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은 정말 무(無)의 상태일까? 국내 연구진이 진공이 미약한 에너지로 채워져 있음을 형상화해냈다.
안경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팀은 진공이 완전히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미약한 에너지로 채워져 있다고 예측된 지 90년 만에 진공에너지를 직접 형상화하는데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일찍이 193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폴 디락(Paul Dirac)은 진공이 완전히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미약한 에너지로 채워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진공이 비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검증하려고 했지만 측정방법의 한계로 인해 형상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안 교수팀도 이 일환으로 진공상태에 놓인 두 거울 사이를 원자 하나가 지나가도록 하고 그 사이에 갇힌 진공에너지를 측정했다. 그리고 나노격자와 단일 바륨원자를 검출기를 통해 진공 에너지의 3차원 공간분포를 형상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형상화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원자들이 진공 에너지가 만드는 전자기장에 반응해 빛을 방출한다는 사실을 이용했다.
이 같은 형상화 기술과 나노미터 수준의 원자제어 기술은 향후 양자통신이나 양자컴퓨터 같은 양자정보처리 등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안 교수는 "원자물리, 광학 기술과 나노기술을 결합함으로써 지금까지 불가능하던 연구가 가능하게 됐다"며 "이번 연구의 결과로 새로운 방식의 양자정보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진공에너지 응용에 대한 후속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지 7일자에 실렸다.
[김미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