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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조난자들`, 3억 든 웰메이드 스릴러
입력 2014-02-24 14:43  | 수정 2014-02-24 15:34
강원도 산골 오지의 한 펜션에서 조난당한 사람들의 이야기? 아무리 눈이 많이 와 고립됐다고는 하나 '무슨 제목을 조난자들 씩이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결말에서 그 중의적인 의미는 뒤통수를 치고 만다. 아울러 사람의 뇌에 깊게 박힌 선입견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쉽다는 점도 상기시킨다. 영화 '조난자들' 얘기다.
신선한 시도로 접근한 '조난자들'은 스릴러적인 요소의 재미가 충분하다.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마지막 순간까지 결말을 예상하지 못하게 만든다.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잔인하지는 않지만, '쪼는 맛'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는 관객을 긴장의 늪으로 빠뜨리고 만다.
시나리오 작가 상진(전석호)는 제작사 대표가 빌려 준 강원도 산골 오지의 한 펜션에 가 작업을 마무리 하려 한다. 버스에서 우연히 학수(오태경)를 만난 상진. 쓸데없이 친한 척, 과도하게 친절한 학수가 상진은 불편하다. 혼자 알아서 가겠다는데 "택시 아니면 못 간다"며 차를 같이 기다려주겠다는 등의 말이 수작 같다. 특히 상진은 학수가 전과자라는 말을 듣고는 더 거리를 두려 한다.
학수를 떼어 놓고 펜션에 온 상진은 산책을 하다 사냥꾼들을 만나고 위협을 느낀다. 펜션 주변에서 총성도 들리고 또 이상한 지하 창고도 있음을 목격한 상진. 스키를 타러 온 일행들이 하룻밤만 묵게 해 달라고 청하는데, 자신의 집은 아니지만 사냥꾼들이 무서운 마음에 상진은 이들에게 방을 내어준다.
조용한 곳에서 글을 쓰려 왔는데 사람들이 많아져 시끄러워진 주변 환경에 짜증이 나는 상진. 젠장, 불청객들이 고기를 구워먹고 상을 치우지도 않아 더 짜증이 난다. 그런데 이게 웬일? 스키를 타러 온 일행 중 한 명이 피를 흘린 채로 사망해 있다. 허겁지겁 신고하려 하는데 전화는 먹통이다.
'조난자들'은 각 캐릭터의 대사와 행동, 상황에 대한 의심과 오해가 극을 이끄는 힘이다. 그렇게 많은 캐릭터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수 명의 등장인물들과 상황이 이렇게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나 싶다. 가령 사람들이 죽어 나갈 때 학수를 본 상진이 전과자인 그를 살인자로 확신한다거나, 스키 타러 온 일행 중 유일한 여성인 유미(한은선)가 자신을 겁탈하려 했다며 경찰에 상진을 신고해 상황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 등이 그렇다. 의뭉스러운 경찰(최무성)의 등장도 한 번 더 이야기를 꼬는 역할을 한다.
상진이 이 난관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도 관람 포인트다. 클라이맥스에 다다른 것 같은 상태가 영화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계속 유지되는데 두 주먹을 쥐고는 펼 수가 없을 정도다. 도대체 누가 범인일까? 이 일들이 어떻게 벌어진 일인가? 범죄가 가득한 마을인 건가? 등 관객의 머릿속은 쉴 새 없이 복잡하게 돌아갈 게 분명하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에게 깜빡 속아 넘어갈 만하다.
영화 속 장치들은 빤해 보이지 않는다. 다른 방법도 있었겠지만,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로 보면 마지막 반전 역시 그럴싸하다.
하와이국제영화제 대상 수상을 비롯해 토론토, 부산, 홍콩아시안,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등에 잇달아 초청되며 칭찬을 받았던 작품이다. 제작비 1070여만 원으로 영화 '낮술'을 만들어 호평받은 노영석 감독의 신작이다. '조난자들'은 제작비 3억 원에 불과하지만, 서스펜스 스릴러를 좋아하는 관객이 만족할 만한 영화다. 99분. 15세 관람가. 3월 6일 개봉.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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