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서 간첩 혐의로 조사를 받은 뒤 알몸으로 숨진채 발견된 '장흥공작'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가혹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5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신호수(당시 23세)씨 유가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에 대해 영장 없이 불법 구속한 책임만 물어 "국가는 유족에게 8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지만 가혹행위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경찰이 가혹행위를 해 신씨가 숨졌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경찰이 자살로 위장해 시신을 유기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장흥공작 사건은 지난 1985년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에서 복무한 신씨의 자취방에서 북한 불온선전물(삐라)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신씨를 영장 없이 연행했다. 이유도 알지 못하고 끌려갔던 신씨는 연행 8일 만에 전남 여천군의 한 동굴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신씨를 연행 몇시간 만에 풀어줬다고 했지만 유족들은 타살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경찰이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신씨를 간첩으로 조작하는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해 신씨가 숨지자 자살로 위장한 것으로 판단, 진실 규명 결정을 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모두 경찰의 가혹행위로 신씨가 숨졌다는 의혹은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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