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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내정자, 정책 균형감·소통능력 `우수`…글로벌 역량은 `보통`
입력 2014-03-04 17:38  | 수정 2014-03-04 19:29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
◆ 이주열 韓銀총재 내정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에 대한 경제전문가들의 다양한 평가와 주문이 나오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한은 총재 인사청문회 개최를 앞두고 이 내정자의 신변적인 검증 부문을 제외한 정책 능력과 자질을 짚어봤다. 학계, 시장, 전직 한은 출신 등 8명(익명 포함)에게 이 내정자에 대한 평가와 제언을 받아본 결과 전문가에 따라 편차가 있었지만 대체로 무난한 성적표를 받았다.
매일경제는 한은 총재의 필요한 자질을 'Global(글로벌 감각)' 'Reputation(평판)' 'Equilibrium(균형감각)' 'Academic(지식ㆍ전문성)' 'Transparency(투명성ㆍ소통)' 등 'GREAT'라는 다섯 가지 항목으로 꼽았다.
매일경제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우수ㆍ보통ㆍ미흡'의 3등급 평가를 5대 항목별로 실시했다. 이 내정자는 이 중 평판, 균형감각, 소통 항목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균형감각이 이 내정자의 장점이 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파이터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부에 무조건 머리를 조아리지도 않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이성남 전 국회의원은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았다고 본다"며 "35년간 한은에 몸담으면서 통화 정책에 대한 이해가 확실하고 정부ㆍ시장과도 잘 소통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 내정자 본인도 3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통화 정책은 다른 어떤 정책보다도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안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밝힌 만큼 소통과 신뢰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한 모습이었다.
윤택 서울대 교수는 35년간 한은 경력을 지닌 이 내정자에 대해 "최근까지도 한은에 몸담았으니 금융위기 이후의 변화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 내정자가 통화 정책 관련 업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감각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정통 한은맨'으로 국제기구나 해외 교수 등의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글로벌 역량이나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 김중수 총재나 차기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에 비하면 글로벌 역량이 아무래도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전문가는 "글로벌 인맥이 많다고 글로벌 감각이 있는 건 아니다"며 "국제경제실장, 뉴욕사무소 수석조사역, 해외조사실장을 역임해 글로벌 시장을 이해하는 감각을 갖췄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식ㆍ전문성의 경우 한은에 오랫동안 몸담았다는 점에서 통화신용 정책을 제대로 펼칠 적임자라는 반응과 함께 주로 한은에만 있었던 게 취약점으로 꼽힐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한은 총재는 통화 정책뿐 아니라 금융시장, 기업, 거시 전반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순수 한은 출신은 금융회사와 기업의 생리를 잘 모른다는 아쉬숨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물경제 경험과 지식은 갈수록 중시되고 있다. 300년 넘는 최고(最古)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중앙은행이 골드만삭스에서 13년간 근무한 마크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영입한 게 대표적 사례다.
전문가들은 조언도 제시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상무는 "이 내정자가 한은 내에서 경험을 축적했기 때문에 시장을 놀라게 한다거나 불분명한 시그널을 주는 일은 안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인철 성균관대 교수는 "한은 내부 직원과의 소통에만 주력하지 말고 외부 전문가와도 원활하게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금융 안정을 이루기 위해 한은 정책의 수단과 제도를 정교하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성인 교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예상하면서 한은의 통화 정책적 역할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인혁 기자 / 이덕주 기자 /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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