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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러시아에선 불가능한 금메달…김연아, 그래도 웃었다
입력 2014-02-21 04:45 
김연아가 납득할 수 없는 점수를 받고도 밝은 미소로 마지막 무대를 즐겼다. 사진(소치)=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금메달은 시작부터 불가능했다. 완벽한 연기에도 주인은 따로 있었다. 김연아(24)는 마지막 은퇴 무대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김연아도 스스로 만족했다. 그러나 최종 점수가 발표된 순간 김연아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이없는 허무한 웃음이었다.
김연아는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2연패의 꿈은 납득하기 힘든 심판 판정으로 날아갔지만, 김연아가 보여준 연기는 완벽했고 은메달은 그 어떤 금메달보다 값졌다.
김연아는 21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예상보다 낮은 144.19점을 받았다. 예술점수는 74.50점을 받았으나 기술점수는 69.69점에 그쳐 70점을 넘기지 못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기록했던 74.92점을 더해 총점 219.11점을 기록했다.
김연아에 앞서 연기를 펼친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무려 149.95점(기술점수 75.54, 예술점수 74.41)의 높은 점수를 받아 총점 224.59점으로 석연찮은 금메달을 획득했다. 트리플 살코에서 두 발 착지를 하고도 기술점수가 김연아보다 5.85점이나 높았다. 소트니코바의 프리스케이팅 점수는 김연아가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기록한 역대 최고점 150.06점에 근접한 높은 점수였다.
러시아 홈 텃세는 상상을 초월했다. 기술점수를 줄 수 없을 정도의 실수가 나오면 예술점수를 높였고, 예술점수가 부족하면 기술점수에서 가산점을 터무니없이 높게 채점했다. 러시아 선수들에게 집중적으로 이런 채점 기준이 적용됐다. 김연아는 오히려 냉정하리만큼 낮은 점수를 받았다. 김연아가 허무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러시아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는 점프에서 큰 실수를 여러차례 저지르며 부진했다. 하지만 점수와 직결되지 않았다. 리프니츠카야는 기술점수 66.28점과 예술점수 70.06점에 -1.00의 감점을 받아 무려 135.34점을 기록했다. 쇼트프로그램(65.23점)을 더한 총점 200.57점을 기록했다. 엉덩방아로 넘어져 빙판에 눕고 두 발로 착지해도 200점 이상을 받는 대단한 기록이었다.

소트니코바의 프리 점수 149.95점은 더 대단했다. 가산점이 넉넉했다. 착지에서 실수를 했던 콤비네이션 점프를 제외한 모든 과제(11개)에서 1.00점 이상의 가산점을 받았다. 김연아는 불과 6개 과제에서 1.00점 이상의 가산점을 받았다. 또 예술점수도 김연아와 같은 4개 과제에서 9점대를 기록했다. 소트니코바의 두 발 착지도 김연아의 클린 연기보다 훌륭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러시아의 노골적인 홈 텃세에도 의연하게 대처했다. 억울한 점수 결과를 받고도 흐트러지지 않는 표정으로 웃었다. 허무한 웃음이었지만, 자신의 마지막 연기에 대한 만족감은 심판이 매길 수 없는 점수의 가치였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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