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흉기로 살해한 부인에게 살인죄가 적용되야 하는가.
이 사건의 피고인에 대해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과 재판부가 상이한 판단을 내렸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은 상해치사죄만 적용한 반면 재판부는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부산지법 형사합의7부(노갑식 부장판사)는 7일 부부싸움을 하다가 흉기로 남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A(35.여)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가정폭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흉기를 사용한 것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고 결론적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점에서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3시 50분께 남편 B(41)씨가 다른 여자와 술을 마시고 밤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부부싸움을 하던 중 폭행을 당하자 횟김에 싱크대에 있던 흉기로 남편의 가슴을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A 씨가 "자신의 행위로 남편이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상태로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사건에 대해 배심원단은 "피고인이 남편을 살인에 이르게 할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살인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평결하고 상해치사죄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몸에 상처가 없고 당하고만 있지도 않았던 점으로 미뤄 극심한 가정폭력으로 볼 수 없고 흉기를 휘둘러 피해자의 대동맥이 파열된 것은 방어차원으로 볼 수 없다"고 살인에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배심원단의 평결과 다른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남편이 다른 여자와 만나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귀가했고 피고인이 당황스럽고 공포의 심리상태에서 격분해 범행에 이른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