부터 전국을 뒤흔든 '싸이 열풍'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사회 현상으로까지 비화됐던 토종 1세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의 높은 인기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수 싸이의 글로벌 인기를 나타내는 말로 완전히 바뀌었으며 '원조 싸이' 싸이월드는 그간 대중들에게 거의 잊혀진 존재가 됐다.
싸이월드를 만들어 대박을 쳤던 SK컴즈도 주가가 지난 2007년 4만5000원까지 올라 시가총액이 다음을 제치기도 했다. 그러나 18일 종가 기준으로 SK컴즈 주가는 6930원으로 6분의 1토막이 났다.
싸이월드 뿐만 아니라 PC 온라인 메신저 1위 네이트온, 포털 사이트 네이트 등으로 한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SK컴즈는 지금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다. 재창업 수준의 혹독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SK컴즈는 모바일 카메라 앱 '싸이메라'로 SNS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던지며 재기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 "아직도 싸이 하세요?"
싸이월드는 지난 2007년 2000만 회원을 돌파했고 그 해 유료 아이템 '도토리' 판매는 1000억원 대에 달했다. '일촌'이란 독특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미니홈피에 올린 개인의 일상과 사진, 음악 등을 공유하는 SNS 서비스 싸이월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국내 인터넷 서비스를 대표하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가입자수 3000만명을 자랑하는 실시간 PC메신저 네이트온도 마찬가지다. 2003년 '네이트온'은 무료 문자 등 새로운 서비스를 무기로 2년 만에 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자랑하던 MSN메신저를 제친 뒤 PC메신저의 대명사가 됐다.
포털 사이트 네이트도 2010년 '시맨틱 검색'이 인기를 끌며 검색 점유율이 12%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SK컴즈의 전성기도 이제는 '그때 그시절'이 됐다.
싸이월드는 최근 종업원지주회사 형태로 단돈 28억원에 분사했다. 아직도 가입자수는 2800만명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방문자수는 1100만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네이트온은 모바일에 밀려 사양산업이 된 PC 온라인 메신저 시장에서 한동안 1위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카카오톡 PC버전이 출시되면서 그나마도 2위로 밀렸다.
네이트의 PC 검색시장 점유율도 참담한 수준이다. 현재 네이트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1~2%대에 그치고 있다.
기업가치의 척도인 주가도 곤두박질을 쳤다. SK컴즈가 엠파스를 인수하던 지난 2007년 말 SK컴즈의 시가총액은 1조4000억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7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다음의 1조원과도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하지만 주가는 이때를 기점으로 점차 하락하기 시작해 현재 시가총액은 300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 아버지 눈치 보기 바빴던 못난 재벌가 막내 아들
업계 관계자들은 SK컴즈의 가장 큰 문제로 '벤처정신'의 부족을 꼽는다. SK그룹 소속의 회사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벤처에서 출발해 핵심 서비스에 집중하며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SK컴즈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잘 나가는 서비스를 인수해 운영하다 인기가 시들해지면 사업을 접는 일을 반복해왔다.
SK컴즈는 2002년 포털 사이트 라이코스코리아 인수를 시작으로, 2003년 싸이월드를 인수했다. 2005년에는 e러닝 사업에 뛰어들며 이투스를 인수했고, 2006년에는 전문 블로그 사이트 이글루스를, 2007년에는 엠파스를 사들였다. 하지만 싸이월드를 포함해 이들 서비스는 최근 모두 되팔거나 서비스를 종료했다.
또 모기업의 눈치를 보다가 시장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을 남는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네이트온UC다. 네이트온UC는 카카오톡과 같은 해인 지난 2010년에 출시됐다. 네이트온의 가입자 기반을 활용해 제대로 된 마케팅을 했다면 현재 카카오톡의 자리를 네이트온UC가 차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SK컴즈가 모회사인 SK텔레콤 때문에 네이트온UC의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모바일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는 이동통신사의 문자서비스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처하지 못하고 의사 결정이 한박자씩 느렸던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싸이월드는 PC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서비스지만 시장의 중심이 모바일로 이동하는 데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SNS 서비스의 유행도 싸이월드처럼 지인끼리만 네트워크가 되는 폐쇄형에서 불특정 다수와 글, 그림을 공유할 수 있고 재유포도 간편한 개방형 SNS로 옮겨갔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크게 성공한 외산 SNS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개방형 SNS다.
2009년에 시행된 '인터넷 실명제'도 싸이월드의 하향세를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인터넷 실명제 이후 네이버의 '미투데이', 다음의 '요즘' 등 국산 SNS가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고 최근 이들 서비스는 대부분 문을 닫았거나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대신 실명 인증이 없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반사이익을 누렸다. 현재 토종 SNS 가운데 싸이월드만이 근근히 살아남아 있다.
◆ 싸이메라, 제2의 '라인'이 될 수 있을까
벼랑에 몰린 SK컴즈는 조직 대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돈이 안 되는 사업은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신성장 동력을 키우는데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이어 SK컴즈의 핵심 수익원이었던 싸이월드를 분사하는 초강수를 뒀다. 여기에 SK컴즈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포털 사이트 네이트는 다음과 검색 제휴를 맺고 다음의 통합 검색 결과를 제공받기로 했다. 포털 서비스의 근간인 검색 서비스를 다음에 넘긴 것이다. 대신 네이트는 네이트판, 뉴스, 동영상 등 이용자 소비도가 높은 콘텐츠 영역에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SK컴즈가 준비하고 있는 승부수는 '싸이메라'다. 싸이메라는 카메라 사진 보정앱으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싸이메라는 지난 1월 중순 6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2012년 3월 출시된 후 9개월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넘었고, 지난해 8월 3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3000만 다운로드까지 1년 5개월이 걸렸지만, 3000만에서 6000만 다운로드까지는 5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을 정도 빠르게 가입자수가 늘고 있다. 특히 전체 6000만 다운로드 가운데 해외시장에서 4500만 다운로드가 발생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일 평균 20만씩 다운로드되고 있어 회사에서는 연내에 1억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컴즈는 현재 단순히 인물 사진을 더 예쁘게 보정해주는 앱인 싸이메라를 사진 공유 SNS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당초 지난해 연말로 예정됐던 SNS 전환 작업은 기존 SNS와의 차별화 때문에 다소 지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싸이메라의 SNS 시장 도전을 기대반 우려반으로 바라보고 있다. 가입자수가 2억명이 넘는 트위터조차도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싸이메라가 어떤 형태로 매출을 발생시킬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사진 공유 SNS에는 이미 인스타그램이 아성을 구축하고 있어 인스타그램과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싸이메라의 흥행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단순함과 편리함 때문에 싸이메라를 쓰는 이용자들이 SNS로 전환한 뒤 무거워진 싸이메라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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