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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30명,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입력 2014-03-06 09:01 
브라질월드컵에 나갈 최종엔트리가 결정되기 전까지, 더 이상의 평가전은 없다. 이제부터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그리스전을 끝으로 이제 보이는 상대와의 경쟁은 마무리 됐다. 홍명보 감독과 함께 브라질월드컵에 나갈 최종엔트리가 결정되기 전까지, 더 이상의 평가전은 없다. 이제부터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한국시간으로 6일 새벽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박주영의 선제골, 손흥민의 추가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기대 이상의 성과다. 홍명보 감독도 팬들도, 마찬가지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기쁨은 여기까지다.
이제 모든 평가는 끝났다. 홍명보 감독의 머릿속에는 지난해 7월부터 자신이 설정한 거름종이를 통과한 이들의 이름과 활약상이 주마등처럼 스쳐갈 것이다. 한국으로 귀국(7일 오전)한 뒤 코칭스태프와 함께 심사숙고해서 1차 명단을 추려야한다. 그 바늘귀는 30명에게만 허락된다. 30명이란 FIFA에 제출할 예비엔트리 인원이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2월19일 그리스전 소집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금 이 시간부터는 (베스트)11명도, (최종엔트리)23명도 아닌, 30명을 두고 고민해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홍명보 감독이 말한 30명이 곧 월드컵 개막 한 달 전인 5월13일까지 FIFA에 보낼 예비엔트리 인원이다. 그 30명 중 최종 23명을 추려 개막 열흘 전까지 제출해야한다.
홍명보 감독은 그 누구라도 리그가 시작되고 나서 보이는 경기력이 5월 선수 선발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지난 8~9개월 동안 훈련과 평가전을 통해 쌓인 데이터는 이제 바뀌지 않는다. 그 자료를 토대로 홍명보 감독은 30명을 추릴 것이다. 내부경쟁은 끝났다. 이제는 각자 소속팀과 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보이는가가 중요하다.
가장 큰 적은 역시 부상이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개막 D-100일이었던 지난 5일 그리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월드컵 개막까지 남은 기간 동안 가장 주의해야할 것은 부상”이라는 말로 간절한 당부를 전했다. 이미 중요한 자원들이 부상에 시달려 홍명보 감독을 한숨 쉬게 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우측풀백이 필요하다”는 발언과 함께 그리스전을 통해 실험하기 위해 불렀던 차두리와 황석호가 약속이나 한듯 부상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 여기에 베테랑 센터백 곽태휘도 부상으로 마지막 평가전에 합류하지 못했다. 크나큰 손실이 없다. 당장은 괜찮다. 아직 본선까진 시간이 있다. 진짜 문제는, 앞으로 벌어질 부상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이동국, 2010년 남아공월드컵 직전 곽태휘 등 주축들이 대회직전 낙마하는 치명적 손실이 벌어지는 불상사가 없어야한다. 홍명보 감독이 다른 무엇보다 부상 방지를 호소한 이유다.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이제 선수들은 자신과 싸워야한다. 중요한 것은 역시 평정심이다.
홍 감독은 올해 초 지금은 월드컵에 대한 생각을 버려야한다. 그저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야한다. 월드컵을 나가기 위해, 대표팀 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겠지만, 결국 선택은 소속팀에서의 활약상을 보고 하는 것”이라면서 너무 월드컵만 생각한다면 몸이 경직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평소 소속팀에서 뛰던 대로 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물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딱히 다른 방법도 없다. 너무 의욕이 지나치면 무리가 올 수 있고, 그렇다고 느슨하게 뛰다가는 안일함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그야말로 자신과의 싸움이다. 지금까지 흘린 땀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이겨내야 한다. 뛰는 무대가 유럽이건 K리그이건 마찬가지 미션이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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