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사업으로 중앙회에 기부재단을 설립해 금융소외계층에도 소액대출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입니다."
중앙회장에 세 번 도전해 당선된 문철상(63·사진) 신협중앙회장은 18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서 가진 제31대 중앙회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신협의 브랜드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양하게 수행해 신협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해 갈 것"이라며 이같이 청사진을 제시했다.
문 회장은 "사회공헌사업 일환으로 기부재단을 만들어 그라민 뱅크와 같이 금융소외계층에도 소액대출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며 "국내는 물론 저개발 국가의 신협 설립 지원으로 신협을 통한 빈곤퇴치에도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라민 뱅크는 방글라데시 경제학자 유너스가 빈민구제 목적으로 1976년 설치한 곳으로 소액대출은행의 원조가 됐다.
문 회장은 기부재단 운영과 관련, "일용직, 노숙자 등 소득이 없어 대출을 갚기 어려운 소외계층에도 최대 200만원까지 대출해 일을 하고 자립과 자활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회의 효율적 자금운용과 민간투자 방법의 다원화를 위해 직접대출 규제 완화 필요성도 피력했다. 직접대출 규제로 중앙회 총 운용자금(2013년 말 19조4233억원)중 89.8%를 유가증권으로 운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자금운용의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중앙회가 대출중심의 안정적인 자산운용이 가능하도록 중앙회의 비회원 대출한도를 새마을금고와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부 협약 등을 통해 진행되는 사회기반시설(SOS) 대출은 최대 1000억원으로 우선 상향 필요가 있다"고 신협법 개정을 촉구했다. 신협법에 따르면 중앙회 비회원에 대한 동일인 대출한도는 개인 3억원, 법인 80억원이다.
문 회장은 "현재의 대출한도는 금융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개인은 3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법인은 8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경우 동일인 대출한도는 개인 500억원, 법인 1000억원이다.
문 회장은 신협법 개정을 통해 대출한도 규제가 완화되면 "대규모 민간투자사업 및 중소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금공급 및 중앙회 자금운용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한편 중앙회는 가계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가계대출 보다는 중소기업인 대출에 특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문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1960년대 신협 초창기 '잘살기 위한 경제운동'에서 이제 '더불어 함께 잘사는 나눔과 상생운동'으로 신협의 정체성을 새롭게 회복해 그늘진 곳에 햇살이 되고 서민 중산층의 희망이 되는 신협으로 만들어 가는데 혼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 주어진 4년간의 임기 동안 한국 신협 운동의 르네상스를 만들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He is…
문철상 회장은 1951년생으로 전주대를 졸업하고 군산대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신협 최초의 단위 조합 출신 중앙회장으로 지난 33년을 신협현장에서 일한 정통 '신협맨'이다. 군산대건신협 직원, 전무, 이사장, 신협중앙회 이사,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을 거쳐 지난 3일 중앙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18년 2월 28일까지 4년이다.
◆신협은…
신협은 1960년 국내 최초 순수 민간 주도로 설립된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이다. 설립 이래 54년간 문턱 높은 일반 금융기관의 금융혜택에서 소외된 서민과 영세상공인 등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왔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민경제 지원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대출을 확대해 영세자영업자와 서민층의 자금난 해소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협은 경기침체와 서민금융 위축에도 불구하고 2013년 결산결과 13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1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조합원 수는 580만명으로 경제활동 인구(2448만명)의 약 24%가 신협에 참여하고 있다. 총자산은 56조원을 돌파했으며 단위 조합은 모두 942개이며 1690개의 영업점이 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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