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0개월째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3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키로 했다. 한은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한 차례 통화정책에 변화를 준 바 있다.
한은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유지한 것은 경기지표상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만한 뚜렷한 요인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중수 한은 총재의 임기가 이달 말로 끝나기 때문에 후임 총재에게 통화정책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총재 퇴임 직전 열린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변경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최근 실물경제를 보면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 부문이 개선되는 등 미약하게나마 점진적인 경기회복세가 유지됐다.
우선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11월 전년동월대비 -0.7%(전월대비 0.1%)에서 12월 3.0%(2.6%), 올해 1월 4.2%(0.0%)를 기록해 증가세를 이어갔다.
소매판매 역시 증가 흐름을 지속했다. 11월 1.3%(0.6%), 12월 0.2%(-1.1%), 1월 5.7%(2.4%)로 개선됐다. 소매판매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내구재는 11월 -2.4%, 12월 -4.6%에서 1월 5.5%로 플러스 증가율로 전환됐다.
설비투자지수는 11월 9.7%, 12월 6.6%로 플러스 증가율을 지속하다 1월(-1.7%)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설비투자지수의 선행지표인 국내기계수주는 11월 27.4%, 12월 2.4% 이어 1월 0.1%로 증가율은 축소됐지만 증가세는 이어갔다.
건설기성은 11월 11.3%, 12월 3.3%로 증가율이 축소되다 1월 12.8%를 기록, 다시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건설투자의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는 11월 9.1%, 12월 29.5%에 이어 1월 48.3%로 증가율이 확대됐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1월 100.2, 12월 100.4, 1월 100.7로 기준점(100)을 웃돌며 상승세를 나타냈다. 3개월 앞의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11월 101.1, 12월 101.5, 1월 101.5를 나타내 기준점을 웃돌았다.
한은이 발표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전기대비 3분기에 1.1%(전년동기대비 3.3%), 4분기에 0.9%(3.9%) 각각 성장해 연간 2.8%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연간 1.3%, 올해 1월 1.1%, 2월 1.0%로 안정됐으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 기간 중 각각 2.9%로 소비자물가 대비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대외경제를 보면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양적완화 추가 축소 등 출구전략이 시행중이다. 일부 신흥국은 미국발 출구전략으로 인한 물가 폭등, 통화가치 하락 등 금융불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로 인해 실물 경기가 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으나 단기 정책효과에 의지한 부분이 커 지속 가능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글로벌 및 국내 자금흐름의 변화를 보면서 통화정책은 차선책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과 실물 부문의 연계 미약, 금리 경로(중앙은행에서 책정된 금리가 일반 은행의 금리 및 시장경제에 파급되는 경로)가 미약하다는 점 등을 금리동결 배경으로 꼽았다. "금리인상 시 가계부채 누증으로 인해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민구 NH농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경기 회복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금리동결 요인을 작용한 것으로 본다"며 "지금 상황은 금리를 인하할 정도로 경기가 나쁜 것도 아니고 금리를 인상할 정도로 물가상승 부담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0년 4월 취임해 이날 마지막 금통위를 주재한 김 총재는 4년간의 임기 동안 5차례의 기준금리 인상과 3번의 인하를 단행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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