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레이더M] 회사채 수수료 녹이기 관행 개선 조짐
입력 2014-02-21 15:38 

[본 기사는 02월 19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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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대표적인 구태 관행으로 꼽혀온 '수수료 녹이기'가 최근 개선되는 징후가 포착된다.
수요예측 제도가 정착되면서 일반 회사채 시장에서 발행 과정이 투명해진 데다가 정부가 관련 관행에 대해 엄벌 경고를 내리면서 증권사들이 출혈 경쟁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 회사채 시장에서는 수수료 녹이기 관행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일괄신고제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공사채에서는 여전히 관련 관행이 팽배하다고 IB업계는 입을 모은다. 회사채 발행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공기업들도 수요예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19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수요예측에서 미매각(기관투자자에게 팔리지 않고 증권사가 떠안은 물량)이 발생한 회사채는 두산인프라코어 태영건설, 우리카드 등이다. 이들 회사채는 여전히 주관 증권사가 물량을 보유중이며 수수료를 녹여 파는 관행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처럼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는 경우 (인수) 증권사가 물량을 보유하다가 기관에게 인수 수수료 만큼 채권 가격을 낮춰 파는 사례가 잦았다.
예컨대 회사채 발행금리가 3.25%인데 인수 수수료가 0.25%라면, 수요예측 이후 증권사들이 인수수수료 만큼 채권 가격을 낮춰 3.5%로 기관투자자에게 넘긴다. 인수 수수료를 채권 가격에 반영해 주는 형태라 증권업계에서 이른바 '수수료 녹이기'로 통했다.
이같은 관행이 일반화되다 보니 기관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할 유인이 많지 않았다. 팔리지 않고 남은 회사채를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기관들이 일부러 수요예측에 참여 하지 않아 금리가 왜곡되기도 했다.
그러나 수요예측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기관들도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회사채를 사들이기 어렵게 된 데다가 금융당국이 수수료 녹이기에 대해 강력 제재할 방침을 밝히면서 일반 회사채 발행시장은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이후부터 관련 관행이 나타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IB업계 설명이다.
그러나 공사채 시장에서는 여전히 수수료 관행이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현행 규정상 공사채는 일괄신고제를 대상이라 수요예측 없이 발행사와 주관(인수) 증권사간 협의 아래 금리가 결정되고 있다. 경쟁입찰이 아니다 보니 공기업들이 증권사를 상대로 낮은 발행금리를 요구하며 발행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일괄신고제를 도입하고 있는 일부 금융회사들과, 한국전력공사나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부발전 등 발전 공기업들 사이에서 수수료 녹이기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게 IB업계 전문가들 시각이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는 최근 공기업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수수료 녹이기를 넘어 손실인수(역마진)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말 발행된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부발전 채권 등은 발행일 직후 장외시장에서 발행금리보다 높은 금리(채권 가격 하락)로 큰 금액이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 녹이기가 의심되는 거래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공기업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형성된 공사채 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지만 공기업 입김이 세다보니 증권사들은 요구하는 금리 수준을 맞춰줄 수 밖에 없다"며 "일단 채권을 팔아야 하다 보니 인수 수수료만큼 채권 가격을 낮춰서라도 투자자에게 넘길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공사채들도 수요예측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수수료 녹이기 관행이 줄어드는 등 수요예측 제도 순기능이 관찰되고 있어 수요예측 범위를 제도를 공사채까지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공기업들이 증권사들에게 과도한 금리를 요구하면서 전반적인 공사채 금리가 왜곡되는 측면이 있다"며 "일반 회사채 시장에서 수요예측 제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 공사채도 수요예측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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