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직장人 직장忍] 위에서 쪼이고, 아래서 치이는 김대리의 `사(社)생활`
입력 2014-02-21 09:15  | 수정 2014-03-18 19:19

입사 4년차 김대리는 요즘 회사 생활이 그렇게 고달플 수 없다. 얼마전 부서에 신입사원이 배치되면서 일손이 늘었다고 좋아했던 것도 잠시, 마냥 어린애 같은 '막내' 뒤치다꺼리로 일만 더 늘었다. 상사 지시 받으랴, 막내 챙기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요즘이다.
◆ "중간에서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어요"
회사 생활에는 으레 막내인 신입사원이 제일 힘들어 보이지만 실상은 다른 경우가 많다. 특히 '위에서 쪼이고 아래서 치이는' 대리와 과장급 인사의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개념 없는 후배의 징징거림과 윗사람 비위 맞추는 고달픔 가운데 있는 사람들의 속은 새까만 재가 된지 오래다.
김 대리는 요즘 부장님과 후배 양쪽의 눈치를 보기에 바쁘다. 부장님은 신입사원이 잘못한 걸 두고 "자네가 어떻게 가르쳤길래 그러냐?"며 호통치기 일쑤고, 후배인 신입사원 A는 "선배님, 저는 아직 잘 모르잖아요"라면서 책임 회피에 바쁘다. 결국 실무는 오롯이 김 대리의 몫이다.
얼마전 A는 심한 독감을 이유로 조퇴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대리는 극구 안된다는 의사를 표했지만 결국 후배는 부장한테까지 가서 승낙을 받아냈다. 김대리의 예상과 달리 부장은 "허허, 아프다니 어쩔 수 없지"라며 흔쾌히 허락했다.

김대리가 갸우뚱했던 것도 잠시, 부장은 후배가 사무실 밖으로 사라지자마자 김대리를 '호출'했다. 이유인즉슨 후배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것.
부장은 "이런 얘기는 나한테까지 들어오면 안되는 것 아닌가"라며 "자네 선에서 딱 끊었어야지, 선배가 돼서 말이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에도 이런 상황은 반복됐다. A가 보고서를 잘못 써내면 그건 김대리가 중간에서 확인 안한 탓이 됐다.
김대리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후배가 잘못한 게 꼭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라며 "위에서 뭐라하는 것만으도 벅찬 데 후배까지 회사 생활 힘들다고 징징대니 대체 중간에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 "차라리 막내인 게 낫겠어요"
또다른 회사의 김대리는 최근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 B(26) 때문에 뒷목 잡는 일이 많아졌다.
애초에 김대리는 B의 배치를 가장 반겼던 사람이었다. 내로라하는 학교와 영어 점수, 졸업 전 취업에 성공한 인재 그리고 됨됨이가 좋아보인다는 상사들의 면접후기까지 기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겪어보니 B는 영 마뜩찮은 '무개념' 후배였다. 업무시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건 물론 담배 피러 나간다고 하면서 사무실을 수시로 비우는 경우도 잦았다.
그러면서 직급이 높은 부장이나 가끔 마주치는 이사에게는 마치 혼자 일을 다 떠맡은 것처럼 굴어 김대리의 속을 썩였다.
얼마전에는 일이 손에 익은 것 같아 B에게 보고서를 맡겼더니 10분에 한번씩 질문을 해댔다. 김대리는 처음에는 '열심히 하려는 구나'라고 생각해 이것저것 자세히 알려주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B의 일을 본인이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실무 경험이 적다는 핑계로 김대리에게 다 맡겨놓고 사무실을 빠져나간 것이다.
김 대리는 "공부 잘했다더니 잔머리만 좋은 것 같다"며 "후배가 들어와서 업무가 줄어들 줄 알았더니 일도 늘고 스트레스도 늘었다"고 말했다.
후배 때문에 속을 썩히는 직장인의 이야기는 남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후배가 있는 직장인 5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1.7%가 '꼴불견 행동으로 힘들게 하는 신입사원이 있다'고 답했다.
직장생활 태도에서 드러난 꼴불견 행동 1위는 업무시간 중 인터넷, 문자 등 딴짓(38.2%, 복수응답)이었다. 다음으로 봐도 못 본 척 지나는 등 인사성 부족(34.1%), 대화 중 반말, 말대꾸 등 예의 부족(31.6%), 지각과 무단외출 등 근태 불량(28.7%), 다들 바쁜데 칼퇴근 등 협동심 부족(27.7%), 직속상사와 임원 등에게만 깍듯이 대함(20.2%), 회식 등 행사 불참 및 노골적 불만 표출(15.1%) 등으로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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