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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아름다운 동행…아사다 없인 김연아도 없었다
입력 2014-02-21 05:09 
피겨여왕 김연아는 세계 피겨 역사에 영원한 전설로 기억될 것이다. 사진(소치)=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2004년 핀란드 헬싱키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주니어 스케이트에 작은 발을 꼭 맞춘 앳된 두 소녀가 만났다. ‘피겨 요정 김연아(24)와 ‘피겨 천재로 불렸던 아사다 마오(24‧일본)의 운명적 첫 만남이었다. 그 후 10년.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두 소녀는 한‧일 라이벌로 한 시대를 풍미하며 세계 피겨스케이팅 판도를 뒤흔든 아시아의 두 별로 우뚝 섰다.
2014년 2월21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김연아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역사상 가장 화려한 피겨 선수로 대미를 장식했다.
김연아는 마지막 무대로 택한 올림픽은 홈 텃세로 인한 심판 판정의 불이익으로 올림픽 2연패를 도둑 맞았지만, 러시아의 금메달보다 빛난 값진 은메달이었다. 아사다도 쇼트프로그램의 부진을 딛고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연아는 의연하게 웃었고, 아사다도 눈물을 감추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여왕 타이틀을 내려놓고 전설이라는 두 단어를 새긴 김연아는 18년간 혼을 담았던 얼음판을 떠났다.
그리고 그 곁에는 변함없이 아사다가 지켰다. 김연아와 같은 시대에 태어난 것이 불운의 시작이었을까. 두 번째 올림픽에서 부담의 무게를 끝내 극복하지 못한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아사다는 김연아의 그림자에 가려진 비운의 스타로 피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아사다도 이번 대회를 끝으로 피겨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엇갈린 운명의 평행선을 걸었다.

김연아는 2004년 9월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한국 피겨 역사상 첫 우승을 이뤄내며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아사다의 벽은 높았다. 주니어 시절 아사다는 김연아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존재였다. 주니어 대회 맞대결에서도 김연아가 아사다에 1승2패로 밀렸다.
2004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과 2004-05시즌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가 우승을 차지했고, 김연아는 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김연아는 2005-06시즌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아사다를 2위로 밀어내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연아가 아사다와 어깨를 나란히 한 숙명의 라이벌 시작이었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나란히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둘의 맞대결은 언제나 화제를 불러모았다. 2006-07시즌 그랑프리 파이널부터 2008-09시즌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5차례 맞대결에서 김연아는 아사다에게 2승3패로 뒤졌다. 그러나 최고점은 김연아가 196.83점으로 더 높았다.
김연아가 아사다를 압도적으로 앞서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세계선수권부터다. 김연아는 2009-10시즌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피겨 역사상 최초로 210점대 벽을 허물었고,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점인 228.56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정점을 찍었다. 김연아는 아사다와 4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이기며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반면 아사다는 자신의 최고점인 205.50점을 받았으나 은메달에 그쳤다.
김연아가 요정에서 여왕으로 등극한 사이 아사다는 급격한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했다. 두 라이벌의 첫 올림픽이었던 밴쿠버 대회는 운명의 갈림길이었다.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와 함께 시작과 끝을 함께 했던 아름다운 동행자였다. 사진(소치)=옥영화 기자
첫 올림픽 이후 김연아와 아사다의 행보도 엇갈렸다. 김연아는 은퇴 고민과 부상으로 흔들리며 슬럼프를 겪었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 기초부터 새로 다졌다. 아사다는 2010년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를 넘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둘 다 200점을 넘기지 못했다. 아사다는 197.58점, 김연아는 190.79점에 그쳤다.
이후 김연아는 여왕으로 완벽하게 돌아와 재기에 성공했다. 화려한 복귀였다. 반면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과의 끊임없는 싸움에서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졌다. 김연아와 아사다의 격차는 더 벌어지기 시작했다.
소치올림픽은 김연아와 아사다가 마지막으로 맞대결을 벌인 무대였다.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와 아사다의 설욕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김연아는 전세계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아름다운 여왕퇴임식을 맞이했고, 아사다는 자국의 비난까지 받는 수모를 당하면서도 감동을 동시에 안기는 등 씁쓸하게 퇴장했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뜨거운 라이벌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시작은 동갑내기 라이벌의 아름다운 동행이었지만, 끝은 둘의 의사와 상관없이 외부적 과열 경쟁 흔들기로 흠집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김연아와 아사다가 한 시대에 함께 있지 않았다면 피겨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김연아는 위대한 전설로 영원히 남았고, 아사다도 위대한 2인자로 기억될 것이다. 올림픽 메달과 성적을 떠나 김연아와 아사다가 함께 걸어온 길에 아낌없는 박수가 아깝지 않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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