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상업영화 연출 제의 없었느냐고요? 영화 '낮술' 끝나고 많았는데 다 못 한다고 했어요."
노영석(38) 감독은 강단 있는 연출가인 게 틀림없다. 영화제작사에서 들어오는 작품들을 거절했다고? 그것도 수차례나? 이유는 "하고 싶은 영화를 하고 싶어서"다. "영화제작사들이 들고 오는 시나리오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아직은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는 노 감독. 자신감이 드러난다.
노 감독은 "(연출자로서) 좀 더 힘을 키우고 싶다"며 "이른바 잘 나가는 감독이 되면 내 의도대로 영화를 찍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작품 연출에 대한 욕심도 솔직히 드러낸 노 감독. 하지만 그런 작품을 맡으려면 "연출가로서 힘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몇 번 소비되는 것 말고, 제 생명력이 길었으면 합니다."
지난 2009년 데뷔작 '낮술'로 호평받은 노 감독이 5년 만에 내놓는 작품은 '조난자들'(6일 개봉).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ㆍ배급을 맡아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지만, 제작비는 3억 원으로 저렴하다. 제작, 감독, 음악 등을 모두 노 감독이 했다. '조난자들'은 지난해 11월 개봉한 최진성 감독의 '소녀' 이후 2번째로 진행되는 버터플라이 프로젝트 작품. 버터플라이는 미래 영화 산업을 이끌 유망 신인들을 발굴하는 동시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더욱 많은 관객을 만나고자 기획한 CJ 프로젝트다.
노 감독의 신작은 또 한 번 관객의 뒤통수를 때린다. 펜션에 고립된 허세 여행자 상진(전석호)이 친절한 전과자(오태경), 의뭉스러운 경찰(최무성) 등 의심이 가는 인물들과 원인 모를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렸다. 오해와 반전의 서스펜스는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하와이국제영화제 대상 수상을 비롯해 토론토국제영화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돼 호평받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었을까.
"1980년대, 회사원들이 산행을 갔다가 조난당한 이야기가 시작이었어요. 그런데 1박 2일 여행 동안 많은 사건을 넣는 것이 힘들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문제가 많았죠. 그 시나리오 작업을 미루고 '1986'이라는 제목으로 다른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어요. 작업하기 위해 혼자 강원도 산골을 찾았는데 가는 도중에 버스에서 영화 속 학수와 흡사한 사람을 만났거든요. 자꾸만 제가 묵는 숙소에 놀러 오려고 하더라고요. 떼어놓고 숙소에 와서 글을 쓰는데 그 사람이 계속 올 것 같은 공포감에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차라리 지금 이 경험을 써보자'라는 생각으로 그날 밤 시나리오 반 이상을 썼어요. 그 시나리오와 원래 '조난자들'의 시나리오를 합쳐서 이 작품이 나왔죠."(웃음)
'조난자들'은 아쉽게도 '낮술'에서와 같은 유머 사용은 많이 줄었다. 영화 분위기와 맞지 않은 것 같아서다.
유머는 적지만 영화는 훌륭하다. 작품이 호평받은 데, 배우들의 연기도 한몫했다. 특히 영화계에서 전혀 이름이 없는 연극배우 전석호를 캐스팅해 눈길을 끈다. 배우 오태경과 최무성이 그나마 얼굴이 알려진 정도. 솔직히 적은 돈이긴 했지만, CJ에서는 조금은 더 유명한 이들을 캐스팅하길 바랐다. 하지만 노 감독은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연출부에서는 다른 분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저는 '그럴 필요 없다'며 연극을 보러 다녔어요. 연극 몇 편을 봤는데 석호씨의 인상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남성스러운데 선한 이미지가 있었어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기 때문에 관객이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함께하게 됐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영화를 향한 관심 덕인지 전석호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혹자는 연극 배우 출신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 김성균과 송새벽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노 감독은 흥행에도 욕심이 있음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누군가 보라고 만든 영화니 당연할 수밖에. "많은 관객이 봤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물론 그렇지 않아도 "할 수 없는 거죠"라는 노 감독. 그가 품고 있는 이야기가 아직도 많아서 그런 듯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조난자들'을 만든 제작사 스톤워크의 대표 겸 감독, 스태프였던 다재다능한 그. 혼자 모든 일을 다 한 노 감독은 '낮술'이 그랬듯이, '조난자들'도 잘 끝냈다.
