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김연아(24)의 적수는 없었다. 이미 라이벌이라는 수식이 무색해진 아사다 마오(일본)는 이번에도 스스로 무너졌다. 단체전에 이어 쇼트프로그램에서 또 넘어진 아사다는 김연아와의 경쟁이나 메달은커녕 날개 없이 추락하는 망신을 막는 것에 집중해야할 판이다.
러시아가 공들여서 밀었던 신성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 역시 중압감을 떨치지 못했다. 김연아가 없던 단체전에서는 요정이 등장했다”는 호들갑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연기를 보여줬으나 정작 개인전 들어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쇼트 프로그램 일정이 다가오자 신경질적으로 언론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16살다운(?) 여린 마음을 숨기지 못했던 리프니츠카야는 결국 연기 도중 넘어지며 아직은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김연아는 달랐다. 물론 김연아도 부담이 컸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의 집중된 이목 그리고 스스로 선을 그었던 마지막 무대라는 압박은 천하의 김연아도 긴장하게 만들었다. 쇼트 프로그램을 마친 후 김연아는 웜업부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최악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매일 빼놓지 않고 쇼트프로그램을 연기했다. 올림픽에서 제대로 연기가 되지 않으면 억울할 것 같았다. 연습 때 잘했는데 실전에서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마음을 다잡았다”는 말로 두려움과 부담을 극복해낸 배경을 설명했다. 노력의 힘이었다.
그런 압박을 뚫고 김연아가 받아낸 점수는 74.92점이다. 시즌 개인최고 점수(73.37점)를 뛰어넘으며 출전선수 30명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기술점수 39.03에 예술점수 35.89가 합해진 점수였다. 순위는 1위였으나 객관적으로 박했다. 김연아 스스로도 점수를 확인한 뒤 ‘짜다라는 혼잣말을 전했을 정도다. 혼잣말 이후의 끄덕거림은 이 역시 극복해야할 텃세라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김연아를 잡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소위 ‘현미경 채점 뿐이었다. 점수를 깎을 수는 없으나 더 주지는 않기 위한 노력이다. 실상 이 야박한 채점으로도 김연아를 능가할 선수는 보이지 않는 대회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김연아 연기에 흠집을 내지 못하면 다른 선수들에게 점수를 퍼주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개최국 러시아가 믿었던, 김연아의 대항마로 키웠던 리프니츠카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이후 선수들이 덤을 얻기 시작했다. 넘어지고도 65.23점을 받은 것도 찜찜했으나 더 큰 문제는 다음이었다. 리프니츠카야에 이어 26번째로 등장한 이탈리아의 베테랑 카롤리나 코스트너(27)가 74.12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별한 실수 없이 연기를 마쳤다지만 누가 봐도 후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것은 ‘퍼주기의 서막이었다.
전체 29번째로 등장한 또 다른 러시아 선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의 연기가 끝나자 무려 74.64점이 찍혔다. 김연아보다 불과 0.28 뒤처진 점수다. 기술점수에서 김연아(39.03점)보다 0.03점이 높았는데, 가산점 영향이 컸다. ‘퍼주기 논란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김연아를 향한 박한 평가와 다른 선수들을 향한 퍼주기가 합쳐져 쇼트프로그램 1~3위는 74.92(김연아)-74.64(소트니코바)-74.12(코스트너)의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상적으로 연기를 펼쳤을 때 김연아의 적은 김연아 자신뿐이다. 하지만 또 다른 ‘적이 감지되고 있다. 김연아 역시 앞서 설명한 ‘끄덕거림 등으로 충분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답답하지만, 지금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또 다시 무결점 연기뿐이다. 퍼주고 퍼줘도 따라잡을 수 없는 완벽한 연기로 무모하고 미안한 노력이었음을 알려주길 기대할 뿐이다.
[lastuncle@maekyung.com]
러시아가 공들여서 밀었던 신성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 역시 중압감을 떨치지 못했다. 김연아가 없던 단체전에서는 요정이 등장했다”는 호들갑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연기를 보여줬으나 정작 개인전 들어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쇼트 프로그램 일정이 다가오자 신경질적으로 언론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16살다운(?) 여린 마음을 숨기지 못했던 리프니츠카야는 결국 연기 도중 넘어지며 아직은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김연아는 달랐다. 물론 김연아도 부담이 컸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의 집중된 이목 그리고 스스로 선을 그었던 마지막 무대라는 압박은 천하의 김연아도 긴장하게 만들었다. 쇼트 프로그램을 마친 후 김연아는 웜업부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최악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매일 빼놓지 않고 쇼트프로그램을 연기했다. 올림픽에서 제대로 연기가 되지 않으면 억울할 것 같았다. 연습 때 잘했는데 실전에서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마음을 다잡았다”는 말로 두려움과 부담을 극복해낸 배경을 설명했다. 노력의 힘이었다.
그런 압박을 뚫고 김연아가 받아낸 점수는 74.92점이다. 시즌 개인최고 점수(73.37점)를 뛰어넘으며 출전선수 30명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기술점수 39.03에 예술점수 35.89가 합해진 점수였다. 순위는 1위였으나 객관적으로 박했다. 김연아 스스로도 점수를 확인한 뒤 ‘짜다라는 혼잣말을 전했을 정도다. 혼잣말 이후의 끄덕거림은 이 역시 극복해야할 텃세라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김연아를 잡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소위 ‘현미경 채점 뿐이었다. 점수를 깎을 수는 없으나 더 주지는 않기 위한 노력이다. 실상 이 야박한 채점으로도 김연아를 능가할 선수는 보이지 않는 대회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김연아 연기에 흠집을 내지 못하면 다른 선수들에게 점수를 퍼주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개최국 러시아가 믿었던, 김연아의 대항마로 키웠던 리프니츠카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이후 선수들이 덤을 얻기 시작했다. 넘어지고도 65.23점을 받은 것도 찜찜했으나 더 큰 문제는 다음이었다. 리프니츠카야에 이어 26번째로 등장한 이탈리아의 베테랑 카롤리나 코스트너(27)가 74.12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별한 실수 없이 연기를 마쳤다지만 누가 봐도 후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것은 ‘퍼주기의 서막이었다.
전체 29번째로 등장한 또 다른 러시아 선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의 연기가 끝나자 무려 74.64점이 찍혔다. 김연아보다 불과 0.28 뒤처진 점수다. 기술점수에서 김연아(39.03점)보다 0.03점이 높았는데, 가산점 영향이 컸다. ‘퍼주기 논란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김연아를 향한 박한 평가와 다른 선수들을 향한 퍼주기가 합쳐져 쇼트프로그램 1~3위는 74.92(김연아)-74.64(소트니코바)-74.12(코스트너)의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상적으로 연기를 펼쳤을 때 김연아의 적은 김연아 자신뿐이다. 하지만 또 다른 ‘적이 감지되고 있다. 김연아 역시 앞서 설명한 ‘끄덕거림 등으로 충분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답답하지만, 지금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또 다시 무결점 연기뿐이다. 퍼주고 퍼줘도 따라잡을 수 없는 완벽한 연기로 무모하고 미안한 노력이었음을 알려주길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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