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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으로 사랑 전하는, 축구판 ‘울지마 톤즈’를 아시나요
입력 2014-03-12 14:59  | 수정 2014-03-12 15:24
대한축구협회가 남수단 대표팀에 물품지원을 약속했다. 축구판 "울지마 톤즈"를 꿈꾸는 임흥세 감독(맨 왼쪽)의 뜻에 동참하기로 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아프리카에서도 오지이고 아직도 내전이 펼쳐지고 있는 버림받은 땅 남수단에서 마흔 여덟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던 故 이태석 신부의 슬프고도 아름답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가 지난 2010년 개봉돼 사람들의 마른 가슴을 흠뻑 적셨던 때가 있다.
성직자를 떠나 아버지였고 의사였으며 건축가이자 밴드의 지휘자로 모든 것을 바쳤던 고 이태석 신부의 헌신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고, 또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태석 신부가 떠난 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남수단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하지만 사랑의 씨앗이 뿌려진 그 곳에서 또 다른 ‘울지마 톤즈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축구인들이 나섰다.
대한축구협회는 11일 파주NFC에서 남수단 축구 국가대표팀을 위한 물품 전달식을 가졌다. 파주NFC에서 트레이닝복을 포함한 용품 50박스를 남수단 대표팀에 전달했다. 남수단 대표팀은 한국인 지도자인 임흥세 총감독과 이성재 감독이 이끄는 팀이다. 임흥세 총감독은 지난 1월 남수단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작년부터 남수단축구협회로부터 제안을 받았고, 고심 끝에 승낙했다.
임흥세 총감독과 아프리카의 인연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축구를 통한 선교활동을 시작했던 임 감독은 2008년 남아공 유소년팀을 맡아 지도하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남아공 정부로부터 축구학교 설립을 인가 받았다. 그리고 바로 그해, 선종한 고 이태석 신부가 머물렀던 남수단 톤즈로 건너갔다. 그는 톤즈에 축구교실을 만들어 600여 명의 선수들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이후 남수단 정부는 임 총감독에게 대표팀 총감독직을 제의하기에 이른다.
임 총감독은 전쟁에 찌든 청소년들에게 축구를 통해 꿈을 심어주겠다는 일념으로 제안을 받아들였다. 여기에 아프가니스탄에서 10년 이상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이성재 감독이 뜻에 동참, 팀에 합류했다. 축구를 통한 사랑의 전파였다. 이렇게 마음은 풍족했으나 실제 여건은 너무 열악했다.
여전히 남수단은 내전으로 인해 국내 정세가 불안한 곳이다. 터전이 폐허가 됐고 당연히 축구는 맨땅에서 해야 한다. 대표팀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임흥세 감독은 남수단 총감독에 부임한 후 한국을 찾아 축구협회의 협조를 통해 유니폼과 트레이닝복 등을 지원받기로 했다. 더불어 협회와 업무협약 및 코치연수, 축구 교류 등에 대해 논의했다. 축구협회도 임 감독의 큰 뜻에 작은 도움을 주기로 한 것이다.

현재 임흥세 총감독은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작년 위암 초기 판정을 받아 수술을 받았다. 아프리카에서 오랜 기간 머물러 장티푸스나 말라리아 등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하지만 임 감독은, 마치 고 이태석 신부가 그랬던 것처럼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임 감독은 남수단을 포함한 동아프리카 지역 체육 발전을 위해 조만간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훈훈한 이야기는 널리 알려야하는 것이 맞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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