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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방송 진단] TV속 PPL,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입력 2014-02-21 14:20 
사진=미스코리아, 별에서 온 그대 캡처
[MBN스타 금빛나 기자] PPL이 점점 더 노골적이고 대담하게 드라마 속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미스코리아 진으로 당선된 지영(이연희 분)은 자신이 모델로 활동하는 화장품 브랜드 팬 사인회를 가기 전, 화장대에 비치된 헤어에센스를 바른다. 헤어에센스 제품을 가득 채웠던 화면은 곧바로 이를 머리에 바른 뒤 만족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비춘다. 그런 지영을 살펴보던, 유난히 머리숱이 적은 삼촌(정석용 분)은 지영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그녀가 바른 헤어에센스를 유심히 살펴보며 부럽다는 듯 조그맣게 중얼거린다. 뭘 바른 거야”

광고의 한 장면이 아니라, 이는 지난 20일 방송됐던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 중 한 부분을 서술한 것이다. 극중 97년도 미스코리아 진으로 당선된 지영은 자신이 사랑하는 형준(이선균 분)의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전까지 이들이 펼치는 밀고당기기를 보여주며 달콤한 로맨스를 그렸던 ‘미스코리아였지만 이질적으로 등장한 헤어에센스 PPL로 인해 순간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흐리게 만들었다.

PPL은 방송에 기업 상품을 배치해 시청자들 무의식 속에 상품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심는 간접광고를 뜻한다. 드라마 속 PPL을 구별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들이 최소한의 가림막도 없이 PPL 상품의 로고를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PPL이 없으면 드라마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는 드라마 시장 구조상, PPL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버렸다. 드라마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광고 효과를 내야 할 PPL이건만, 현재는 제 본문을 잊은 채 천둥벌거숭이처럼 드라마를 들쑤셔대며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16일 종영된 KBS2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은 47.3%라는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뜬금없는 결말과, 생뚱맞은 PPL로 많은 질타를 받았었다. 광박(이윤지 분)의 행복한 꿈으로 억지 해피엔딩을 그린 ‘왕가네 식구들은 가족 모두 대박집 사장이 돼 성공을 이룬다는 억지 설정을 통해 PPL을 ‘옹골차게 활용했다. 광박이 운영하게 된 카페는 물론이고 박살라(이보희 분)의 화장품 가게, 호박(이태란 분)이 점장으로 일하는 옷가게, 왕돈(최대철 분)의 피자 가게 등 모든 것이 PPL이었다. 극의 개연성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자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이 PPL이었고, 이에 대한 피해자는 그 꼴을 고스란히 봐야만 했던 시청자들이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별에서 온 그대도 높은 시청률을 구사하며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는 만큼 PPL 영역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실제 ‘별에서 온 그대를 자세히 살펴보면 PPL이 전반에 걸쳐있음을 알 수 있다. 극중 송이(전지현 분)와 민준(김수현 분)이 사랑을 이야기하는 스마트폰 메신저에서부터, 톱스타 천송이가 입는 옷, 먹는 음식, 그리고 그녀가 바르는 화장품 그 모든 것이 PPL이다. 하지만 ‘별에서 온 그대의 경우 앞선 작품들과는 달리 PPL 논란은 적다. 이는 ‘별에서 온 그대가 시청자들이 인식할 수 있는 선에서 PPL을 활용할 뿐, 극의 집중력을 흩뜨릴 정도로 과하거나 생뚱맞게 집어넣지 않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메신저의 경우 송이와 민준의 문자 송수신 장면 외에는 딱히 보여주지 않는다. 즉 이는 메신저를 홍보하기 위해 억지 설정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노출빈도가 높지는 않지만, 대신 한 번 사용할 때 제품을 역할의 매력과 부합할 수 있도록 연출한다. 실연의 아픔을 겪은 뒤 술에 취한 송이가 민준에게 사귀자며 구걸하며 보내는 메시지 속 등장하는 토끼 이모티콘은 천송이라는 캐릭터의 사랑스러움을 부각시키며 시청자들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도록 도왔다. 이 뿐 아니라 연예인인 송이가 병원에 실려 가기 직전 병원패션도 내가 1인자여야해”라며 아픈 순간에도 꾸역꾸역 립스틱을 바르는 모습은 어떤 순간에도 예뻐 보이고자 하는 여배우의 욕심과 그러한 상황 속 여자를 빛나게 해준다는 립스틱 제품의 효과를 코믹하게 버물리면서 최고의 PPL효과를 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지나친 것은 없느니만 못하다는 뜻이다. 이제 더 이상 무조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드라마 속 브랜드 이름을 등장시키고, 이를 위한 억지설정을 집어넣으며 이뤄냈던 광고효과는 끝났다. 더 이상 시청자들은 ‘시청률의 제왕 박성광의 유행어 (PPL) 넣어! 넣어! 무조건 넣어”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해도 해도 너무 한 PPL 만약 피할 수 없는 존재라면, 적어도 이를 극에 풀어내는 제작진들의 재치가 필요한 순간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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