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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女쇼트트랙의 '괴력', 행복한 ‘집안싸움’
입력 2014-02-19 11:04 
심석희 박승희 김아랑(윗줄 왼쪽부터)은 이제 1000m 개인전을 준비한다. 이미 그녀들은 승자다. 기분 좋은 ‘집안싸움’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사진(러시아 소치)= 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무너져 내리던 한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그녀들이 살렸다. 조해리(고양시청)를 비롯해 박승희(화성시청), 김아랑(전주제일고), 공상정(유봉여고) 그리고 괴력의 여고생 심석희(세화여고)까지, 자랑스러운 영웅들이 대한민국 빙상계를 답답하게 바라보던 국민들의 마음을 다소 위로해줬다.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18일(한국시간) 오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과 함께 실격패 당했던 아픔을 씻어내면서 이상화에 이어 소치올림픽 두 번째 금메달을 한국 선수단에 안겼다.
내용도 너무 드라마틱했다. 내내 1위를 달리던 한국은 마지막 3바퀴를 남기고 중국에게 추월당했다. 그리고 마지막 주자 심석희로 넘어가는 순간, 심석희가 균형을 잃고 잠시 휘청거리는 사고도 있었다. 중국 선수의 보이지 않는 진로방해 때문이었는데 결국 이 장면이 문제가 돼 중국은 실격처리 됐다.
하지만 중국의 반칙도 심석희의 근성을 막지 못했다. 심석희는 그야말로 소름 돋는 질주로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살 떨리는 마지막 코너에서 바깥쪽으로 크게 도는 과감한 선택과 함께 앞지르며 중국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동시에 왜 자신이 ‘괴물이라 부르는지 괴력을 입증했다. 대한민국 쇼트트랙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명장면을 연출했다.
모두가 활짝 웃었다. 동생들의 그림자를 자처한 맏언니 조해리, 500m에서 넘어지고 또 넘어지는 투혼을 선보인 박승희, 급성 위염이 걸려 1500m 경기 도중 눈물을 보였던 김아랑, 결승전에는 출전하지 않았으나 지난 10일 열린 계주 준결승에 출전해 결승행에 일조한 공상정, 그리고 1500m에서 2위라는 자랑스러운 성적 거두고도 눈물을 쏟아야했던 새로운 쇼트트랙 여제 심석희까지, 합심해 이룬 결과에 모두가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이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값진 메달과 함께 고통스러운 나날들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았다. 이미 그녀들은 승자다. 때문에 기분 좋은 ‘집안싸움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뛰는 이들도 지켜보는 이들도 홀가분하다.

계주 금메달의 핵심 삼인방인 박승희 김아랑 심석희는 여자 1000m에서도 메달을 노리고 있다. 이미 예선을 치렀고 공히 빼어난 레이스로 8강에 올랐다. 가족 같은 단결력으로 단체적 1위를 일군 세 선수는 이제 22일 새벽(한국시간) 열리는 개인전에서 적으로 만난다. 한국의 삼총사 중에서 금메달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3000m 계주의 금메달이 더더욱 값지다.
만약 단체전의 결과가 다소 부족했다면 1000m 개인전에 나설 선수들의 마음은 꽤나 무거웠을 것이다. 보는 이들의 마음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미 모두 금메달리스트인 세 선수의 웃음 넘치는 집안싸움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금은동 모두, 시상대를 태극물결로 가득 채우길 바라는 행복한 상상도 부담이 없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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