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독재자 그로스와의 불화로 엘 에리언 CEO, 핌코 떠났다
입력 2014-02-26 13:26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에 위치한 세계최대 채권운용회사 핌코 본사 회의실.
빌 그로스 핌코 창업자겸 공동투자최고책임자(CIO),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 등 고위임원이 모두 자리를 함께한 회의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해 5월 벤 버냉키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검토 발언후 시장에서 채권투매가 발생, 채권값이 급락(채권 금리 급등)하면서 핌코 채권펀드 수익률이 날개없는 추락을 하는 상황이었다. 6월 한달간 그로스 창업자가 직접 운용하는 토털리턴펀드에서 96억달러가 대거 인출되는 등 회사 분위기가 최악이었다. 수익률 하락과 자금이탈로 화가 치솟은 그로스 창업자는 평소보다 더 짜증스런 목소리로 고위 임원들을 몰아붙였다. 엘 에리언 CEO도 그의 질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임원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그로스 창업자는"나는 지난 41년간 탁월한 투자를 해온 이력이 있다”며"당신(엘 에리이언)은 도대체 무엇을 내세울수는 있느냐”고 면박을 줬다.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하면서도 엘 에리언 CEO도 물러서지 않았다. 엘 에리언 CEO는"나도 당신이 퍼질러 놓은 일을 처리하는데 이제 진력이 난다”며 그로스 창업자에게 반기를 들었다. 평소 공격적인 말투와 행동으로 직원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다혈질 성격때문에 직원들이 그로스 창업자와 대화하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회사분위기를 지목하고 그로스 창업자에게 소통방식을 바꿀 것을 요청한것. 반대의견을 전혀 용납하지 않고 안하무인격으로 독재자처럼 행동하는 그로스 창업자와 더이상 함께 하기 힘들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25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핌코 내부인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간 그로스 창업자와 엘 에리언 CEO가 충돌했던 상황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이처럼 인신공격성 다툼외에도 그로스 창업자와 엘 에리언 CEO는 핌코의 펀드상품과 투자방식을 놓고서도 의견이 서로 맞섰다.엘 에리언 CEO가 채권에만 집중돼있는 펀드구성을 주식으로 확대하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그로스 창업자는 기존 채권위주 투자패턴을 고수하면서 엘 에리언 CEO의 의견을 묵살한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회의실에서 주식이야기가 나오면 심드렁한 표정으로 듣는둥 마는둥 하다가 자리를 뜨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양자간 감정다툼으로 핌코가 삐걱거리자 모회사인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그룹이 양자간 화해를 중재하기도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벌어진 감정의 골을 메우지 못한채 엘 에리언 CEO는 지난 1월 전격 사퇴의사를 밝혔다. 당시 그로스 창업자는 엘 에리언 CEO가 저술활동과 함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핌코를 떠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자신과의 불화때문에 회사를 그만둔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WSJ의 이같은 보도내용에 대해 그로스 창업자는 25일 CNBC에 출연, 보도 내용이 잔뜩 부풀려진 것(overblown)이라고 주장했지만 엘 에리언 CEO와의 불화설을 정면으로 반박하지는 않았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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