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승리에도 질타 질타 질타, 최용수 이 악물었다
입력 2014-02-26 06:01 
부담스러웠을 첫 경기를 승리로 마치고도 최용수 감독은 당근 대신 채찍을 들었다. 질타를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 갈 길이 멀기에, 이를 악물고 있다. 사진= 한희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우려가 컸던 첫 경기가 끝난 뒤 FC서울을 향한 팬들과 언론의 시선은 따뜻했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승리와 호평의 달콤함과 거리를 뒀다. 부담이 컸을 첫 경기를 무사히 마친 선수들에게 당근을 주는 대신 그의 손에는 채찍이 들려 있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고 그 길을 가기 위해 아직 준비할 것이 많았던 까닭이다.
2014년 FC서울은 예상대로 이전과 달랐다. 다를 수밖에 없었다. K리그 득점왕 3연패에 빛나는 데얀이 장쑤 세인티로 떠났고, 중원의 컨트롤타워 하대성 역시 대륙으로 건너가 베이징 궈안의 유니폼을 입었다. 수비라인의 팔방미인 아디는 은퇴를 선언하고 코칭스태프로 합류했으며 몰리나는 아직 잔류와 이적 사이에서 갈등 중이다.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기둥들이 송두리째 뽑힌 셈이다.
때문에 변화는 불가피했고 최용수 감독 역시 지난 3년은 모두 잊어야한다. 좋았던 기억들을 모두 잊고 백지상태에서 시작할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로 원점에서의 새 출발을 강조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괌과 가고시마에서 비싼 땀을 흘린 ‘2014년판 FC서울이 25일 공개됐다.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한 ACL 첫 무대에서 호주 A리그 챔피언 센트럴코스트를 상대했다. 부담이 상당했을 이 경기를 서울은 2-0으로 깔끔하게 마쳤다.
값진 승리였다. 센트럴코스트를 이끄는 필 모스 감독은 많이 대비를 하고 왔으나 부족했다. 어떻게 공을 간수해야하는지, 조직적인 수비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많은 것들을 배워간다”는 말로 서울의 강함을 인정했다. 승자에 대한 립서비스를 감안해도 후한 평가였다. 실제 서울은 ‘소기의 성과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내용을 선보였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짰다.
경기 후 최 감독은 준비한 것에 비하면 썩 만족스럽지 않다. 스코어는 와 닿지 않는다. 앞서고 있을 때 냉정함을 잃었다”고 되짚은 뒤 홈에서 스타트를 잘 끊은 것은 좋은 일이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한 단계 한 단계 우리가 보여줄 축구를 위해 계속 반복된 훈련을 해야 한다”며 건조한 소감을 전했다. 세세한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2~3년과 견줘 눈에 뛰는 가장 큰 변화는 일단 스리백으로의 전향이다. 현재 스쿼드에 맞는 전형을 갖추자는 게 변화의 출발이었다.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한다는 뜻이다. 최용수 감독은 수비적인 스리백이 아닌 공격적인 스리백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센트럴코스트전에서 보여줬듯, 김주영 김진규 오스마르로 이어지는 센터백 자원들을 축으로 왼쪽의 김치우와 오른쪽 차두리라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풀백들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었다.

가능성을 보여줬다. 센트럴코스트의 공격력이 위협적이었다고 말하기는 힘든 수준이었으니 섣불리 수비의 안정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우나 무난하게 막은 것도 사실이다. 승부의 쐐기를 박았던 윤일록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한 김치우의 돌파와 크로스 등 양쪽 날개의 공격가담도 제법 효과를 보았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만족하지 않았다.
최 감독은 스리백을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 상대의 움직임과 빈 공간을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선수들이 더 생각해야한다. 흐름을 꿰고 있는 상황에서의 정확한 패스로 크게 흔들어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려야 한다. 그런 연습을 많이 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에스쿠데로나 윤일록, 고요한 등 우리 공격수들의 신장이 크지도 않는데 그냥 공중볼을 올렸다. 더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좋은 측면 자원들의 움직임이 무의미하게 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에스쿠데로-윤일록 공격듀오의 뒤를 받치는 공격형MF로 나선 고요한에게도 아쉬움을 전했다. 지난해 주로 측면에서 활약했던 고요한을 중앙으로 이동시킨 최용수 감독은 포지션에 대한 이해를 잘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원했던 움직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움직임이 극대화될 수 있는 선수다. 이 시스템에 적합한 선수다. 그간 측면에서의 장점만 부각이 됐을 뿐, 더 뛰어난 소화능력이 있다”는 기대감이 숨어 있는 채찍이었다.
전체적으로 차갑게 경기를 돌아본 것은 더 이상 특정선수에게 기댈 수 없는 까닭이다. 최용수 감독은 이제 데얀은 없다. 데얀을 지워야한다”는 말을 전했다. 이어 어떤 상황에서라도 득점할 수 있는 다양화된 루트가 필요하다”면서 데얀 같은 스타가 나오길 바라지 않는다. 모든 선수들이 해주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2014년 FC서울이 살 길이기도 하다.
최용수 감독은 이제 나는 매 경기, 한 달마다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도 전했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 했던 과거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있다. 이는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빠진 뒤 휘청거린다면 남은 이들을 향한 평가는 불 보듯 뻔하다. 최용수 감독이 승리에도 질타를 멈추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다짐이다.
[lastuncle@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