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로빈 그라임스 교수가 말하는 원전
입력 2014-03-04 15:34 

"모르는 것은 인정하되, 앞으로의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것이 과학자로서의 정직한 태도입니다"
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원자력에너지 정책토론회에서 로빈 그라임스 영국 임페리얼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과학자로서의 대응 방책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라임스 교수는 2000년 임페리얼대 원자력공학센터장을 역임했으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 자문 역할을 담당한 바 있다. 최근에도 영국 총리, 상원위원, 영국 정부 원자력 기술 관련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라임스 교수는 과학자들이 국민들에게 원전 사고 등 충분히 재난 상황과 여파를 과학적으로 잘 이해토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과학 기자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도 지적했다. 그는 "우선 원전 사태 등 문제에 대해 과학자가 아이디어를 갖고 이슈 시사점을 잘 해석하고 설명해줘야 한다"며 "이를 과학 기자들이 사람들에게 잘 전달해줄 때 사람들이 과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이러한 절차가 잘 소화됐기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 등 원전을 우려하는 나라들과 달리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영국의 경우 후쿠시마 사고가 났을 때 국민들이 사태 파악을 할 수 있는 과학적인 이해 수준이 높았다"며 "불행한 사고였지만 영국 국민들은 자신들이 직접 위험에 노출됐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런 위험은 영국 환경과 달리 벌어진 사고였다고 봤기 때문에 지금도 원전에 대해 거부감이 크게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현재 총 16기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총 5개 부지 신규 원전을 완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정책안에 대해 2012년 여론조사 결과 영국 국민들은 찬성 42%, 반대 20%로 비교적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정책을 전면 폐기한 독일의 경우를 비교하기도 했다. 그라임스 교수는 "독일의 경우는 후쿠시마 사고 이전부터 원전에 대해 회의적이었다"며 "또한 독일은 다른 에너지 자원으로 충분히 에너지 충당이 가능한 나라였기 때문에 폐기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라임스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활용에 대해서 조언했다. 그는 "영국의 경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많이 활용했다"며 "한국이 직접 재처리를 하지 못하는 점은 안타깝지만 중간저장시설을 준비하거나 다른 나라와 협의해서 재처리를 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다양한 안전 정책에 대해서 깨달은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는 원전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조치, 메커니즘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것을 깨닫게 했고 규제 부분에서 다양한 교훈을 얻었다"며 "이 교훈을 통해 한국 국민들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것이 앞으로 원전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라고 말했다.
[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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