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보증금 1억 날려"…깡통전세 피해 속출
입력 2014-02-24 17:34  | 수정 2014-02-24 22:00
#. 서울 양천구에 사는 주 모씨(32)는 최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2년 전 결혼하면서 전용 52㎡ 규모 1억8000만원짜리 전셋집을 마련했는데 집주인이 1억5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됐다는 통보였다. 전세계약 당시 집주인이 담보대출을 받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싼 전세금에 '설마' 하고 덜컥 계약을 한 게 불찰이었다.
주씨처럼 집주인이 은행에서 선순위 담보대출을 받은 집을 덜컥 전세계약을 맺었다가 길거리에 나앉게 된 '깡통 전세' 세입자가 최근 많아졌다. 24일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도권 경매법정에 나온 전체 아파트 경매물건은 총 3333건, 이 중 임차인이 있는 물건 수는 1754건에 달했다.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이 경매로 나온 경우가 더 많았다는 얘기다. 2008년 5170건에 불과했던 임차인 있는 수도권 아파트 경매 물건 수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1만5679건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들어 낙찰된 870건의 수도권 아파트 물건 중 경매 청구인이 청구한 채권액수보다 낙찰가가 낮았던 경우는 274건이나 됐다. 1순위 채권자조차 빚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완전 깡통전세'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보통 경매에서 아무리 가격을 잘 받아봐야 건질 수 있는 돈은 감정가의 80% 남짓하다. 시세로 3억원 남짓한 주씨가 세들어 사는 집이 2억4000만원에 팔리더라도 은행이 1억5000만원을 가져가면 주씨는 1억원 가까운 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이다.
이 같은 깡통전세 물건들의 경매행을 막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매매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보통 시세의 60~80%에 거래되는 경매시장이 아니라 집주인들이 일반 매매시장에서 집을 팔고 빚이나 보증금을 갚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매 위기에 처한 세입자들의 행동 요령도 중요하다. 일단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간 경우엔 신구 집주인이나 다른 당사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요구하더라도 이사를 가지 말아야 한다. 집을 점유하고 있어야 대항력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도 매매가는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물면서 전세 보증금과 집주인 금융회사 대출금의 합이 경매가에 육박하는 '깡통 전세'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매 시장이 활황을 띠는 데는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도 있지만 시세보다 싼 깡통 전세 경매 물량도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입자들의 전세 선호 현상은 여전해 요즘은 깡통전세에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 그렇다면 경매 위기에 처한 세입자 입장에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은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갔다고 당황하다 보면 법적으로 보장된 자신의 권리조차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치권을 행사하거나 기타 재산 가압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보증금을 온전히 찾을 수도 있기 때문에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계약 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면 우편으로 집주인에게 미리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추후 계약 만료 시에 법적인 증거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간 경우엔 신ㆍ구 집주인이나 다른 당사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요구하더라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 집을 점유하고 있어야 대항력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집을 낙찰받은 상대방 등과 협의해 전세금을 받기 전까지 점유상태를 유지하면서 차분하게 대응하면 된다.
이와 함께 전 집주인의 기타 재산을 조사해 가압류 신청을 하고 임대차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내 보증금을 떼이지 않는 좋은 방법이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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