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누워서라도 보고 싶어"…잠 못 이룰 '긴 밤'
입력 2014-02-19 20:02  | 수정 2014-02-19 20:44
【 앵커멘트 】
이처럼 이산가족 상봉자 집결지인 속초는 기대와 설레임이 가득합니다.
특히 아흔에 가까운 고령의 상봉가족들은 마지막 소원을 이루기 위해 먼 길을 한 걸음에 달려왔는데요.
고령자들의 사연을 오지예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기자 】
이불을 덮은 채 창백한 얼굴만 살짝 내놓은 할아버지가 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 들어옵니다.

혼자서는 거동이 힘들만큼 쇠약해졌지만, 60년 넘게 기다린 만남을 저버릴 수가 없습니다.

▶ 인터뷰 : 남측 상봉단 동반가족
- "못 가게 할 수는 없잖아요. (6·25 끝나고) 매일 북에 계신 자식들 생각밖에 없으셨으니까…."

3살 아들을 북에 두고 온 91살 백관수 할아버지는 얼마나 설렜는지, 벌써 가족을 만난 것 같습니다.

▶ 인터뷰 : 백관수 / 남측 상봉가족 (91세)
- "어머니가 빨리 오라데요, 꿈에서…. 처음으로."

1차 이산가족 상봉자 중 가장 최고령인 아흔여섯 살의 김성윤 할머니.


3년 전 건강을 잃을 뻔도 했고, 거듭된 무산으로 수없이 실망도 했지만, 잘 견뎌온 게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 인터뷰 : 김성윤 / 남측 상봉가족 (96세)
- "소원이 다른 건 별거 없고. 애들 건강해서 그저 '나만큼만 오래 살라' 그 말밖에 할 수 없어요."

60년 넘게 기다린 순간을 뒤로 하고, 낯선 곳에서 묵는 오늘 하루가 이산가족들에겐 가장 긴 밤으로 느껴질 것 같습니다.

MBN뉴스 오지예입니다.

영상취재 : 문진웅 기자, 한영광 기자
영상편집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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