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뉴스의 맥] 시골의사의 그림자 정치…새누리 '룰의 전쟁'
입력 2014-03-06 07:59  | 수정 2014-03-06 08:52
(오프닝)
3월 6일 목요일 아침 뉴스의 맥입니다. 안철수 의원이 신당 통합을 결정하는 데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공천 기준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자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일주일 만에 전·월세 대책에 대한 수정안을 내놓자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이웃국가들이 중국발 미세먼지로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1. 시골의사의 그림자 정치
- 정치인이 측근 그룹의 조언을 받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3김은 물론이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원로 자문그룹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측근에 의해 행보가 좌우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새 정치를 이야기하는 안철수 의원이 최측근 한 명에게 과도하게 의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주인공은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입니다. 두 사람은 '안철수 현상'의 기폭제가 된 청춘 콘서트를 함께 했고 이미 이전부터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박 원장은 둘의 관계를 "생명을 나눈 사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대선 때부터 안철수 캠프에서는 박 원장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안 의원이 박 원장을 매일매일 만난다더라, 최종 보고서를 박 원장에게도 한 부 준다더라. 하는 말들이었습니다. 실제로 박 원장은 대선 후보 사퇴 등 주요 고비 때마다 안 의원에게 결정적인 조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급기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번 합당 결정도 박 원장의 아이디어였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어느 정치인이든 지인의 의견을 참고할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꾸 이런 뒷말이 나온다면, 같이 새 정치를 해보겠다고 안철수 조직에 몸담은 사람들로서는 좀 허탈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 룰의 전쟁
- 지난해만 해도 '내홍' '당내 계파 갈등'은 민주당을 다룬 기사에서 주로 등장하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새누리당의 내분이 심상치 않습니다. '박심 논란', '중진 차출론'에 이어 이번엔 '룰의 전쟁', 즉 공천 규정을 둘러싼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도마 위에 오른 건 공천 기간과 경선규칙입니다. 새누리당은 우선 공천 신청 마감 시한을 오는 10일에서 15일로 닷새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정치신인들이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다는 게 이유지만, 김황식 전 총리를 배려했다는 뒷말이 나옵니다. 김 전 총리의 귀국 일자가 14일이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당원과 일반국민을 5:5로 참여시키는 경선 규정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토하고 있는 지역이 인천과 제주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각각 유정복 장관과 원희룡 전 의원이 '차출'된 곳입니다. 이들이 해당 시도당에서 영향력이 적다고 판단되자 여론조사 중심으로 규칙을 변경하려는 겁니다.
당연히 상대 후보들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나도 새누리당 후보인데 특정 후보에게만 혜택을 주면 어쩌느냐는 겁니다. 지도부는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당분간 여당 내 '룰의 전쟁'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3. 정상의 비정상화
- 지난주 수요일 발표됐던 전월세 대책이 일주일 만에 수정됐습니다. 정부가 2·26 대책에서 월세 집주인들에 대한 엄정한 과세 방침을 내세우자 일부 집주인들이 "세금 폭탄을 맞느니 아예 집을 팔겠다"고 반발해 시장에 혼란이 일었습니다. 결국, 정부는 두 손을 들고 어제(5일) 부랴부랴 영세 집주인에 대한 과세를 2016년으로 미루고, 임대소득 공제를 신설하는 내용을 내놓았습니다.
물론 잘못된 정책을 끌고 가는 것보다는 늦게라도 바로잡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8월 발표된 세제 개편안입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거위의 깃털을 안 아프게 뽑는 식으로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라는 말로 월급쟁이들의 공분이 일자, 정부는 곧바로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인 세제와 부동산 정책이 이렇게 며칠 만에 바뀌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울 겁니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외쳤던 박근혜 정부가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정상의 비정상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4. 스모그와의 전쟁
- 요즘은 좀 나아졌지만, 며칠 전만 해도 미세먼지 때문에 다들 고통이 많으셨을 겁니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먼지바람 때문이라 우리 정부로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었는데, 어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중국의 리커창 총리가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한 겁니다. 최근 시진핑 주석도 스모그 퇴치를 위한 철저한 대응을 지시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최고지도부에서 '전쟁 선포'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리 총리는 스모그를 과거 중국을 괴롭혔던 시대적 과제였던 '가난'에 비유하며 강력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세부적인 대책도 내놨습니다. 화력발전소에 분진제거시설 등이 장착되고, 소형 석탄 보일러 5만 대와 노후 자동차 600만 대를 없애기로 했습니다. 중국이 이달 말 스모그 제거용 신형 무인기를 시험 비행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물론 어제 리 총리가 전쟁의 이유로 삼은 것은 철저히 '중국 국내 상황'이었습니다. 한국, 일본 등 이웃 국가라는 말이 회견에 등장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왕 중국이 칼을 빼 든 만큼 우리 정부도 피해 상황을 제대로 전달해 중국과 연계한 미세먼지 대책을 다시 한 번 점검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뉴스의 맥이었습니다.

[ 이준희 기자 / approach@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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