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계열사 지원에 발목잡힌 대기업…줄줄이 신용등급 강등
입력 2014-03-17 12:49 

최근 대기업들이 계열사 지원 여부를 두고 한꺼번에 투기등급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되거나 하향조정 검토 대상에 올라 주목받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는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강등시켰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4일 이들 3곳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세 단계씩 강등해 모두 투기등급인 BB+(안정적)로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도 현대상선과 현대로지스틱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BBB+(안정적)에서 투기등급 직전 단계인 BBB-(부정적)으로 두 단계 하향 조정했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상선의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하고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를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올렸다.
신용등급이 하락하거나 하락 검토 대상인 된 기업은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상승하게 된다.
국내 신평사가 현대그룹 계열사 3곳의 신용등급을 동시에 하향 조정한 것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대규모 적자와 재정 악화가 다른 계열사의 신용도에도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서다.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현대로지스틱스'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져 있다.
박춘성 한신평 기업 그룹평가본부 실장은 "특히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차입금 상환부담이 과중한 가운데 부채비율이 1000%를 웃돌면서 재무위험이 확대됐다"며 "영업손실과 금융비용부담에 따른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고 해운산업의 불황과 경쟁력 저하로 향후 전망도 밝지 못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게 됐고 현대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상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용도는 현대상선의 신용위험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분법 손실 등으로 3년 연속 적자를 지속했고 최근에도 관계사 유상증자에 자금이 소요되는 등 현대상선의 재무악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KT 그룹 계열사들도 한꺼번에 신용등급 강등 검토 대상에 올랐다. 지나친 계열사 자금 지원이 문제가 됐던 현대그룹과 달리 KT그룹은 자회사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단절한 것이 강등 검토의 원인이었다.
한신평은 KT ENS가 법정관리 신청을 한 지난 12일 KT와 다른 계열사인 KT렌탈, KT캐피탈, KT에스테이트, KT오토리스, KT텔레캅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검토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나머지 신평사도 KT와 계열사에 대한 등급 하향을 검토 중이다.
3000억원대의 대출사기 사건에 연루된 KT ENS가 KT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신평사들은 KT의 후광을 배제하고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
박상용 한신평 기업금융평가본부 실장은 "KT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에는 모회사인 KT의 '트리플 A'란 국내 최상위 신용도와 유사시 재무적 지원 가능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반영돼 왔다"며 "그러나 이번 KT ENS의 부도 처리로 일시적인 유동성 악화를 경험한 계열사에 대해 재무적 지원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어서 각 계열사들의 모회사 지원 가능성을 재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KT ENS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계기로 애초부터 KT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실제 재무구조에 비해 과대평가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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