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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힌 한과 쌓인 빚, 포항전이 특별한 김신욱
입력 2014-03-08 06:01 
대표팀에서의 아쉬움을 날리고 지난해 마지막 경기의 한을 풀기 위해, 포항전에 임하는 김신욱의 각오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31번째 K리그가 막을 올린다. 겨우내 담금질에 여념 없었던 각 구단들은 8일(포항-울산, 전북-부산, 서울-전남)과 9일(상주-인천, 경남-성남, 제주-수원) 각각 3경기씩 열리는 1라운드를 시작으로 대장정에 돌입한다. 지난해 K리그 챌린지 우승팀 자격으로 승격한 상주상무를 포함, 12개 팀이 K리그 클래식 우승컵에 도전한다.
지난해(14개팀)에 비해 2팀이 줄었다. 상위스플릿 마지노선은 6위까지다. 지난해 7위에서 또 하나 줄었다. 어떤 팀도 만만하게 볼 수가 없다. 2013년보다 더 치열할 것은 자명하다.
1라운드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매치업은 8일 오후 2시 공식 개막전으로 열리는 포항과 울산의 맞대결이다. 2013년 챔피언(포항)과 준우승팀(울산)의 격돌이고 지난해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만난 두 팀이 2014년 시작을 알리는 첫 경기에서 피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을 펼친다. 서로 부담스럽고, 서로 물러설 수 없다.
첫 단추의 중요성과 각오야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겠으나 이 선수를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해 MVP인 울산의 간판 공격수 김신욱이 주인공이다. 김신욱은 지난해 포항과의 마지막 라운드에 출전하지 못했다. 경고누적 탓이었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다 종료직전 동료들과 함께 우승세리머니를 즐기기 위해 벤치로 내려오던 순간, 추가시간에 터진 포항의 결승골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망연자실하던 김신욱의 표정은 울산의 허탈감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내내 1위를 달리던 울산은 마지막 경기 마지막 몇 분을 버티지 못한 채 2위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경기에 출전치 못했던 김신욱은, 역시 줄곧 득점 1위를 달리다 전북과 서울전에서 골을 넣은 데얀에게 득점왕 타이틀을 빼앗겼다. 이래저래 허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포항과의 개막전을 더 절치부심할 수밖에 없는 김신욱이다.
지난 2월26일 호주 원정으로 치러진 웨스턴시드니와의 ACL 1차전에서 골을 터뜨리면서 조민국 신임 감독에세 데뷔전 승리(3-1)를 선물한 김신욱은, 이제는 지난해 마지막 경기에서 함께 하지 못해 동료들에게 진 빚을 갚을 차례다. 이를 악물어야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대표팀에서의 아쉬움이 남는 까닭이다.

한국시간으로 6일 새벽에 끝난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한국대표팀은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처음으로 홍명보호에 승선한 박주영이 선제골을 넣었고, 손흥민이 후반에 쐐기골을 터뜨리는 등 모처럼 공격수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김신욱은 웃지 못했다. 김신욱이 전방에 배치된 후반 45분은, 박주영이 나섰던 전반 45분으로 빛이 바랬다.
꾸준하게 성장세를 보이면서 대표팀의 입지를 다져나가던 김신욱이었으나 돌아온 박주영의 ‘한방으로 갑자기 전세가 역전된 모양새다. 박주영의 가세가 불투명했을 때, 김신욱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전술을 고민하던 대표팀의 상황도 이제 달라졌다. 어떤 형태로든 브라질월드컵 본선행 비행기에 오를 것은 확실시 되는 자원이나 오기가 생길 상황이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 MVP 김신욱이 이를 악물고 2014년을 시작한다. 대표팀에서의 아쉬움을 날리고 지난해 마지막 경기의 한을 풀기 위해, 포항전에 임하는 김신욱의 각오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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