막연히 물리학자를 꿈꿨다는 노영석 감독. 하지만 음악과 그림을 좋아했던 그는 수학과 과학 시간이 싫었다고 한다. 물리학자의 꿈은 당연히 패스. 서울대 공예학과를 나온 그는 자연스럽게 영화 연출에 눈을 돌렸고, 발을 디뎠다.
"음악과 미술은 어떤 감정을 보여주는 예술 같아요. 영화도 그런 것을 섞어서 이야기를 풀고, 표현하고 싶어하는 예술이라 비슷한 것 같아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일의 접점을 자연스레 따라간 노 감독. 현재까지는 누가 뭐래도 성공적이다.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jeigun@mk.co.kr/사진 영화사 더홀릭컴퍼니 제공
"상업영화 연출 제의 없었느냐고요? 영화 '낮술' 끝나고 많았는데 다 못 한다고 했어요."
노영석(38) 감독은 강단 있는 연출가인 게 틀림없다. 영화제작사에서 들어오는 작품들을 거절했다고? 그것도 수차례나? 이유는 "하고 싶은 영화를 하고 싶어서"다. "영화제작사들이 들고 오는 시나리오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아직은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는 노 감독. 자신감이 드러난다.
노 감독은 "(연출자로서) 좀 더 힘을 키우고 싶다"며 "이른바 잘 나가는 감독이 되면 내 의도대로 영화를 찍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작품 연출에 대한 욕심도 솔직히 드러낸 노 감독. 하지만 그런 작품을 맡으려면 "연출가로서 힘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몇 번 소비되는 것 말고, 제 생명력이 길었으면 합니다."
지난 2009년 데뷔작 '낮술'로 호평받은 노 감독이 5년 만에 내놓는 작품은 '조난자들'(6일 개봉).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ㆍ배급을 맡아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지만, 제작비는 3억 원으로 저렴하다. 제작, 감독, 음악 등을 모두 노 감독이 했다. '조난자들'은 지난해 11월 개봉한 최진성 감독의 '소녀' 이후 2번째로 진행되는 버터플라이 프로젝트 작품. 버터플라이는 미래 영화 산업을 이끌 유망 신인들을 발굴하는 동시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더욱 많은 관객을 만나고자 기획한 CJ 프로젝트다.
노 감독의 신작은 또 한 번 관객의 뒤통수를 때린다. 펜션에 고립된 허세 여행자 상진(전석호)이 친절한 전과자(오태경), 의뭉스러운 경찰(최무성) 등 의심이 가는 인물들과 원인 모를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렸다. 오해와 반전의 서스펜스는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하와이국제영화제 대상 수상을 비롯해 토론토국제영화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돼 호평받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었을까.
'조난자들'은 아쉽게도 '낮술'에서와 같은 유머 사용은 많이 줄었다. 영화 분위기와 맞지 않은 것 같아서다.
유머는 적지만 영화는 훌륭하다. 작품이 호평받은 데, 배우들의 연기도 한몫했다. 특히 영화계에서 전혀 이름이 없는 연극배우 전석호를 캐스팅해 눈길을 끈다. 배우 오태경과 최무성이 그나마 얼굴이 알려진 정도. 솔직히 적은 돈이긴 했지만, CJ에서는 조금은 더 유명한 이들을 캐스팅하길 바랐다. 하지만 노 감독은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연출부에서는 다른 분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저는 '그럴 필요 없다'며 연극을 보러 다녔어요. 연극 몇 편을 봤는데 석호씨의 인상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남성스러운데 선한 이미지가 있었어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기 때문에 관객이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함께하게 됐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영화를 향한 관심 덕인지 전석호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혹자는 연극 배우 출신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 김성균과 송새벽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노 감독은 흥행에도 욕심이 있음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누군가 보라고 만든 영화니 당연할 수밖에. "많은 관객이 봤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물론 그렇지 않아도 "할 수 없는 거죠"라는 노 감독. 그가 품고 있는 이야기가 아직도 많아서 그런 듯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조난자들'을 만든 제작사 스톤워크의 대표 겸 감독, 스태프였던 다재다능한 그. 혼자 모든 일을 다 한 노 감독은 '낮술'이 그랬듯이, '조난자들'도 잘 끝냈다.
"음악과 미술은 어떤 감정을 보여주는 예술 같아요. 영화도 그런 것을 섞어서 이야기를 풀고, 표현하고 싶어하는 예술이라 비슷한 것 같아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일의 접점을 자연스레 따라간 노 감독. 현재까지는 누가 뭐래도 성공적이다.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jeigun@mk.co.kr/사진 영화사 더홀릭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